[MI특별기획 ② 제약업계, 비상(飛上)과 도태(淘汰)의 기로에 서다] R&D 최강자, 한미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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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특별기획 ② 제약업계, 비상(飛上)과 도태(淘汰)의 기로에 서다] R&D 최강자, 한미약품
  • 김형규·홍승우 기자
  • 승인 2016.06.2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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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형규·홍승우 기자] 글로벌 제약시장의 후발주자인 우리나라 제약업계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양강장제, 비타민제 등 건강과 관련된 일반의약품과 제네릭(복제약) 생산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 2010년대 들어서는 국민들의 보건·위생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제약산업이 기술집약도가 높은 첨단 부가가치 산업으로 재조명 받게 되며 분위기가 달라지게 됐다. 지난해에는 한미약품이 다국적 제약사들과 8조원이 넘는 기술수출 계약에 성공하기도 했다. 또한 몇몇 제약사들이 꾸준히 세계 시장에 노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제네릭에 의존했던 제약업계에서 한미약품과 같이 R&D 사업에 집중 투자하기에는 ‘실패’라는 리스크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에 <매일일보>에서는 ‘비상’과 ‘도태’의 기로에 서 있는 국내 제약사의 현황을 11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 과감한 R&D투자로 ‘대박신화’ 이끌어 
지난 2012년 4만원대였던 한미약품의 주식은 이후 3년간 등락을 거듭한 끝에 2015년 1월에는 8~9만원선을 유지했다. 이후 1년이 채 안 돼 한미약품의 주식은 한 주당 86만원까지 치솟는다. 대박도 이런 대박이 없다. 지난해 주식 좀 한다는 사람치고 ‘한미약품을 샀어야 했는데...’라고 탄식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을 정도였다.

한미약품의 이런 대박 비결 뒤에는 그동안 공들인 ‘R&D(Research and development, 연구개발)’가 있었다.

한미약품은 주변의 우려 속에도 최근 15년간 9000억원을 R&D로 투자했다. 특히 2013년에는 국내 코스피 상장 제약기업으로는 최초로 R&D 투자액 1000억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1871억원을 투자했다.

이러한 투자 결과, 지난해 총 8조 규모의 대규모 라이선스 계약을 연이어 체결하며 그동안 과감하게 투자했던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 총액 1조원을 돌파한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3~5위권을 유지했던 매출 순위도 단숨에 1위로 등극했다.

동종 업계에서 한미약품을 바라보는 시선은 ‘왜 저렇게 무리를 해?’에서 ‘비결이 뭐지? 우리도 저렇게 대박 나 봤으면...’으로 바뀌었다. 한미약품이 제약업계가 바라보는 R&D 투자에 대한 인식을 단숨에 바꾼 것이다.

2016년 한미약품의 R&D 투자는 현재진행형이다. 한미약품은 제네릭에서 개량신약, 복합신약, 혁신신약으로 이어지는 현실성 있는 ‘한국형 R&D전략’을 구축하는 한편,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도입해 전 세계 유망 제약기업 및 바이오벤처사와 활발한 신약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5년동안 한미약품의 매출과 R&D 투자 변동 추이. 꾸준히 상승한 R&D 투자 덕분에 2015년 매출이 급상승했다.
◇ “‘LAPS’ 그 어려운 걸 한미약품이 해냈지 말입니다”

앞으로 당뇨환자라면 그동안 매일 복용해 번거로움이 있었던 인슐린제제를 한 달에 한 번만 복용해도 되는 시대가 곧 온다면 믿을까?

그 어려운 기술 개발을 한미약품이 해냈다.

한미약품은 바이오의약품의 약효를 최장 한 달까지 연장시키는 독자기술인 ‘랩스커버리(LAPSCOVERY)’를 통해 당뇨, 성장호르몬, 호중구감소증 등 6건의 바이오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먼저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 랩스인슐린115, 랩스인슐린콤보 등 3가지 당뇨신약을 한데 묶은 ‘퀀텀프로젝트’를 지난해 11월 프랑스 제약회사인 사노피와 총 39억유로(한화 약 5조900억원) 규모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으로 사노피는 퀀텀프로젝트의 전 세계 시장 독점적 권리를 갖게 됐고, 한국 및 중국에서의 공동 상업화 권리는 한미약품이 보유하게 됐다.

