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게이트 '서울보증보험' 의혹 파문
상태바
바다 게이트 '서울보증보험' 의혹 파문
  • 이재필 기자
  • 승인 2006.08.25 17: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본잠식업체도 상품권 보증.. '향응과 로비' 가 '보증'의 기준?

[매일일보닷컴=이재필 기자]사행성 게임 비리 의혹, 이른바 '바다게이트' 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보증보험의 부실 심사 의혹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서울보증보험의 지급 보증 확약이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상당수 업체에서 로비를 벌였다는 주장과 함께 심사 과정의 의혹이 제기된 것.

특히 일부 발행업체는 자본잠식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에도 서울보증보험이 보증을 해줘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에서는 "발행업체로 선정될 당시 각각 80억원과 218억원의 부채를 진 두 업체가 한 달여 만에 서울보증 보험에 각각 200억원대의 예금을 담보로 제시했다”며 이들 업체 의 자금 출처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서울보증보험 측에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며 반박하고 나섰지만 검찰과 감사원에서도 이에 대한 조사를 벌일 예정이어서 파문은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한편 서울보증보험의 상품권 '보증' 과 함께 상품권 발행 업체 선정 과정에 대한 의혹 역시 커지고 있다. 특히 '삼미' 의 경우 여야 정치인들과의 공생관계를 통해 너무나 절묘한(?) 타이밍에 발행 업체로 선정되면서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상품권 업체 부도 시 공적자금으로 도박 빚 갚을 지경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되기 위해선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예정서가 필요하다. 서울보증보험이 이를 불허하면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서류조차 제출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발행업체 선정과정에서 서울보증보험에 어떠한 로비 혹은 정·관계 외압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보증보험의 이런 심사 의혹과 관련해서 한나라당 이재웅 의원은 지난 23일 "서울보증보험이 자본잠식 상태이던 S, H업체에 대해 상품권 발행업체로 공식 지정되기 사흘 전인 7월29일에 보험증권을 발행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명백히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어 "S, H업체를 포함해 7개 상품권 발행업체를 1차로 지정하는 작업이 작년 7월 중순부터 같은 달 말까지 보름사이에 모두 완결됐다"며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이 졸속으로 처리된 과정에 `윗선'의 압력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뿐이 아니다. 금감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상품권 발행업체 중 2004년 당시 자본잠식 상태인 기업은 한국문화진흥, 한국도서보급, 해피머니, 시큐텍, 한국교육문화, 티켓링크 등 6개 업체다.

그런데도 서울보증보험은 이들 회사의 상품권 발행 한도의 절반에 대해 지급 보증을 섰다. 서울보증보험의 대주주가 예금보험공사임을 감안할 때 만약 상품권 업체가 부도라도 나면 공적자금으로 도박 관련 업체가 진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상품권보증보험’ 상품을 개발·판매하는 곳은 서울보증보험이 유일하다.

서울보증보험의 명확하지 않은 담보액 산출기준 또한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상품권 발행 한도액이 3백억원인 업체는 삼미, 티켓링크, 포리텍, 동원리소스, 세이브존 등 5곳이다.

하지만 삼미·티켓링크는 담보액이 1백5억원인 데 비해 포리텍·동원리소스는 30억원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삼미는 2004년 31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반면 티켓링크는 순이익 12억원을 낸 바 있다.

이에 대해 서울보증보험 측에서는"현금 보유만 가지고 담보액을 산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적, 상품권 발행규모, 신용도 등 여러 기준이 있어 달라지는 것" 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자본 사정이 좋지 않은 일부 업체들이 거액의 보증금을 낸 사실도 밝혀져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에 따르면 상품권을 발행중인 업체 18곳의 담보액은 1천8백82억6천2백만원이다. 해피머니 2백억원(상품권 발행액 9백23억원), 티켓링크 1백5억원(발행액 3백억원), 인터파크 80억원(발행액 1천억원) 등이다. 자본잠식 업체들도 거액의 현금을 낸 것으로 드러나 업체들의 돈의 출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증보험 "검찰 조사 나와도 증명할 수 있다" 외압설 부인

그러나 이런 의혹들에 대해 서울보증보험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의 한 관계자는 “정·관계로부터 그 어떠한 외압도 없었다. 로비나 부실감사는 더더욱 있을 수 없다”라며 “검찰 조사가 당장 나온다 해도 이를 증명할 자신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심사체계가 복잡해 특정인에게 로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라고 자신들의 결백을 거듭 강조했다.

서울보증보험은 또 ‘바다이야기’ 사태와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품권 업체의 줄도산으로 인한 상품권 현금지급불능사태에 대해서도 대비책을 마련해 놓았다고 전했다.

서울보증보험의 한 관계자는 “업체나 환전상과 무관하게 개인 고객에게만 보험금이 지급된다”라며 “1인당 30만원까지 보상하기로 되어 있고 지급준비금도 이미 준비가 완료된 상태”라고 말했다.

삼미, 상품권 발행업체 선정 '3.1 절 골프회동' 덕분?

