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지주 "산업은행 장삿속에 놀아났다?"
상태바
신한지주 "산업은행 장삿속에 놀아났다?"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6.08.19 23: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LG 카드 노조 "짜맞추기 선정 의혹.. 고가 졸속매각 중단"요구

[매일일보닷컴 권민경 기자] 신한금융지주(이하 신한지주) 가 LG카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향후 금융권의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LG 카드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은 지난 16일 "인수 후보자들의 제안서를 평가한 결과 신한 지주가 가격 부문과 비 가격 부문에서 모두 앞서는 점수를 받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9월 중 정밀 실사를 거쳐 10월 경에는 최종 매각 조건이 결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신한지주의 LG 카드 인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인수 가격이 당초 금융권의 예상을 뛰어넘는 7조2천억원대를 기록해 적정가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LG 카드 노조는 "입찰 제안서 개봉 하루만에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다는 것은 미리 정해진 판에 끼워 맞추기를 한 것"이라며 '밀어주기' 의혹을 강하게 제시했다.

LG 카드 노조 "산업은행, 투기자본 론스타와 다를 바 없다"

신한지주가 7조2천억원의 인수대금을 제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에 대한 LG 카드 노조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노조는 "우선 협상자 선정과정에서 밀어주기, 짜맞추기 의혹이 있다" 면서 "지난 10일 입찰제안서 접수가 마감됐지만 실제 봉인을 뜯고 선정작업을 시작한 것은 14일이고 이미 15일 저녁부터 언론에서 신한지주의 선정 얘기가 나왔다며 제안서 개봉 하루만에 협상대상자가 선정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즉 미리 '신한지주'라는 판을 짜놓고 억지로 끼워 맞추기를 한 것이라는 얘기.노조는 또 "산업은행은 비가격 부문을 20~30% 반영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오로지 가격만을 보고 선정했다" 고 비난했다.산업은행이 비가격 부문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노조의 주장은 역시 입찰제안서 개봉 하루만에 어떻게 이를 심사할 수 있었겠느냐는 것에서 기인했다. 이어 노조는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오직 '가격 올리기'에만 급급한 결과 LG 카드 뿐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결국 산업은행이 '론스타' 같은 투기자본과 다를 것이 무엇이냐"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자산 규모 12조원인 LG 카드를 인수하기 위해 신한 지주가 쓴 돈은 7조 2천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국민은행이 자산 규모 76조원의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데 들이는 돈보다 많은 금액이다.
때문에 일부 증권 전문가들은 신한지주가 LG 카드 인수금액을 회수하는 데만 14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산업은행 "물건 파는 데 비싸게 팔려는 것 당연"

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노조의 주장은 단순히 추론에 불과하다" 면서 "제안서 접수가 마감된 10일날 바로 선정작업을 시작했다" 고 반박했다. 즉 이때부터 비가격 부문에 대한 심사 또한 실시했다는 것.  이 관계자는 "신한지주는 가격 부문 뿐 아니라 'MOU 수정계획', '자금조달능력', '향후 경영계획' 등을 심사한 비가격 부문 또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고 설명했다.
또 일각에서 제기하는 인수가 논란에 대해서도 "사려는 사람도(신한지주) 적당하다고 생각한 가격이고 파는 쪽(산업은행) 입장에서도 그 정도는 받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면서 "물건을 팔 때 가능한 많이 받으려고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 고 말했다.이어 "LG 카드는 산업은행 소유가 아니라 채권단 것이다" 며 "관리자인 산업은행은 당연히 최대한 많은 이익을 내서 채권단에게 돌려주는 것이 의무"라고 덧붙였다.

신한은행 "짜맞추기 의혹? LG카드 노조 소설 쓰는 것"

그런가하면 신한은행측 역시 LG 카드 노조의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신한은행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신한은행이 짜맞추기를 했다는 것은 완전히 노조가 소설을 쓰고 있는 것이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또 인수가 논란에 대해서도 "인수가가 높다는 얘기는 도대체 어디에 근거한 것이냐" 고 반문하며 "LG 카드의 회사 가치를 따져봐도 적당한 수준이고, 신한 측 자금 조달능력 또한 충분하기 때문에 아주 합리적인 가격이다" 고 못박았다.이어 "오히려 인수가가 높다는 노조 측 주장이 고맙다(?)" 고 꼬집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나온 인수 금액이 최종 가격은 아니기 때문에 노조에서 '비싸다'고 계속 주장하면 차후 가격을 깎을 수 있지도 않겠느냐" 는 것이다.이처럼 LG 카드 매각을 둘러싸고 노조와 산업은행, 신한지주 측의 주장이 충돌하면서 향후 매각 작업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노조는 산업은행이 고가 졸속 매각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강력 투쟁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9월로 예정돼 있는 실사 저지는 물론이고, 법적 대응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어떤 방식으로든 신한 측이 법을 위배한 것이 있다면 소송을 당해도 된다"면서 노조 측 투쟁에 대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한지주, 국민은행과 리딩뱅크 경쟁 가속화 전망

한편 신한지주는 LG 카드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금융그룹 2위 자리를 확고히 했다. 더욱이 부동의 1위인 국민은행을 추격할 발판을 마련하면서 국민-신한 투톱의 경쟁이 본격화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신한지주의 6월말 현재 총 자산은 207조원으로 LG 카드의 자산 11조원을 인수할 경우 총자산은 218조원까지 늘어난다. 외환은행 인수 후 총자산 268조원의 초대형 은행으로 거듭나는 국민은행에 이어 두 번 째 규모다. 이렇게 되면 3, 4위권인 우리금융지주(187조원), 하나금융지주(122조원)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져 일각에서는 신한지주와 국민은행의 양강 구도가 확립될 것으로 보고 있다.특히 신한지주는 LG 카드를 통해 그간 국민은행에 비해 저조한 편이었던 카드 부문을 단숨에 업계 1위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신한지주의 카드 사업 부문은 올해 조흥카드와의 합병을 통해 시장점유율 8% 정도로 업계 4위권에 올라선 상태. 하지만 LG 카드 인수가 확정되면 시장점유율이 25%대로 진입해 국민카드와 외환카드가 합쳐진 20%대를 압도하고 1위로 급부상하는 것이다.여기에 LG 카드는 금융회사 가운데 자산 대비 순이익이 가장 커 최고의 '캐시카우'로 불릴만큼 수익 창출력이 뛰어나다.

또 회원수 1천만명을 자랑하는 LG 카드의 고객 정보도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귀한 자산이다. 카드사 회원 정보는 고객의 신용도와 소비 패턴을 파악할 수 있어 금융 부문 고객 정보 중에서도 '알짜'로 평가받는다.
이에 따라 신한지주와 국민은행의 리딩뱅크 자리를 둘러싼 승부가 본격화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심층취재 실시간 뉴스 매일일보닷컴/www.sisaseoul.com/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