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비 대납.. 이용금액은 정해주는 만큼 써야 해
[매일일보닷컴 권민경 기자] 최근 카드 업계의 회원 모집 경쟁이 다시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업계 최대 카드사인 LG 카드가 올해 안 은행권으로의 편입이 확실시되면서 영업 환경 역시 은행계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카드사들은 '연회비 면제' '포인트 적립 두배' '주유소 할인' 등의 각종 서비스를 앞세워 '즉석발급'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 특히 현대카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현대카드는 백화점을 비롯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모집인들을 통해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회원 모집 방법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 즉 연회비 면제를 내세워 유혹한 뒤 뒤늦게 이용금액에 대한 조건을 붙이며 사람들을 혼동시키는 방식이다. 한편 지난달 금융감독원은 현대카드에 대해 즉석발급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이달 안으로 종합 검사에 착수키로 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서울에 사는 직장인 윤모(27. 여)씨는 이번 여름 휴가 기간 동안 황당한 일을 겪었다. 8월 초 양재동에 있는 한 실내 수영장을 찾은 윤씨는 입구에서 현대카드 모집인의 적극적인 가입 권유를 듣게 됐다. 모집인은 "지금 현대M카드를 신청하면 연회비가 면제고, 수영장 또한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며 윤씨를 설득했다. 평소 수영장을 즐겨 찾던 윤씨는 이에 관심을 갖고 카드를 만들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신청서를 다 쓰고 난 이후 모집인은 "연회비가 없는 대신 카드 발급 첫 달에 무조건 10만원 이상을 써야 한다" 는 어이없는 조건을 붙였다. 당황한 윤씨는 "그걸 왜 이제 얘기하냐" 면서 "10만원이면 적은 돈도 아닌데, 꼭 그만큼을 써야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 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모집인이 말한 이유인즉 '연회비 면제'의 방식이 카드 발급 이후 윤씨의 통장으로 연회비에 해당하는 1만5천원을 넣어준다는 것. 그 조건으로 첫 달에는 무조건 일정 금액(10만원) 이상 카드를 사용해야 한다는 조항이 덧붙었다는 얘기다.
더욱이 이 모집인은 "10만원 정도는 금방 쓸 수 있다" 면서 "핸드폰 이용요금 납부를 카드 이체로 해 놓으면 되지 않겠느냐" 고 오히려 방법(?)까지 알려줬다.
연회비 대납해 줄테니 한 달에 10만원 이상 써라?
현대카드의 이런 모집 방식을 확인하기 위해 강남영업소에 문의를 한 결과 이것이 꽤 일반적인 영업 방식이라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영업소의 한 관계자는 "모집인이 자기 돈을 써가며 연회비를 대납해주는 것이다"며 "고객이 보통 한 달에 10만원 정도는 써야 모집인에게 돌아가는 수당이 남지 않겠는냐"고 설명했다. 더욱이 이 관계자는 그와 같은 방법이 문제될 것 없다는 태도로 "고객입장에서도 전혀 손해보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카드 본사에서는 개별 모집인의 영업활동 내용까지 상세히 알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카드 홍보실 한 관계자는 "각 영업소마다 모집인들이 어떤 방식으로 영업을 하는지 일일이 다 파악하기는 힘들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현대카드 뿐이 아니라 모든 카드사들이 연회비 대납 방식으로 영업하는 것이 관행이다" 면서 "크게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 고 반문하기도 했다.이어 홍보실 관계자는 "해당 모집인과 연락을 취해본 결과 당시 신용조회를 하면서 LG 카드 가입을 권유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고 덧붙였다.금감원 "카드사 가입여부 함부로 알 수 없어.. 정보도용 우려"
한편 금융감독원 비은행검사국 카드 담당 한 관계자는 "연회비를 면제해준다는 미끼로 고객을 확보하는 것 자체도 문제"라며 "더욱이 모집인이 연회비를 대납해주는 조건으로 이용금액까지 정한다는 것은 상당히 문제의 소지가 있다" 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카드사 모집인이 고객의 신용조회를 하면서 카드 가입을 위한 기본적 신용정보 외에 특정 카드사 가입 여부까지 알수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전국은행연합회의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심각한 정보도용문제에 해당한다는 것이다.지난 2002년 초 첫 회원모집을 시작한 이후 현대카드는 1년 만에 4.1%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며 올 1분기에는 7%까지 점유율을 높였다.또 지난해 638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린 데 이어 올 상반기에만 770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런 괄목할 만한 양적 성장 이면에 비정상적 방법으로 회원을 확보하고 이것이 업게 관행이라며 '나몰라라' 해왔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일이다. 더욱이 모집인들이 카드 발급에 필요한 기본적 신용정보가 아닌, 개인의 타 카드의 가입 여부까지 알 수 있었는지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심층취재 실시간 뉴스 매일일보닷컴/www.sisaseoul.com/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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