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컨텐츠로 민심 잡고, '완전국민경선제'로 대권 거머쥔다
2007년 대선을 향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필승카드는 바로 ‘정책 컨텐츠’다. 그러나 단순히 좋은 정책으로 승부하겠다는 원론적 차원의 성질은 아니다. 비전 있는 정책 제시를 통해 민심을 확보한 뒤, 당내 경선규정을 100% 완전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로 바꿔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책 컨텐츠 개발에 힘을 쏟는 모습이 읽혀지는 것이다. 이춘식 전 정책특보는 <폴리뉴스>와의 만남에서 “지난 전당대회를 보면 당심과 민심이 다르게 나오는 문제가 생기지 않았느냐”며 “그런 측면에서 100% 국민경선제를 하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여야를 막론, 대권주자로 명명되는 이들의 대다수는 “컨텐츠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 전 시장은 이런 상황 속, ‘정책’에 승부수를 던지면서 본인의 장점인 ‘경제 대통령’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다른 대권주자와의 차별성도 꾀하고 있다. 이같은 정황을 반영하듯 이 전 시장은 종로구 견지동의 <안국포럼>에 임시거처를 정했을 뿐 별도의 대선캠프를 꾸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교수진으로 구성된 전문적인 정책 자문단을 구성하는 등 정책개발에는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8월 한달동안은 ‘파워코리아 미래비전 정책탐사’라는 이름으로 전국을 순회, 정책개발을 위한 준비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했으며, 9월 30일에는 이 전 시장이 가장 공을 들인 정책인 내륙운하 건설 사업의 1차 보고를 발표해 여론몰이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을 제시해 민심을 확보해도 대의원 대 일반인이 50:50으로 참여하는 당내 경선규정이 바뀌지 않으면 경선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 경선 규정이 바뀌기 위해선 현직 의원들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이에 이 전 시장은 한나라당 의원들과의 개별적인 접촉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8월 한달간 ‘파워코리아 미래비전 정책탐사’에 나서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8월 한달을 정책개발을 위한 현장답사 기간으로 정하고 지난 8일부터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했다. 일명 ‘파워코리아 미래비전 정책탐사’다. 이를 위해 이 전 시장은 지난 8일 경북 안동과 충북 제천으로 떠났다. 그 곳에서 3박4일간의 답사를 마친 이 전 시장은 서울에서 잠시 머문 뒤, 오는 17일에는 내륙운하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내륙 탐방’에 나설 계획이다.
이춘식 전 서울시 정책특보는 “이 기간동안 이 전 시장은 부산, 대구, 상주, 문경, 충주, 여주 등을 돌아 서울에 이르는 내륙운하 후보지들을 3박4일에 걸쳐 사전답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경제성장 동력이 될 내륙운하 건설 사업에 집중
정책 중에서도 이 전 시장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한강에서 낙동강, 섬진강을 연결하는 내륙운하 건설이다. 서울시장 재직 시절부터 주장해왔던 내륙운하 건설을 위해 이 전 시장은 교수진으로 구성된 별도의 정책팀을 가동해 사업의 기초를 마련해왔다. 이들은 수년간 이 전 시장에게 정책적 자문을 해온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교수들이라는 게 조해진 언론특보의 설명이다. 이 전 시장의 정책 간사를 맡고 있는 김영우 연구원은 “내륙운하 사업은 대단히 큰 프로젝트고, 현재는 이 정책에 대한 검토 단계에 있다”며 “완전히 새로운 것을 구축하는 게 아닌 기존의 인프라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청계천 사업 당시의 경험이 좋은 레슨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이 전 시장은 내륙운하 사업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많은 악조건을 지녔던 청계천 사업도 성공리에 추진해 국민들이 신뢰를 갖고있다”며 “이 전 시장에 대한 이런 신뢰관계가 내륙운하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내륙운하 사업이 구체화될 경우, 물류의 큰 혁명이 일어나면서 내륙지방의 경기가 활성화된다. 토목과 건설경기 활성화 및 항구도시의 발생으로 일자리도 크게 증가하고, 배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도로 물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환경오염도 크게 줄일 수 있다. 김 연구원은 “경제성장의 동력을 구축하지 않고 복지 등 세부적인 것에 대한 정책만 제시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라며 “생산적인 정책을 통해 소득 3만불 시대를 위한 경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이 전 시장 정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이 큰 공을 들인 내륙운하 사업은 오는 9월 30일에 1차 연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분야별 전문 교수진으로 구성된 정책자문단이 TF팀 역할
