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지나치게 신중한 행보를 보여온 고건 전 총리지만, ‘고건 대통령’을 만들기 위한 정치권 원외 조직은 여느 후보에 뒤지지 않을만큼 사회 각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
드러낼만한 정치권 내 조직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외곽조직은 현 상황에서 고 전 총리의 가장 든든한 아군이 되고 있다.
외곽조직 중에서도 <미래와경제>ㆍ<다산연구소>ㆍ<동숭포럼> 등은 사회 각층의 전문가들이 모여 고 전 총리에게 정책적ㆍ전문적 자문을 하고 있는 모임들이며, <초당회>ㆍ<보름회>ㆍ<상록회>ㆍ<문경회> 등은 고 전 총리가 공직시절 인연을 맺은 개인인맥을 중심으로 고 전 총리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고 전 총리는 <경기고 동창모임>, <서울대 정치학과 동창 모임> 및 <고시 13회 동기모임>도 꾸준히 챙기고 있으며, 택시기사들의 봉사모임인 <사랑실은 교통봉사대>의 고문도 맡아 이들과의 인연도 이어가고 있다.
고 전 총리를 지지하는 지지자들로 구성된 대중적 모임도 고 전 총리의 어깨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온라인을 매개로 구성된 이들 모임은 <우민회>ㆍ<우민산우회>ㆍ<국민통합을 위한 고건대통령후보 추대 전국청장년연대(고청련)>ㆍ<고건과 함께 희망을 여는 사람들(GK PEOPLE)>ㆍ<대한민국 희망 이끔이 청년 클럽 YGK> 등으로서 ‘고건 대통령 만들기’를 목표로 적극적인 여론 수렴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김덕봉ㆍ이수현ㆍ김중수 등 전직 총리실 관련 인물들이 고 전 총리의 측근거리에서 보좌역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김용정ㆍ고재방ㆍ김중수ㆍ강홍빈 등 교수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들도 고 전 총리 곁에서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다.
이렇듯 현재까지 ‘고건 캠프’라 불릴만한 조직이 체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 전 총리는 전문가 조직ㆍ대중 조직ㆍ인맥 조직 등을 통해 골고루 외곽 지원을 받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구심점이 없다보니 내부적으로는 조직별ㆍ개인별로 잡음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런 혼란은 오는 28일 고 전 총리가 주도한 <희망한국국민연대(이하 희망연대)>가 창립발기인 총회를 갖고 나면,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여러 조직들이 <희망연대>를 중심으로 구심점을 이뤄나가, 올 연말을 넘어가면 ‘고건 캠프’라는 명칭 하에 교통정리가 될 전망이다.
사회 각층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조직서 정책적 자문
고 전 총리의 여러 조직 중 가장 먼저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고 전 총리의 씽크탱크로 알려진 <미래와 경제>다. 사회 각 분야 전문가가 포진돼 고 전 총리에게 정책적 자문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래와 경제>는 고 전 총리 외 152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해 활동하고 있다.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회장은 이세중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맡고 있으며, 김영환 선인터내셔날 대표가 운영위원장을,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ㆍ최열 환경재단 대표ㆍ신수현 전 여성경제인협 회장ㆍ김용정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ㆍ박병윤 전 한국일보 사장 등 각계 인사 10명이 이사회를, 김진현 세계포럼이사장이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다.
종로 5가에 있는 <미래와 경제> 사무실은 고 전 총리의 임시 캠프 역할을 하고 있는데, 특히 이곳은 특정 사안이 있을 때마다 고 전 총리를 비롯한 참모진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장소로 이용되는 게 특징이다.
8일에도 이 곳에는 김덕봉 전 총리수석을 비롯한 여러 참모진들이 모여 오전 9시부터 점심때까지 릴레이 회의를 벌였다.
