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대선필패' 정당이 되어버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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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대선필패' 정당이 되어버린 이유
  • 매일일보
  • 승인 2006.08.1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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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대한 콘텐츠 쌓기를 게을리 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다
한나라당과 시민사회단체간 연석회의가 17일 진행되었다. 중도보수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들은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에게 '쓴소리'를 쏟아냈고, 집단적으로 채찍을 맞은 한나라당은 '열심히 하겠다'며 연실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공허함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시민사회단체 지도자들의 발언은 거의 50 : 50 수준으로 원칙론적인 부분과 정치공학적인 부분이 섞여있었고, "한나라당이 당 해체에 버금가는 강도높은 쇄신과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문만 있을 뿐 왜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쇄신과 변화를 거부해왔는지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은 제시되지 않았다.사실 한나라당이 이와같은 질타와 비판을 받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1997년 DJP연대에게 패배하여 처음으로 정권을 내주고 난 후에도 그러했고,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에 무방비 상태로 뒤통수를 얻어맞고 또다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고 난 후에도 그러했다. 역사는 반복되면서도 조금씩 진보하기 마련인데 한나라당의 경우를 보면 반복될 뿐 단 1%의 진보도 찾아보기 어렵다. 오늘 쏟아져나온 시민사회단체들의 비판도 그 내용이 4년전, 아니 9년전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왜 한나라당은 '대선필패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채로 '재보선 및 지방선거 전문당'으로 전락하고 만 것일까? 그 이유를 찾지 못하는 한 정권교체는 여전히 요원할 수 밖에 없다.
대통령선거의 특수성을 이해 못하기 때문에 계속적인 패배 거듭한다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우리는 네번의 대통령선거를 치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우등생보다는 단기간에 '벼락치기' 공부를 한 사람이 승리하였다. 1987년 대통령 선거의 경우 '준비된 대권후보'인 김영삼-김대중을 물리치고 6.29선언으로 '벼락치기' 공부한 노태우가 당선되었고, 1992년 선거 역시 3당합당으로 '벼락치기' 공부한 김영삼이 당선되었다. 1997년의 경우 또한 'DJP 연합'을 들고나온 김대중이 막판 뒤집기로 승리를 거두었다. 2002년 노무현 역시 정몽준과의 후보단일화라는 '벼락치기'로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왜 이러한 현상이 빚어지는 것일까? 그것은 민심이 대통령선거에 부여하는 특별한 의미를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십년에 걸친 권위주의 정권을 경험한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선거를 총선이나 지방선거와는 확연히 구별하여 투표에 임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따라서 투표행태는 물론, 관심을 갖게되는 어젠다 역시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게 된다. 그것에 착안하여 미래에 대한 콘텐츠 쌓기에 집중한 자는 대권을 얻게되고, 평소 공부하던대로 그대로 밀고나간 자는 분루를 삼킬 수 밖에 없다.한나라당의 두번에 걸친 실패는 바로 이와같은 대통령선거의 특수성을 외면하였기 때문이다. 대입 전형을 위한 내신성적을 평가할 때에 고3 = 50%, 고2 = 30%, 고1 = 20% 등 가중치를 부여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다수 국민들 역시 대권후보들의 과거-현재-미래에 대해 각각 가중치를 부여하게 된다. 