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쓴소리들이 거침없이 쏟아져나왔다. 지난 17일 은행연합회관에서 '한나라당,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진행된 한나라당-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에서 시민사회단체 지도자들은 한나라당을 향해 쇄신-통합-정체성이라는 세가지 키워드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김광동 나라정책원 원장은 "한나라당이 목숨을 걸고 지켜내려고 하는 가치가 도대체 무엇인지 국민들은 알 방법이 없다"고 질타했다.
김 원장은 "정권교체라는 목표는 분명하게 있는 것 같은데 무엇을 위해 집권하며, 집권 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항상 메시지가 불분명하다"며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여당이 제시하는 어젠다에 대해 시시비비만 따졌을 뿐 자신들의 브랜드를 단 하나도 만들어내지 못했다"며 컨텐츠 부족에 시달리는 한나라당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나성린 안민정책포럼 회장은 "범여권은 중도세력 통합을 염두에 두고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하는 등 50% 지지율 집권 전략을 풀가동하고 있는데 한나라당은 고작 40% 지지율에 안주하여 집안 싸움이나 벌이고 있다.
이회창씨가 40% 지지율을 못 얻어서 두번 다 패한 것이냐?"며 강도높게 질타했다. 나 회장은 집권을 위해 한나라당이 (1) 지역통합(충청+호남), (2) 이념통합(보수+중도), (3) 세대통합(20대+비좌파 386), (4) 계층통합(선진화세력+서민층)이라는 4가지 통합을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수권야당 독점적 지위 남용'
서경석 목사(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는 "5.31 선거를 통해 국민들은 더 이상 좌파세력의 집권은 안된다는 명백한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한나라당은 여전히 국민들의 마음을 간파하지 못하는 가운데 유일 수권야당이라는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여 오만과 보신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적, 시대적 핵심과제를 놓고 투쟁하는 것은 항상 시민단체와 국민들의 몫이었고, 한나라당은 물론, 당내 유력 대권주자들은 항상 뒷짐지고 그 열매를 따먹겠다는 얄팍한 생각만 하고 있다. 과연 그들이 국민으로부터 존경심을 받을 수 있겠는가? 과연 그들에게 애국심이라는 것이 있는가"라며 강도높게 질타했다.
서 목사는 "한나라당이 스스로 변할 수 없다면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해 민심을 수용하려는 모습이라도 보여주어야 하며, 박근혜와 이명박 뿐아니라 고건까지도 끌어안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북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는 "현재 한나라당으로 민심이 쏠리는 것은 한나라당이 지지할만한 정당이어서가 아니라 다른 대안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가운데 "지금과 같은 국가적 위기상황에서는 박근혜-이명박-손학규 '대권 빅3'가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논의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광 자유지식인선언 공동대표는 "한나라당이 말로는 정책정당을 지향한다고 하면서 과연 돈을 투자했는가, 아니면 인재를 길러냈는가? 당 정챙위와 여의도연구소에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도무지 변변한 컨텐츠가 나오지 않는다"고 강도높게 질타했다.
이석연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는 "지금 한나라당이 '정권교체' 꿈에 들떠있는 모습은 마치 타이타닉호 선장이 항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사상 최저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자신감을 나타내는 이유는 한나라당이 변화를 거부함으로써 '제2의 이회창 현상'이 내년에 재연될 것이라는 확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또 "한나라당이 민정당-육법당-TK당 등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버리기 위해서는 당을 해체하는 수준의 혹독한 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재섭 대표 "시민단체 채찍, 감사와 두려움 느껴"
이처럼 쏟아지는 질타와 비판에 대해 강재섭 대표는 시종 고개를 숙인 채로 깊은 상념에 잠기는 모습이었다.
강 대표는 서두 발언을 통해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집단적으로 채찍을 맞게 된 것에 대해 감사와 두려움을 함께 느낀다. 한나라당이 먼저 클린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당내 NGO라고 할 수 있는 '참정치 운동본부'를 발족시켰다. 채찍을 치면서도 한나라당에 대해 계속 관심과 애정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오늘 이 회의를 통해 민심의 현주소를 알 수 있었다. 많은 분들이 이야기했듯이 한나라당에게 필요한 것은 쇄신, 통합 그리고 정체성이며,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뼈를 깎는 아픔을 견디면서 스스로를 변화시켜나가겠다"고 답변했다.
전여옥 최고위원은 "'그토록 많은 물의를 일으키고도 앞으로 남은 1년간 술도, 골프도 끊지 못하는 한나라당이 어떻게 정권교체를 이룩하겠냐'는 한 네티즌의 이메일을 받고 너무도 부끄러웠다"고 전제, "그런 한나라당에게 시민사회단체 지도자들이 관심을 갖고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감사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전 최고위원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민심으로부터 고립되는 것은 노대통령이 아닌 한나라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상당수의 참석자들은 민주당-국민중심당-고건을 아우르는 범중도우파 연합이 필요하다는데에 공감대를 표시했으며, 지난 7.26 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성북을 조순형 후보와의 연대를 성사시키지 못하고 독자후보를 출마시킨 것에 대해 강도높은 질타를 하기도 했다.
이진우 기자 <매일일보제휴사: 업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