한편 서울보증보험의 상품권 '보증' 과 맞물려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상품권 발행업체 선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로비 의혹 또한 확대되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주식회사 '삼미' 의 선정 과정과 여야 정치인들의 묘한 관계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

삼미 박원양 회장은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함께 ‘3·1절 골프’행사에 참가한 멤버 중 한명이다. 지난 23일 문화관광부와 한국게임산업개발원 등에 따르면 삼미는 올 1월 처음으로 상품권 발행업체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결과는 1차 실사 탈락, 삼미는 다시 2월 17일 재신청을 냈다.

이후 로비 의혹이 제기 되고 있는 ‘3·1절 골프 회동’이 있었고 그 다음날인 2일, 2차 실사가 이루어졌다. 결과는 합격.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기준이 대폭 강화되기 불과 이틀 전인  3월 15일 삼미는 상품권 발행업체로 승인됐다.3월 15일 삼미는 상품권 발행업체로 승인됐다.

삼미가 지정된 뒤 이틀 후인 3월 17일 문화관광부는 지정제도의 운용규정 내용을 대폭 강화, 개정안을 확정했다. 이는 삼미가 개정안이 만들어지기 전 로비 공세를 펼친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부분이다.

2005년 7월 처음 만들어진 지정제도 운용 규정과 2006년 3월 강화된 개정안을 비교해보면 의혹은 점점 커져만 간다.

제정 당시에는 ‘가맹점이 최소 100곳 이상’이라고 규정했었다. 반면 개정 후 ‘100곳 이상의 가맹점으로 하되 인정받는 가맹점은 월 1회 이상 상환실적이 3개월 이상인 가맹점’으로 대폭 강화됐다.

또한 발행사가 지켜야 할 준수사항으로 경품용 상품권의 발행, 유통, 상환, 폐기 등을 관리하는 자동화된 설비 및 정보시스템을 구비해야한다고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아울러 제정안에서는 경품용 상품권의 폐기내역을 ‘서류’로 제출하는 것뿐이어서 허위조작 논란의 소지가 있었으나 개정안에서는 서류 외에 그 내역을 지정기관 전산자료에 ‘입력’토록 강제해 상품권 발행업체들의 탈·편법을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었다.  

이를 토대로 강화된 개정안을 적용했다면 삼미가 과연 상품권 발행업체로 승인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당연히 이를 피하기 위해 로비를 펼친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 역시 윤곽이 잡힌다.

그럼 이처럼 강한 의혹의 냄새를 풍기는 삼미는 어떤 기업인가. 삼미는 여야 정치인들과 많은 연관을 맺고 있는 기업이다.

삼미 여야 정치인과 공생관계 전력 있어

삼미의 주력회사는 부산 범일동에 위치한 삼미건설이다. 삼미건설은 1987년 설립된 삼림종합건설이 바탕이다. 삼림종합건설은 경남 창원 신도시 조성사업과 부산 광안리 매립공사 등 관급공사로 꾸준히 내실을 다졌고 이를 바탕으로 2004년 법정관리 중이던 삼미를 인수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삼미의 박 회장은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노무현 캠프에 불법 정치 자금을 건넨 혐의로 벌금 3천만 원을 선고 받았던 전과가 있다.

그 후 삼미는 급성장했고 여기서 정부와의 특혜 의혹이 여러 번 제기됐었다. 제일 먼저 제기된 의혹은 2004년 삼미 인수 특혜논란이다. 2003년 부산지역 건설업체 중 19위에서 2004년에는 10위, 2005년에는 3위를 차지할 정도로 급진적인 성장을 삼림종합건설은 삼미 인수 당시 채권단으로부터 부채 5천억 원 중 1천 5백억 원을 탕감 받는 등 쉽게 납득할 수 없을 정도의 좋은 조건으로 인수해 특혜 의혹을 받았었다.

정부 측 뿐만 아니라 삼미는 여러 여야 의원들과의 관계에도 소홀히(?)하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의 신기남 의원은 지난 2005년 2월 삼미 공동대표 김영헌 대표로부터 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삼미의 박 회장 역시 작년 6월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에게 300만원을, 2004년 10월에 김정훈 의원에게 500만원을 각각 후원금으로 건냈다.

그러나 이 같은 여러 의혹설에 대해 삼미 측은 ‘아무 연관이 없음을 강조하며 강하게 부정했다. 
삼미의 박 회장은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 동안 모든 사업에 대한 로비와 특혜의혹은 사실 무근”이라며 “정책 실패와 정치권의 공세에 상품권 사업 허가 반납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골프 회동과 관련해 “골프회동 자체가 급작스럽게 이뤄졌고 당시 회동에서는 환율로 인한 중소기업의 경쟁력 손실과 명지대교, 고속철도 천성산구간 조기 건설 등 지역현안에 관한 얘기가 오갔을 뿐”이라며 “이 두 문제를 연관 짓는 것은 그야말로 3류 드라마 같은 소설이고 본질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이 쉽사리 믿기지 않을 만큼 의혹의 원인들이 눈앞에 너무 많이 산재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