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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북한의 인권 유린에 대해 국제사회가 우려의 목소리를 높여 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마침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을 처음으로 제재대상에 올렸다. 미 국무부는 6일(현지시간) 미 의회에 북한의 인권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는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가 담겨 있으며, 재무부는 이를 근거로 개인 15명과 기관 8곳에 대한 제재명단을 공식 발표했다. 이 명단에 김 위원장이 포함된 것이다. 미국 정부가 북한 최고지도자를 직접 제재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번이 최초다. 이로써 경색된 북미관계는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정부는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개별국가나 국제기구 차원에서 취하는 북한 인권 관련 최초의 제재조치”라며 “높이 평가하며, 환영한다”고 밝혔다.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의 굳건한 공조를 과시한 것이다. 미국은 올해 들어서도 대북 압박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 2월 18일 대북제재법(H.R. 757)에 이어 3월 16일에는 대북제재 행정명령 13722호를 발표했다. 6월 1일에는 북한을 자금세탁 주요 우려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번에는 한 발 더 나아가 김 위원장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정부는 미국이 다면적인 대북제재를 지속 강화해 나가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했다.북미관계는 이미 오랫동안 중단된 상태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북한에 실질적 타격을 주려는 것보다는 심리적 압박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인권은 북한이 가장 민감해하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김 위원장을 인권 유린의 주범으로 낙인찍었다. 북한은 최고지도자에 대한 비판에는 거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는 사실을 미국이 모를 리 없다. 북한의 거센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앞으로 북한의 대응 강도에 따라서 북미관계는 물론 남북관계를 포함해 한반도 전체가 긴장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정학적으로 우리의 안보환경은 국제적 역학관계 속에서 풀어가야만 한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4대 강국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의 숙명이다. 미국은 인권 문제는 북핵과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을 더욱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정부는 김 위원장을 직접 겨냥한 미국의 이번 조치가 불러올 만일의 사태에 더욱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