사노피는 올해 4분기 내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3상을 시작으로 랩스인슐린115, 랩스인슐린콤보 등 나머지 퀀텀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주 1회 투약 가능한 지속형 당뇨-비만 치료 신약인 랩스GLP/GCG는 미국 제약회사인 얀센에 9억1500만달러(한화 약 1조850억원)에 라이선스 아웃되며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미국 스펙트럼과 공동 개발 중인 호중구감소증치료제 에플라페그라스팀은 미국 FDA의 특별시험계획평가 최종 동의를 거쳐 임상 3상에 돌입했다.

◇ 올무티닙, 국내 최초 FDA 혁신치료제 지정 쾌거

한미약품은 올해 6월 초 ‘올리타’를 출시했다. 올무티닙의 한국 제품명인 올리타는 폐암세포의 성장과 생존관련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변이형 EGFR(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며, 기존 폐암 치료제 투약 후 나타나는 획득내성 및 부작용을 극복한 3세대 내성표적 폐암 신약이다.

한미약품은 올무티닙을 지난해 7월 독일 제약회사인 베링거인겔하임과 7억3000만달러(한화 약 8661억원)에 11월에는 중국 생명공학기업 자이랩과 9200만달러(한화 약 1091억원)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올무티닙은 지난해 12월 국내 개발 항암제 최초로 미국 FDA의 혁신치료제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또한 올무티닙은 2014년5월 세계 최대 종양임상학회인 ASCO에서 국내개발 항암제 최초로 구연 발표됐으며, 2015 및 2016 ASCO에서도 임상 결과가 꾸준히 발표돼 전 세계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한미약품은 이외에도 자가면역질환치료 신약 HM71224를 글로벌 제약기업인 일라이릴리에 6억9000만달러(한화 약 8186억원)에 라이선싱했고, 다중표적 KX2-391은 미국 카이넥스사와 공동으로 미국 1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20일 손지웅 한미약품 부회장이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혁신 폐암신약 올리타를 선보였다.
◇ 유망 바이오벤처와의 협력 그리고 과제

한미약품은 유망한 바이오벤처들과 협력을 통해 R&D 파이프라인 확장에도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미국 안과전문 벤처기업 알레그로와 2000만불 투자 계약을 체결했고, 8월에는 바이오벤처 기업인 레퓨젠과 바이오신약 공동연구 협약을 맺었다.

나아가 유망신약 기술을 보유한 국내 바이오벤처 및 학계, 연구기관 등과의 상생을 통해 국내 신약개발 확산에 기어코자 지난 1월에는 제1회 오픈이노베이션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8년간 협력관계를 유지해 온 연구개발 중심 제약회사인 크리스탈지노믹스(이하 크리스탈)와 결별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회사 설립 후 적자에 허덕이던 크리스탈은 관절염치료신약인 아셀렉스를 개발해 주목을 받았으며 이달 초에는 급성백혈병 신약후보 물질을 미국 제약사와 35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하며 올해 흑자 전환이 유력시 되던 회사였다.

한미약품은 크리스탈의 가능성을 보고 2008년부터 유상증자 등의 투자로 크리스탈 2대주주 자리에 올랐으나 이달 중순 가지고 있던 크리스탈 지분을 모두 처분하면서 크리스탈에서 발을 뺐다.

크리스탈 측에서는 한미약품이 MOU 계약을 일방적으로 무시했다며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이 시세차를 노리고 매도 타이밍을 잡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유와 결과를 떠나 기업체가 커가면서 이런 구설수가 마치 ‘응당 있는 일’이라고 치부하면 곤란하다. 또한 매년 어린이날 즈음이면 발표되는 ‘어린이 주식 부자’에도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손자들이 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어 눈쌀을 지푸리게 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올해도 매출 1조원이 넘을 것이 확실시 되는 매머드급 제약사다. 수많은 중소·중견 제약사들이 한미약품을 바라보며 ‘큰 회사’를 꿈꾸고 있다. 한미약품이 소위 ‘대기업 놀이’를 너무 일찍 시작했다가는 작금의 롯데그룹과 같은 사태가 오지 않으리라고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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