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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폴크스바겐이 미국에서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에 대한 소비자 피해를 배상하기 위해 총 147억달러(17조4000억원)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 배상액은 미국 내 소비자 집단소송의 합의액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이 금액은 당초 알려진 102억달러(12조원)보다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는 소비자 배상액 외에 환경에 미친 악영향에 대해 환경보호청(EPA)에 배상할 27억달러(3조2000억원)와 배출가스 저감 차량 개발을 위한 연구비용 20억달러(2조4000억원)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배출가스가 조작된 2000㏄급 디젤 차량 소유주 47만5000명은 차량 평가액에 따라 1인당 5000달러(592만원)에서 최고 1만달러(1184만원)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이 합의에 불복하는 미국 소비자는 개별 소송을 통해 더 많은 배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합의안에 포함되지 않은 9000대 가량의 3000㏄급 차량 소유주에 대해서는 별도로 배상해야 한다. 게다가 정부에 거액의 벌금도 내야한다. 물론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폴크스바겐이 미국에 배상해야 할 금액에 대한 얘기다. 우리에게는 ‘잘못한 게 없다’며 버티는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폴크스바겐이 실제보다 배출가스 수치가 적게 표시되도록 눈속임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전 세계에 판매한 디젤 차량은 1100만대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환경부가 지난해 11월 폴크스바겐의 15개 차종, 12만5500대에 대해 임의조작 판정을 내렸다. 폴크스바겐은 이 사건으로 임원까지 구속됐음에도 눈도 깜짝 안하고 버티고 있다. 한국에서 배출 가스 조작 장치 설치가 금지된 것은 2012년 1월부터였던 만큼 법을 어긴 바가 없다는 것이다. 위법 사실이 있어야 금전적 배상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그러나 폴크스바겐은 작년 3월부터 국내 배출가스 인증 시험에서 탈락한 휘발유차인 골프 1.4 TSI의 소프트웨어를 교체해 판매하다 최근 검찰에 적발됐다. 차량 소프트웨어를 교체하면 별도 검사를 통해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배출가스를 줄이도록 소프트웨어를 바꾸면 차량 내구성이 떨어짐에도 이를 속이고 판매한 것이다.더군다나 배출가스 조작은 독일 본사가 직접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여기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현재 한국 소비자 4400여명이 차를 속여 팔았다며 경영진을 사기죄로 고소하고,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다.이 같은 범법행위에 대해 검찰과 환경 당국은 끝까지 추적해 엄벌하겠지만 소비자들도 폴크스바겐의 비도덕적 행위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강력히 항의에 나서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여기는 습성은 고쳐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