또한 <미래와 경제>는 산하에 연령별(20~30대, 40대, 50대 등)로 나뉜 분과위원회가 구성돼 고 전 총리의 희망연대와 뜻을 같이할 오피니언 리더(Opinion Leader, 사회집단 내에서 다른 사람의 사고방식ㆍ태도ㆍ의견ㆍ행동 등에 강한 영향을 주는 사람)들을 모집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곳 관계자는 <폴리뉴스>와의 만남에서 “연령별로 나눠 분과위원회를 운영하는데, 각각의 분과위원회의 위원장들은 각자의 연령대에 맞는 오피니언 리더들을 모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이 분과위원회들은 <미래와 경제>의 분과위원회 형식을 띠고 있지만 사실 <미래와 경제>보다는 고 전 총리의 사람들을 모으는 고 전 총리 직속 위원회 개념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고 전 총리가 정책적 자문을 구하는 전문가 조직으로는 <다산연구소>와 <동숭포럼>을 들 수 있다.
<미래와 경제> 회장인 이세중 전 대한변호사 협회 회장을 비롯해, 김상하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서울시 부시장을 지낸 강홍빈 서울시립대 교수, 김재순 전 국회의장, 정경균 서울대 명예교수, 한종훈 아프리카미술박물관장, 김진수 총회신학연구원 교수 등이 고 전 총리와 동숭동의 찻집에서 정기적 모임을 가졌던 <동숭포럼>의 맴버들이다.
고 전 총리가 고문을 맡고 있는 <다산연구소>도 눈여겨 봐야 한다. 고 전 총리는 총리 퇴임 후 제의가 들어온 고문직 중 다산연구소 고문직을 처음으로 수락했고, 다산연구소는 고 전 총리에게 ‘우민’이란 호를 지어주었다. 현재 이 곳은 인터넷 신문으로 개편될 준비를 하고 있기도 하다.
공직생활로 인연 맺은 개인 인맥 조직도 잠재적 아군고 전 총리가 ‘사람 욕심’이 많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36년간의 공직생활을 통해 수많은 모임을 만든 것을 보면 고 전 총리의 ‘사람 욕심’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먼저 <초당회>는 고 전 총리가 전남도지사를 하던 시절에 연을 맺게 된 인사들과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모임이며, <보름회>는 역대 장ㆍ차관을 지낸 사람들로 구성된 모임으로 매달 15일에 모여 <보름회>라고 이름이 지어졌다. 민주당 신중식, 최인기 의원 등도 <보름회> 멤버들이다.
<상록회>는 고 전 총리가 미국 하버드대학 유학시절에 만난 사람들이 모여 일주일에 한번씩 테니스를 치는 모임이고, <문경회>는 문민정부 시절 마지막 내각 각료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또한 고 전 총리는 <경기고 동창모임>, <서울대 정치학과 동창 모임> 및 <고시 13회 동기모임>도 꾸준히 챙기고 있다.
대중 조직인 지지자들의 모임, 온라인 매개로 세 확산
고 전 총리의 대중 조직인 지지자들의 모임도 나날이 세를 넓혀가고 있는 추세다. 이 조직들은 온라인을 매개로 구성돼 봉사활동 등의 활동으로 고 전 총리의 인지도를 넓히며 고 전 총리를 후방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조직으로는 <우민회>ㆍ<우민산우회>ㆍ<고청련>ㆍ<(GK PEOPLE)>ㆍ<대한민국 희망 이끔이 청년 클럽 YGK>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고건 대통령 만들기’ 사이트가 모태인 <우민회>는 8월 8일 현재, 회원이 4만5천명에 이를 정도로 큰 세를 형성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우민회측 관계자는 “우리가 관리하는 인원이 온라인으로는 7천명, 오프라인으로는 3만2천명, 도합 4만5천명 정도”라며 “오프라인 회원은 각 지부별로 <우민회> 합류 의사를 밝힌 노인들하고 나이 드신 분들이 가입신청을 해 회원이 된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우민회>는 현재 서울 동부ㆍ서울 서부ㆍ서울 북구ㆍ경기 남부ㆍ전남ㆍ전북ㆍ광주ㆍ제주ㆍ부산ㆍ대구 등 10여곳에 지부를 갖고 있다. <우민산우회> 역시 전국 16개 시도지부를 갖추고 있으며, 회원도 지부별로 200~3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청련>과 <(GK PEOPLE)>도 최근 창립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많이 노출되면서 회원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전직 총리실 출신 및 교수진으로 구성된 전문 인사들이 보좌역
고 전 총리 캠프가 구성되지 않아 수행팀이 따로 마련되지 않은 현재, 고 전 총리 곁에는 몇 명의 중요한 참모진이 항시 대기하며 고 전 총리를 보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전직 총리실 출신이거나, 교수 등의 전문가 출신으로 구성돼 있는 게 특징이다.