정책에 승부수를 던진 이 전 시장은 대선캠프 구성에 앞서 정책자문단을 먼저 구성했다.이에 대해 조해진 언론특보는 “우리는 조직을 위한 조직은 만들지 않을 계획이다. 시대의 흐름이 조직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끝났기 때문이다”며 “올 연말이 넘어가야 대선캠프가 구성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조 특보는 “올해 하반기까지는 컨텐츠를 준비하고, 내년 초에 대선캠프를 가동하면서 한나라당 경선을 준비할 것”이라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춘식 전 특보는 “대선캠프가 마련되면 여의도에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당심 민심 같으려면 100% 국민완전경선제 도입해야"
한편 이 전 시장이 대권행보의 중심을 ‘정책개발’로 잡았다 할지라도, 정치권과 무관하게 정책만 제시해서는 대권을 잡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특히 지난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통해 전면화된 ‘박-이 대리전’에서 이 전 시장이 박근혜 전 대표에게 밀리는 양상을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이 전 시장이 대권을 앞두고 한나라당을 탈당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심심찮게 보도됐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 이 전 시장측은 한 목소리로 강하게 부인했다. 조해진 특보는 “이 전 시장이 탈당할 것이라는 말은 내부 사정을 아무것도 모르고 탁상공론으로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거나, 의도를 갖고 이 전 시장을 음해하려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며 “확실히 말하지만, 탈당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춘식 전 특보도 “탈당은 가당찮은 말”이라며 “지커보면 알겠지만 이 전 시장은 돌쇠같은 사람이다. 탈당이라든가 그런 것은 생각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이 대리전’이었던 지난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일방적인 승리를 거둬 한나라당이 박 전 대표의 친청체제로 변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전 시장 측이 “탈당을 없다”고 자신있게 주장하는 것에는 나름의 묘책이 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생긴다. 그리고 실제로 이 전 시장측은 잇따른 발언을 통해 100% 완전국민경선제로의 경선방식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을 은근히 시사했다. 먼저 이춘식 전 특보는 “당대표를 뽑는 것과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것은 틀리다. 당대표는 대의원들이 뽑았지만, 대통령은 국민들이 뽑는 것이기에 대의원들도 민심을 중요시 해야 한다”며 “당심과 민심이 다르면 안된다”고 주장했다.이어 이 전 특보는 “지난 전당대회를 보면 당심과 민심 틀리는 문제가 생기지 않느냐”며 “그런 측면에서 100% 국민경선제를 하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해진 특보도 내년도 경선준비를 위한 별도의 TF팀이 구성되지 않은 것과 관련 “물론 내년에 경선을 하려면 그것을 준비하는 조직이 필요하겠지만, 경선 규정이 언제 바뀔지 모르니 지금 조직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나라당의 대권주자 경선 방침은 대의원 투표 및 여론조사 결과를 50:50으로 합산, 대선 6개월 전에 대권후보를 결정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그런데 이 전 시장측에서는 이 같은 규정이 변화될 것이라는 데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경선규정이 변하기 위해선 당내 의원들의 지지가 필수 요소다. 이같은 정황을 반영하듯 이 전 시장의 핵심 참모 중 한 사람은 “최근 이 전 시장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개별적으로 접촉해 밥을 먹거나 하며 얘기를 나눈다”며 이 전 시장의 행보를 귀띔했다. 이 전 시장이 경선방식의 변화를 위해 한나라당 의원들과 물밑 접촉을 벌이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에 이 전 시장이 비전있는 정책 제시를 통해 민심을 잡고, 그 민심을 바탕으로 대권을 거머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류승연 기자<매일일보닷컴 제휴사=폴리뉴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