총선과 지방선거의 경우 그 가중치가 대체로 과거 = 50%, 현재 = 30%, 미래 = 20%의 분포를 이루는 반면, 대통령선거의 경우 이와는 정반대로 과거 = 20% , 현재 = 30%, 미래 = 50%의 분포를 이루게된다.이러한 차이는 선거 결과가 국민들의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요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상당수의 국민들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구 국회의원 혹은 관할 구청장 혹은 도지사 · 시장 · 군수가 자신들의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느끼는 반면 대통령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는 과거 공부 열심히 하여 좋은 성적을 얻은 것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는 반면, 대통령선거의 경우 지금까지 얼마나 성적이 좋았냐는 부분보다는 앞으로 얼마나 좋은 성적을 낼 것이냐에 더 큰 가중치를 부여할 수 밖에 없다. 1997년과 2002년 이회창의 거듭된 패배는 이러한 대통령선거의 특수성을 간과하였기 때문에 초래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자신이 김대중보다 공부를 더 잘했고, 늘 우등생으로 살아왔다는 것이 앞으로도 김대중보다 공부를 더 잘할 것이라는 부분으로 논리가 연결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김대중의 경우 김종필-박태준-이한동과의 지역-이념-정책 연대로 '친북좌파'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였고, 정동영-추미애-김민석-신계륜 등 소장파들을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젊고 부드러운 뉴 DJ 플랜'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다. 한마디로 코피가 날 정도로 강도높은 '벼락치기' 공부를 한 셈이다.2002년 노무현의 경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4년 10개월 동안 줄곧 '전교 1등'을 하며 대세론을 형성해온 이회창에 맞서 '정몽준과의 후보단일화' 및 '전쟁이냐 평화냐'를 부각시킴으로써 '벼락치기' 공부를 하였다. 이회창은 뒤늦게 "노무현은 지금까지 전교 꼴찌였기 때문에 1등하겠다는 그의 말을 믿어서는 안된다"며 역공을 취했지만 이미 때를 놓쳐버린 후였다. 여전히 이회창은 자신이 줄곧 전교 1등을 해왔다는 말만 반복할 뿐 앞으로도 계속 전교 1등을 할 것이며 그것이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지 못했다. 오늘날 한나라당의 행보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친북좌파 집권 저지', '무능부패 정권 심판', '한미동맹 와해 저지', '제2의 건국운동' 등의 구호는 한결같이 미래가 아닌 과거와 현재를 향해있다. 이와같은 상황에서 개혁-통일-자주-기회균등-빈곤퇴치 등 미래지향적 컨텐츠를 쏟아내고 있는 열린우리당에게 어젠다를 선점당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귀결이다. 물론, 과거와 현재의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재보선과 지방선거에서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대통령선거에서는 어젠다와 컨텐츠에 있어서 좌파 진영에게 크게 밀릴 수 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한 한나라당의 집권은 불가능하다. 스스로가 우등생이라는 착각에서 하루빨리 빠져나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할 수 있는 컨텐츠를 '벼락치기'로 공부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어야만 한다. 김대중에 대해서도 노무현에 대해서도 벤치마킹을 거부하는 한나라당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에 의해 '빨갱이'라는 주홍글씨가 각인되었던 김대중이 국민적 정치인으로 부상하게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88년 4월 총선이 제공하였다. 헌정사상 최초의 '여소야대' 국회에서 제1야당 대표의 위상을 확보한 김대중은 즉각 '야3당 정책협의회'라는 것을 구성, 여당인 민정당을 압박하였다. 양김 분열로 군부독재 세력에게 정권을 넘겨준 것에 피눈물을 흘렸던 상당수 국민들은 김대중의 리더쉽 하에 청와대와 민정당을 자유자재로 압박하고 주무르는 맛에 한줄기 햇빛을 보게 되었고, 이와같은 김대중의 리더쉽 부각에 위기의식을 느낀 노태우-김영삼-김종필의 3인이 결국 '3당합당'이라는 대형사고를 일으키게 되었다. 결국 김대중은 통합형 리더쉽을 보여주었고, 이것이 '민주화 투사'였던 그를 '통합과 조정에 능한 대중정치인'으로 새롭게 이미지 메이킹한 셈이다.
