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닷컴 권민경 기자] LG상사가 오는 11월부터 LG상사와 LG패션으로 분리된다. LG상사는 지난 11일 이사회에서 무역 부문과 패션 부문을 57대 43 비율로 인적 분할하기로 결의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분할 후 LG상사(존속법인)는 자본금 1천938억원, 가칭 LG패션(신설법인)은 자본금 1천462억원이 된다. LG 상사 측은 이번 기업 분할 이유와 관련해 사업 부문별로 핵심역량을 육성하고 전문성을 강화해 각 분야에서 선두기업으로 도약해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패션사업 분리가 아니라 GS. LS 그룹 형태의 계열 분리로 파악하고 있다. 즉 향후 상사 부문은 지주회사 LG 지배 아래 두고 패션 부문은 구본걸, 본순, 본진 형제가 경영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LG 상사 패션부문은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바로 아래 동생인 고 구자승 사장의 아들구본걸 부사장을 중심으로 본순, 본진 형제가 이끌고 있다. 이들 삼형제는 최근 적극적으로 LG 상사 지분을 매입하면서 계열분리가 임박했음을 나타냈다. 구본걸 부사장은 지분 9%를 보유하고 있고, 구본순 상무는 지난 달 14일~20일 LG 상사 주식 23만7천주를 매입해 지분율을 3%에서 3.35%로 늘렸다. 구본순 상무 역시 지난달 26일 5만20주를 장내에서 매입해 지분을 3.87%로 높였다. 오는 11월부터 무역과 패션 부문이 분리되게 되면 신설되는 LG 패션은 구본걸 부사장이 CEO를 맡을 예정이다. 구 부사장이 이끌 LG 패션은 2007년까지 지분 정리를 완료하고 계열분리 작업을 완료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물론 LG 상사 측에서는 계열분리를 함부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LG 상사 한 관계자는 "계열분리에 대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면서도 "그러나 지금은 효율적으로 각자의 사업을 하기 위한 '사업 분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패션과 상사 양쪽이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동시에 사업을 진행하다보면 한 쪽이 희생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서 "각자 전문성을 기하기 위해 사업 분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런가하면 구본걸 형제들의 지분 매입을 계열분리 수순으로 보는 시각 역시 섣부르다는 설명이다. 즉 LG 상사 주식이 아주 서서히 가치를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지분을 매입하게 된 것일 뿐 이것이 독립을 위한 작업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LG 구자경 명예회장 형제.. 모두 홀로서기 나서그러나 업계에서는 여전히 고 구자승 사장 아들인 구본걸 형제들의 계열분리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구자경 명예회장의 형제들은 모두 LG를 떠나 제각기 홀로서게 되는 것이다. 구 명예회장의 둘째 동생인 구자학씨는 아워홈 회장으로, 셋째 동생인 구자두씨는 LG 벤처 회장으로 계열분리됐다. 또 넷째 동생인 구자일씨는 일양화학 회장으로 다섯째 동생인 구자극씨는 엑사이엔씨 회장이자 '아이리사이이디'라는 홍채인식 솔루션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마지막으로 LG 상사의 패션부문 분할이 완료되고 구본걸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LG 패션이 그룹으로부터 분리된다면 LG 그룹은 구자경 명예회장의 일가만이 남게 되는 것이다.한편 고 구인회 창업 회장 세대의 분가 역시 이미 끝난 상태다. 공동 창업주인 고 허만정씨 일가는 GS 그룹으로, 구 창업 회장의 첫째 동생인 구철회씨의 손자인 구본상씨는 LIG 그룹으로 셋째, 넷째, 다섯째 동생인 구태회, 평회, 두회씨 일가는 LS 그룹으로 계열분리 돼 나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