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주권 회복 등 대기업 농업진출 긍정적 사례도 있어
[매일일보 이한듬·최수진 기자] 대기업의 농업진출은 농민에 대한 생존권 침해 논란으로 농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국내 농업의 혁신과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공존한다.
거대 자본력과 첨단 기술력을 보유한 대기업이 농업산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할 경우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무대에서의 ‘농업한류’를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업, 첨단산업 걸맞는 스마트화 필요
농업은 과거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꼽혔지만, 근래 들어서는 점차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으로 발전하는 추세다.
과거에는 종자관리에서 재배, 수확,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쳐야 했다면, 현재는 첨단 기술력을 이용한 클러스터 구축으로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혁신을 꾀하고 있다.
미국, 독일, 네덜란드 등 농업 선진국은 이미 ICT 기술을 이용해 넓은 농지를 체계적으로 관리, 농작물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최근 농업사업 진출로 논란을 빚은 LG CNS 역시 첨단 기술을 이용한 농업혁신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 CNS가 2022년까지 3800억원을 투자해 23만평 규모의 새만금산업단지에 조성하는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된 첨단 농장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각종 IT 기기와 연계해 온도·습도·일조량 등 농작물의 생육환경을 원격제어하고, 빅데이터 구축을 통해 각 작물에 맞는 최적의 생육환경을 조성한다.
이렇게되면 수확량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은 물론, 품질관리 체계 또한 강화할 수 있어 농업생태계 혁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더욱이 농업 생산인구가 점차 감소하고, 농촌 사회의 고령화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시점에서 첨단기술을 접목한 농업혁신은 필수라는 지적이다.
우리 정부도 농업의 스마트화에 힘을 싣고 있다. 농촌진흥청는 스마트폰으로 최신 농업기술개발 소식을 받아볼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서비스 하고 있고, 스마트폰으로 온실을 원격으로 관리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보급하는 등 농업 환경 혁신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농민 협력으로 농업 고부가가치화 해야
대기업의 기술과 자본력이 농업계에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온 사례도 있다.
올해 상반기 LG화학에 인수된 팜한농은 지난 2014년 작물보호제 제품에 QR코드를 도입, 작물보호제의 안전한 사용은 물론, 생산 실적, 출하 이력, 재고, 반품 관리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생산, 물류, 유통 시스템을 체계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팜한농은 또한 지난 2013년 ‘몬산토코리아’의 종자 사업을 인수하면서 우리나라 농작물 생산의 기초가 되는 종자 주권 확보에도 기여한 바 있다.
몬산토코리아는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국내 종자분야 1위였던 흥농종묘와 3위 중앙종묘를 인수해 설립한 세미니스코리아를 다국적기업인 몬산토가 다시 인수하면서 만들어진 회사다.
당시 흥농과 중앙 외에도 서울종묘는 노바티스(현 신젠타), 청원종묘는 일본 사카다에 각각 인수합병되면서 국내 4대 종자기업들이 모두 다국적기업에 넘어가 토종 유전자원과 육종기술이 유출되는 등 식량 안보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다. 하지만 동부가 다시 이를 인수함으로써 종자주권을 회복했다는 평가다.
SK그룹 역시 세종창조경제센터를 통해 스마트팜 보급 사업을 전개, 농업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보탬이 됐다.
지난 1년간 평창, 문경, 강진 등 3개 농촌지역에 시범 마을을 선정, 스마트팜 시설을 설치하고 지능형영상보안장비, 태양광발전소와 태양광집열판 등을 지원한 결과 생산성 22.7%를 향상시키고 운영비 27.2%를 절감한 것.
재계에서는 기업과 농촌의 협력을 통한 농업 산업의 발전을 제안하고 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지난해 말 열린 ‘2015 농촌사회공헌인증서 수여식’에서 “농촌 사회공헌에 열심인 기업들이 있어 우리 농촌이 더욱 경쟁력을 갖고 농산물이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경제계와 농촌이 힘을 모아 우리 농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시키자”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