노무현의 경우는 이와 조금 다르다. 김대중이 통합형 혹은 조정형 리더쉽이었다면 노무현은 선지자형 혹은 전도사형 리더쉽에 가깝다. 선지자 혹은 전도사는 미래를 내다보면서 이에 대한 꿈과 희망을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있다. 비록 집권 이후에 대부분의 계획이 일그러지거나 망가지기는 했지만 그가 일관성있게 주장해온 지역주의 극복, 한국 중심의 동북아질서,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통한 전쟁억지 등의 청사진은 대중들에게 충분히 어필했으며, 3당합당 반대, 호남기반 정당 후보로서 거듭된 영남 출마 등 몸으로 직접 보여주는 인고의 시간들은 그의 미래 청사진에게 신뢰성과 무게를 더해주는 역할을 하였다. 더욱이, 집권당 후보라는 간판을 과감하게 집어던지면서까지 '후보 단일화'에 임하는 모습은 그의 인간성에 진정성을 불어넣어 주었다.과연 한나라당의 대권후보들은 이처럼 미래를 잡으려는 노력을 현재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2년반동안 제1야당 대표였던 박근혜는 민노당을 제외한 민주당-국민중심당과 중도보수 3당 정책협의회를 가동시킴으로써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분명 있었다. 뿐만 아니라 고건-이인제-김혁규-이부영 등 과거 한나라당 혹은 민정당에 몸담았던 정치인들에게 과감하고도 조건없이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한나라당 주도의 정계개편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도 있었다. "지금 국가가 위기상황에 놓여있다"고 말로는 심각하게 외치면서도 통합의 리더쉽도, 조정의 리더쉽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70여석에 불과했던 김대중이 성사시킨 것을 120석이 넘는 박근혜는 성사시키지 못했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을 향해 한줄기 햇빛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에 미치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현격한 능력 부족의 문제일까?통합형 혹은 조정형 리더쉽 쪽에 가까운 박근혜와 달리 이명박은 선지자형 혹은 전도사형 리더쉽 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상고 졸업이 유일한 학벌이고, 인권변호사 경력이 전부인 노무현과 달리 그는 고려대 졸업에 현대건설 회장이라는 막강한 커리어를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통령'이라고 불리는 서울시장직까지 역임하였다. 그런 그가 내놓은 청사진이라고는 '청계천 복원', '강북 뉴타운'과 '내륙운하' 정도가 전부이다. 국민들 대다수가 관심을 갖는 남북관계, 한미동맹, 통일문제, 선진사회, 성장동력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심각한 콘텐츠 부족을 드러내고 있다. 그야말로 노무현의 수준을 뛰어넘을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세가지 콘텐츠는 산자부장관, 건교부장관 혹은 서울시장 수준에서 논의될 컨텐츠일 뿐 대통령으로서의 격에 맞는 것은 아니다.결과적으로, 박근혜는 통합형 혹은 조정형 리더쉽을 주창하면서도 김대중에게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고, 이명박은 선지자형 혹은 전도사형 리더쉽을 주창하면서도 노무현에게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40~50%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고, 박근혜나 이명박 모두 20% 중반의 지지율로 김근태-정동영-강금실 등을 압도하며 1~2위를 다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선 전망에 대해 적지않은 국민들이 부정적인 느낌을 갖게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들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다보니 벤치마킹 대상도 못 찾고 있을 뿐아니라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도 못하고 있다. 10%대 초반의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이 아직까지 건재하면서 여전히 '정권 재창출'을 노래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은 벤치마킹도 교훈도 모두 거부하는 한나라당을 통해 희망을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남은 1년 6개월, 모든 시나리오가 가능할 만큼 긴 시간이다한나라당이 최근 보여주고 있는 고질병은 또 있다. 바로 대통령선거에 대한 지나친 조바심이다. 박근혜-이명박-손학규 모두 언론홍보를 통한 이미지 쌓기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미래를 향한 청사진과 콘텐츠 개발을 소홀히 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미래 청사진과는 별도로 대통령 후보로서의 미래 청사진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박근혜와 이명박이 구체적인 청사진에 있어서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전혀 알 길이 없다. 