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지망생' 노리는 검은 유혹 실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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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지망생' 노리는 검은 유혹 실체는
  • 이재필 기자
  • 승인 2006.08.25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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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기만 하면 60억 쯤이야?'..사채까지 끌어 써

[매일일보닷컴=이재필 기자]얼마 전 연예인을 꿈꾸는 한 지망생이 2천만 원의 빚 독촉에 못 이겨 집안 재산 60억 원을 날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 경찰서는 오 모(24)양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송 모(40)씨 등 사채업자 7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연기자 지망생인 오 양은 분에 넘치는 소비 생활로 카드 빚 2천만 원을 지게 됐으며 이를 갚기 위해 지난 2002년 8월 사채업체를 찾았다. 여기서 오 양이 가족 인감도장을 훔쳐 가짜 인감증명 위임장을 발급받아 사용하면서 불행이 시작됐다.

이에 송 씨 등은 오 양에게 인감도장 등을 넘겨받아 경기 남양주시 일대 토지 1만 3천여 평과 서초구 잠원동 35평 아파트 1채 등 시가 60억 원 상당의 오 씨 가족 동동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오 양은 당초 카드빚으로 2천만 원을 빌렸으나 사채업자들의 고리 이자에 이자를 덧붙이고 근저당권을 다른 사채업자에게 되파는 방식으로 모두 20억 원의 채무상환을 요구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오 양은 가족에게 ‘유명 연예기획사와 계약하는 데 필요한 서류’라고 속여 부동산 매매계약 동의를 받아냈고 오 양과 어머니 송 모(52)씨는 사채업자에 속아 전 재산을 날린 뒤 월세 방을 전전하다 결국 경찰에 신고했다.

연예인을 꿈꾸는 철없는 딸의 행동에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연기자를 꿈꾸던 오 양은 활동비 명목으로 2억 원 가량을 요구하는 한 연예기획사에 혹해 할아버지의 부동산에까지 손댄 적도 있었다.

요즘 최고의 유망직종이라는 연예인. 젊은 층을 위주로 스타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급격히 퍼져나가면서 그와 함께 관련 피해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활동비 명목으로 거액을 요구하는가 하면 배역을 미끼로 돈을 가로 채기도 한다. 연예인이라는 빛에 눈이 멀어 상황 판단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지망생들. 그리고 그들을 노리는 사람들. 스타라는 이름에 눈이 멀어 눈물 흘린 이들의 사연을 한번 취재해 봤다. 

스타로 키워줄테니 대신 돈 가져와야?

고등학교 때부터 모델을 꿈꾸며 현재 모 대학 모델학과에 재학 중인 박 모(21)군. 그는 얼마 전 기획사를 사칭한 유령회사에 속아 거금을 날렸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서 차승원 선배 같은 일류 모델이 되는 것이 꿈이에요”라고 자신의 꿈을 밝힌 박 군은 “우선 모델로서 크게 성장하려면 기획사를 만나 많은 기회를 접해야 해요”라고 전했다.

이어 “3달 전 한 기획사로부터 길거리 캐스팅을 당했어요. 저로선 반가운 일이었죠. 당연히 선뜻 계약 했구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건 박 군이 맛볼 쓴맛의 시작이었다.

그는 “기획사 사무실에서 대표라는 사람과 계약을 맺었어요. 그 때 그 대표가 저에게 트레이닝 비, 활동비 명목으로 2천만 원을 요구했어요”라며 “큰돈이긴 했지만 제 자신에게 투자한다는 생각에 앞뒤 가리지 부모님을 졸라 돈을 마련했죠”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 군은 “한 1주일은 기획사로 출근하면서 워킹을 비롯한 표정 연기까지 여러 교육을 받았어요. 그런데 2주일 되던 때 출근을 해보니 회사는 사라지고 없더군요”라며 “사람이며 설비들이며 모두 다 사라진 거예요. 연락도 안 되고... 같이 연습하던 사람들도 모두 한패 였어요”라고 당시 상황을 전하며 울분을 토했다.

연기자를 꿈꾸는 김 모(18)양 역시 사기 피해를 당했다. 연기 학원을 다니며 실력을 키우던 그녀에게 한 기획사에서 키워주겠다며 접근, 활동비 명목으로 3천만 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스타라는 꿈을 이루고 싶었던 김 양은 아무 의심 없이 돈을 넘겨주고 말았다.

김 양은 “지금 준비 중인 드라마가 있는데 신인인 너에게 딱 알맞은 배역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렇기 때문에 절 기획사에 영입한 거라고... 한 번 나가면 배우로서 탄탄대로라고 확신을 심어주더니, 정작 촬영은 한 번도 못나갔어요. 알고 보니 그런 드라마는 제작예정 조차 없더라고요. 쉽게 말해 사기 당한거죠”라고 전했다.

스타를 둘러싼 먹이 사슬

이처럼 연예인을 꿈꾸는 지망생들이 늘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 범죄 또한 늘어나고 있다.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달콤한 말에 현혹돼 허황된 행위를 하지 말 것을 충고했다. 모 기획사에서 매니저 일을 맡고 있는 김 모씨는 “기획사는 연예인이 되고 싶은 친구들에게 기회를 잡을 수 있게끔 도와주는 곳이지 무조건 (스타로)만들어 주는 곳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솔직히 기회라는 것을 잡기가 쉽지 않은 것은 맞다. 그렇기 때문에 돈을 이용해 배역을 차지하고 쉽게 유명해지려고 하는 지망생들이 많은 것 같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를 노린 일부 자질 없는 기획사나 유령 기획사들이 키워주겠다는 핑계로 지망생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펼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매니저는 “배역 혹은 캐스팅을 미끼로 돈을 요구한다면 이는 선뜻 결정하지 말고 깊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연예인을 꿈꾸는 이들은 1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중의 환호와 강렬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살아가는 연예인들. 그들처럼 살고 싶어 자신의 끼를 갈고 닦는 지망생들.

많은 사람들의 무분별한 연예인 지망, 그리고 그들의 욕망을 비집고 들어와 달콤한 유혹으로 피해를 입히는 검은 그림자들.

스타가 되는 길은 결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어려운 길이기에 쉽게 돌아가려는 자들과 그들을 노리는 자들이 서로 얽히고 섥혀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렇기에 달콤한 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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