언론에 가장 많이 노출된 이는 김덕봉 전 총리 공보수석으로 김 전 수석은 대외 언론을 담당하고 있다. 특정 사안이 있을 때마다 고 전 총리는 김 전 수석을 통해 입장을 발표한다.
김용정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도 핵심 참모 중 한 사람이다. 김 전 국장은 <다산연구소> 대표이자, <미래와 경제> 이사이기도 하며, 고 전 총리 곁에서 정무쪽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전 청와대비서관을 지낸 고재방 광주대 교수와 김중수 전 한국개발(KDI) 연구원이 정책쪽을 담당하고 있다. 고 전 총리 밑에서 총리실 홍보를 맡았던 이수현 국장은 의정과 일정 관리를 하고 있으며, 서울시 공무원 출신인 박종열씨는 연설쪽을 맡고 있다.
김덕봉 전 수석은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측근이라는 건 없지만 김용정 전 국장이랑 고재방 광주대 교수. 강홍빈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등이 자주 만나면서 보좌하고 있다”며 “아직 공식화된 조직은 아니기에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의 명단을 밝힐 수는 없으나, 많은 사람들이 고 전 총리 일에 발룬티어 형식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참모진들은 고 전 총리와 함께 <미래와 경제>사무실에서 참모회의를 한다. 참모회의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회의 주제에 따라 바뀌지만, 핵심 참모진은 대부분 모든 회의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참모회의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고 전 총리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의견교환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덕봉 전 수석은 “고 전 총리와 전화와 이메일 등을 통해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다”며 “중요한 건 이런 수단을 통해 의사전달되는 창구가 있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조직의 구심점 없어 내부 갈등 빈발
한편 고 전 총리 캠프의 중심이라 할만한 구심점이 없는 상태에서, 이렇듯 방대한 조직과 개인이 고 전 총리의 대권행을 돕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도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부 분열이 자주 목격되는데, 특히 이 같은 문제는 내부 조직 간 “누가 고건과 더 가깝나?”라는 권력다툼의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리고 이 같은 권력다툼으로 인해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우민회>의 한 관계자는 “외곽 조직의 중심은 <우민회>다. <우민회> 외 다른 대중 조직들은 모두 야욕을 품고 여기서 파생돼 나간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내부 사람들끼리 서로를 헐뜯는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고 전 총리측 관계자 A씨는 “예전 총리실에서 있던 사람들은 과거에 묶여있어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며 “그 사람들이 전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전 총리측 관계자 B씨는 “고 전 총리 옆에 사람들 출신이 전부 호남이다. 호남판이다”며 “그들이 조직 내에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몰아내고 자기들이 기득권을 쥐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혼란은 구심점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방대한 여러 조직 및 인사들이 한 바구니 안에 틀을 갖춰 체계화되지 않았기에, 향후 틀이 잡히는 과정에서 서로가 위에 서려고 상대편을 비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혼란은 오는 28일 고 전 총리가 주도한 <희망연대>가 창립발기인 총회를 갖고 나면, <희망연대>를 중심으로 교통정리가 되면서 내부 갈등도 줄어들 전망이다.
김덕봉 전 수석은 “고건 캠프가 생긴다면 <희망연대> 사무실이 고건 캠프가 될 것”이라며 “정식으로 캠프가 구성된 후에 여러 조직도 정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고건 캠프의 구성이 구체화되는 시기는 올 연말이 지난 시점으로 내다봤다.
이에 올 연말에 고건 캠프가 어떤 모습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현재 산발적으로 분포돼 있는 고 전 총리의 산하 조직들이 어떤 체계로 질서가 잡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류승연 기자<매일일보닷컴 제휴사=폴리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