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혈액제제·백신 분야 차별화 전략
매출 10% 이상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 미래지향적 가치 실현
[매일일보 김형규·홍승우 기자] 글로벌 제약시장의 후발주자인 우리나라 제약업계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양강장제, 비타민제 등 건강과 관련된 일반의약품과 제네릭(복제약) 생산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 2010년대 들어서는 국민들의 보건·위생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제약산업이 기술집약도가 높은 첨단 부가가치 산업으로 재조명 받게 되며 분위기가 달라지게 됐다. 지난해에는 한미약품이 다국적 제약사들과 8조원이 넘는 기술수출 계약에 성공하기도 했다. 또한 몇몇 제약사들이 꾸준히 세계 시장에 노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제네릭에 의존했던 제약업계에서 한미약품과 같이 R&D 사업에 집중 투자하기에는 ‘실패’라는 리스크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에 <매일일보>에서는 ‘비상’과 ‘도태’의 기로에 서 있는 국내 제약사의 현황을 11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세계 세 번째 B형 간염백신 개발한 녹십자1967년 창립한 녹십자는 ‘만들기 힘든, 그러나 꼭 있어야 될’ 특수의약품 개발을 통해 다른 제약기업과 차별화를 꾀하며 국내 생명공학산업을 선도해왔다. 1983년에는 12년간의 오랜 연구 끝에 세계에서 세 번째로 B형 간염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 녹십자가 개발한 B형 간염백신인 ’헤파박스‘는 13%대에 달하던 국내 B형 간염 보균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떨어뜨려 국민보건 증진에 획기적인 기여를 했다.B형 간염백신 개발에 성공한 녹십자는 그 이후에도 ‘혈액제제와 백신’이라는 일관된 길을 걸어 왔다. 이렇게 특화된 분야의 개발 역량과 노하우는 고스란히 글로벌 시장을 넘볼 수 있는 ‘실력’이 됐고 그 실력을 바탕으로 녹십자는 글로벌 시장에 노크를 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에는 캐나다에 혈액제제 공장을 착공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면역글로불린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 품목 허가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국내 제약사로는 최초로 A형 독감 바이러스 두 종류와 B형 바이러스 두 종류를 모두 예방할 수 있어 차세대 백신이라 불리는 4가 독감백신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선택과 집중에 전문성까지… 북미시장 진출 목전녹십자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여러 가지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우선 아이비글로블린-에스엔의 미국 FDA 허가가 기대된다. FDA허가는 글로벌 사업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인 만큼 지난 5년여 동안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했다. 오창에 혈액제제 공장을 증설하고 있는 것도 녹십자가 제품 글로벌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이다.지난 2014년 캐나다에 현지법인 GCBT를 설립한 녹십자는 현재 퀘벡주에 혈액제제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2019년 이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캐나다에서 혈액제제를 수입해 공급하는 다른 다국적 제약사들보다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녹십자는 이곳을 생산거점으로 삼아 북미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녹십자는 국내 최대 규모의 혈액제제 제조사로서 진입 장벽이 높은 북미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성장 가능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전 세계 혈액제제 시장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11%씩 성장해 현재 약 220억달러(25조5000억원) 규모다. 특히 미국 시장이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혈액제제 분야는 대규모 설비 투자와 고도의 운영 경험이 필요해 공급사가 적다. 미국 박살타와 호주 CSL, 스페인 그리폴스 등 몇몇 다국적 제약사가 세계 공급량의 7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진입 장벽이 높은 만큼 부가가치도 크다. 혈액제제 중 하나인 면역글로불린의 미국 시장 가격은 국내의 4배다.혈액제제 생산에 필요한 핵심 원료인 혈장(혈액에서 세포를 제외한 액체성분) 확보를 위해 녹십자는 2009년 미국 현지법인 GCAM을 세우고 이미 혈액원도 9곳이나 개원했다. 이들 혈액원이 공급할 수 있는 혈장양은 연간 최대 45만리터(ℓ) 규모다.◇ 국내 백신 시장 넘어 글로벌 백신 시장 리더로녹십자의 또 다른 주력인 백신 사업은 두드러진 수출 성과를 보이고 있다.지난해 백신 수출액은 8700만달러를 기록, 전년 대비 약 50% 성장했다. 특히 독감백신 부문 성과가 돋보인다. 녹십자는 2009년 국내 최초로 독감백신을 개발해 국내 백신 주권 시대를 열었다.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일찌감치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린 덕분에 해외에서 독감백신 수주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매출 10% 이상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 미래지향적 가치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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