혹시라도 두 사람 모두 정책과 청사진 개발은 모두 당에게 떠넘기고 자신들은 오직 이미지만 쌓아나가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미 정치권에 진입해있거나 언론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앞으로 남은 1년 6개월이 대단히 짧은 시간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대다수 국민들, 특히 20대와 386세대에게는 대단히 긴 시간이라는 것을 한나라당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금년말까지 내가 무사히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지, 나의 사업체가 온전할 수 있을지, 혹은 전쟁 없이 무사히 군생활을 마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청장년들의 입장에서 놓고 볼 때에 1년 6개월 후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대단히 '팔자 좋고 한가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대선승리'나 '정권교체'보다 '민생안정'과 '국가안보'를 앞세우는 모습을 한나라당이 보여주지 않는한 결코 이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한나라당이 특히 20대와 386세대로부터 '웰빙정당' 혹은 '구태정당' 이야기를 많이 듣는 이면에는 이와같은 메커니즘이 숨겨져있다. 국민은 오늘 먹고살 걱정에 여념이 없는데 어째서 한나라당은 온통 1년 6개월후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가?지금 한나라당과 박근혜-이명박-손학규 '빅3' 대권후보가 보여주어야 할 모습은 이미지 쌓기를 위한 '벼락치기'가 아니다. 바로 미래를 향한 청사진의 밑바탕이 될 수 있는 튼튼한 기초 콘텐츠를 쌓는 것이어야 한다. 혼자의 힘으로 안될 것 같으면 세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장점을 발휘하면서 콘텐츠를 공유해가는 모습이라도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벼락치기' 이미지 쌓기만을 하다보면 정작 '벼락치기'를 해야할 내년 하반기에는 '체력 부족'과 '콘텐츠 부족'으로 또다시 실패의 전철을 밟을 수 밖에 없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1년 6개월이 긴 시간인데 이들의 입장에서는 너무 짧게 느껴지다 보니 미래 콘텐츠를 쌓기 위한 '벼락치기'를 해야할 시점에 이미지 쌓기를 위한 '벼락치기'를 하는 어이없는 광경이 연출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내년 6월 이후에 해야 할 것을 지금 하고 있고, 정작 지금 해야할 것은 아무도 안하고 있는 셈이다. 이것이야말로 한나라당의 고질병이자 비극이다.물론, 당 전반에 대한 통제력과 영향력을 이미 확보한 박근혜에 비해 이명박의 마음이 상대적으로 급할 것이라는 것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러나, 하루빨리 그러한 강박관념과 집착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과연 이명박 전 시장은 내년 5월에도 한나라당이 현재의 모습 그대로 변함없이 존재할 것이라는 점을 장담할 수 있는가? 그리고 한나라당이 국민여론에 떠밀려 전격적으로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를 수용하는 일이 절대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앞서 치러진 네번의 대통령선거만 놓고 보더라도 1년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에 얼마나 많은 '천지개벽'이 이루어졌는지 너무도 생생하게 경험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현재의 대권구도와 정당구도에 그리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 좀 더 과감히 그러한 것으로부터 벗어나서 기초 콘텐츠를 쌓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 후보가 되건 대통령이 되건 그것은 그 다음의 문제라는 생각을 가져야만 한다. 그래야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다.'이인제로는 이회창에게 필패할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당시 집권당인 민주당을 짓누르고 있던 2002년 새해 아침을 기준으로 놓고 보더라도 너무도 많은 '천지개벽'이 일어났다. 민주당의 전격적인 국민경선 도입, 월드컵 4강신화와 정몽준의 급부상, 노무현지지율의 급등과 급락, 노무현과 정몽준의 후보단일화, 북핵위기 발발 그리고 효순-미선 추모 촛불집회 등이 모두 1년도 채 안되는 시간 속에서 진행되었다. 그러다보니 민주당도 한나라당도 당초의 그림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대통령선거에 임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박근혜와 이명박은 이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에는 고건 혹은 민주당과의 연대 혹은 후보단일화 가능성까지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와같은 '벼락치기'는 대선을 6개월 이내로 앞둔 시점에 하면 충분하다. 그 전까지는 모든 가능성과 시나리오를 다 열어둔 채로 기본 콘텐츠 쌓기에 전념해야 한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세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과거에 대한 카타르시스, 현재의 감동,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함께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에 대한 카타르시스와 현재의 감동은 이미지 메이킹과 성공적인 퍼포먼스 연출로 '벼락치기'가 가능하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은 지금부터 차근차근 콘텐츠와 실적을 쌓아가지 않는한 국민들로부터 인정받기 어렵다. 줄곧 '전교 1등'을 해왔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와같은 '전교 1등'이 국민들에게 어떠한 희망을 줄 것이냐에 대해 한나라당은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순간 한나라당은 '대선필패' 정당으로부터 '대선필승' 정당으로 진정 거듭나게 될 것이다. 이진우 기자<매일일보닷컴제휴사=업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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