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만취한 미군 네 명이 택시를 빼앗아 달아나다 붙잡혔고 심지어 택시 기사가 강도에게 숨지는 일이 있었는가 하면, 취객들에게 봉변을 당하는 일은 예사다.
항상 현금을 갖고 있는데다 혼자 다니다 보니, 택시 기사들은 강도들의 주된 표적이다.
택시 기사 경력 10년째인 신복식 씨. 신 씨는 2년 전,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 했다. 운전석 옆자리에 손님을 태운 신 씨가 서울에서 용인으로 가는 고속도로에 진입한 뒤 손님은 신 씨에게 흉기를 들이밀며 강도로 돌변했다. 돈을 요구하며 흉기를 내미는 건장한 남자 앞에서 신 씨가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었다.
신씨는 “고속도로 갓길에 거의 정차될 무렵에 급브레이크를 밟아 손님을 앞으로 쏠리게 한 뒤 무사히 빠져나와 경찰에 신고 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이 신 씨의 신고로 현장에서 범인은 잡혔지만 그 뒤로 다시 운전대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김성복씨는 “우린 옛날엔 넥타이를 맺었다”, “그렇지만 요즘엔 매지 않는다”며 그 이유가 “뒤에서 잡아당겨 목이 졸릴까봐 라서 그렇다”고 말했다.
기자는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금요일 밤 유흥업소가 몰려있는 서울 강남의 길가로 나가봤다.
취객이 올라탄 택시 한 대를 따라가 보았다. 30분 뒤, 도착한 듯 택시는 멈춰 섰지만 승객은 한동안 내리지 않았다. 택시기사는 40대 여성이었다. 그는 “직진해야 되요. 직진해야 되요. 그래서 직진을 했다. 여기가 아니고 오른쪽으로 가야 되는 거였다. 그러니까 나한테 화를 냈다”면서 “자기는 분명히 직진하라고 해놓고는 왜 이쪽으로 갔느냐...기사가 그런 것도 모르냐 해 가지고 누명까지 썼다”며 난감함을 표현했다.
이어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며 “야간 운전을 할 때면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심하게 술에 취했거나 수상해 보이는 승객이 보일 때는 아예 문을 잠가 놓고 태우지 않는다고 했다.
아무 이유 없이 택시 기사에게 시비를 걸거나 화풀이를 하는 승객도 많다. 게다가 택시 요금을 주지 않고 내린 승객을 잡으러 가다가 봉변을 당한일은 운전기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일이 돼 버렸다.
여자 승객이라고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술에 취한 여자 승객은 오히려 남자 승객들보다도 더 경계할 대상이라는 게 택시기사들의 말이다.
실제로 지난 1월 택시 기사인 김동기 씨는 한 여자 승객으로부터 봉변을 당했다. 내리면서 욕을 하는 승객에게 몇 마디 대꾸를 하자 멱살을 밀면서 발로 복부를 찼다고 밝혔다. 길도 잘 모른다며 언성을 높이던 여성은 결국 김 씨를 폭행한 것도 모자라 차를 발로 차기까지 했다.
경찰 조사 당시 계속 발뺌하던 여자 승객은 차에 남아있는 구두 굽 모양 때문에 결국 들통은 났지만 김동기 씨는 “남자라면 치고 박고하는데 여자니까 어떻게 할 수도 없자나요. 손도 댈 수도 없어요. 상황이 보니까 술도 많이 취했고. 솔직히 여자를 손댄다는 것도 그렇고 그래서 내가 참고 말았죠. 결국은 내가 분에 못 이겨서 파출소 가서 떨기도 엄청 떨었어요. 컵을 드는데 안정이 안 되니까 커피가 다 쏟아질 정도였어요”라며 억울하고도 분통함을 토로했다.
이렇게 많은 운전기사들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이 돼 있지만 현재로선 안전 대책이 별로 없다.
일부에선 위급 상황에서 자신의 위치를 알릴 수 있는 위치 추적기와 차량 내 안전 보호막 설치 등을 회사 측에 요구하고 있지만 비용문제 등으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한 택시회사의 관리부장은 “예를 들어서 GPS위치추적이라든가 콜, 그러니까 위급상황일 때 버튼을 눌러서 강도를 당하거나 또는 폭행을 당하는 그런 상황을 알리는 것이라면 그런 장치를 별도로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그럴만한 시설이라든가 투자를 회사들이 못하고 있다”며 대책마련에 어려움이 있음을 밝혔다.
우리나라의 택시 운전기사는 무려 29만 명에 이르고 있다.
한종해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