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기업적 행보만으로는 한계…안보에 대한 인식전환 절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당의 지지율에 해가 될 것 같으면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면대결도 불사한다. 지난 6일 청와대 오찬과 관련해 흘러나오는 뒷얘기들은 김 의장이 자신과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각오가 보인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민심이 현 정부에서 완전히 떠났다. 민주개혁세력 전체가 위기에 빠졌다. 대통령도 변해야 한다”고 노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최근 경제단체 수장들을 만나는 등 친기업적 태도를 명백히 하고 있는 것은 특히 눈길을 끈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당의 정체성 문제를 거론할 정도다. 그는 경제단체장 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4대그룹 총수와도 만난다. 김 의장이 기업인들을 만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투자를 촉진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얼어붙은 기업들의 투자의욕이 살아나지 않고서는 서민경제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김근태 의장이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이로 인해 정권 재창출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경제문제에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노무현 정권의 각종 반기업적 경제정책들이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꺾고 외국인의 투자도 막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자리 창출이 되지 않아 실업자가 늘고, 이런 현상은 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으로 나타난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김 의장의 달라진 모습은 그에 대해 ‘좌파 근본주의자’ 쯤으로 알고 있는 일반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만약에 김 의장의 친기업적 행보가 기업들의 협조를 얻어내 투자활성화와 고용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면, 김 의장의 이미지 개선은 물론 대권후보로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게 틀림없다. 그렇지만 김근태 의장이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자신의 대권후보로서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한 발짝 더 나아가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김 의장, 경제 살리기에 안보 불신 해소까지 맡아야
노무현 정권이 국민들로부터 완전히 ‘왕따’를 당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은 김 의장이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듯이 노무현 정권 들어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너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즉 경제 악화가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들의 민심이반을 초래했다.대북정책, 평화와 화해 두 축 유지해야
그러기 위해서 대북정책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 김희상 전 보좌관이 얘기한 대로 평화정착과 화해라는 두 축을 함께 가져가야 한다. 안보를 튼튼히 한 터 위에 화해협력을 해도 해야 하는 것이다. 경제문제를 푸는 데도 안보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안보가 불안해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먼저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다. 국내 기업들 역시 불안해서 투자를 꺼릴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되면 김 의장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급속한 성장을 해온 것이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튼튼한 안보 때문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만약에 김 의장이 남북관계의 근본 틀까지 바꾸려고 할 경우 정부-여당은 물론 좌파시민단체들로부터 엄청난 반발에 직면할 것이다. 김근태 의장은 8일 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욕먹을 각오가 돼 있다.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는 것 말고는 길이 없다”고 했다. 정말 김 의장이 대권에 욕심이 있다면 욕이 아닌 돌멩이를 맞을 각오로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 김 의장이 국민들 20%만 동의하는 대북 굴종적 정책을 고수하는 한 아무리 친기업적 태도를 보이면서 변화를 모색해도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형수 기자<매일일보닷컴 제휴사=업코리아>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