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 퇴출 박용오 전 회장 자녀 지분 매입서 제외> <'박용만 부회장 20대 자녀 수십 억 자금 마련 어떻게?>
[매일일보닷컴= 권민경 기자] 지난해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이며 '형제의 난'을 연출했던 두산그룹 오너 일가가 슬그머니 4세 경영을 위한 준비 작업에 나섰다. 지난 23일 금감원에 따르면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사장과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 등 오너 일가 4세 10명이 두산 그룹의 모체인 (주) 두산 주식 100만주를 사들인 것. 이에 대해 두산 측은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권 안정을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업계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실제로는 4세들의 후계구도 굳히기 목적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의 보유 지분율로만 따지자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주) 두산이 3년 뒤 지주회사로 전환을 시도 중임을 감안할 때 이를 경영권 승계 작업과 분리해서 생각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경영복귀가 쉽지 않아진 3세 경영진을 대신해 4세들의 후계 승계를 앞당기면서 은근슬쩍 오너 경영 체제를 이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박용오 자녀 제외.. 4세들 두산 주식 대거 매입
두산산업개발은 18일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주) 두산 주식 100만주를 두산그룹 오너 4세들에게 339억 5천만원에 팔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두산산업개발의 (주) 두산 지분율은 14.01%에서 9.81%로 낮아졌으며, 오너 4세들의 지분은 상대적으로 늘어났다. 이번에 (주) 두산 주식을 취득한 오너 4세는 모두 10명이며, 박용곤 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이 가장 많은 18만5천950주를 취득, 막내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사장이 12만3천960주를 매입했다. 박 명예회장의 장녀인 박혜원 두산잡지BU 상무도 6만2천주를 사들였다. 또 박용성 전 회장의 장남인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도 13만6천350주를 사들였고, 박 전 회장의 차남인 박석원 두산중공업 차장 역시 11만1천570주를 획득했다. 박용현 연강재단 이사장의 장남 박태원 네오플럭스 상무는 9만9천170주를, 차남 박형원 (주) 두산 차장과 3남인 박인원 (주) 두산 과장이 각각 7만4천380주를 사들였다.
이밖에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의 장남 서원씨와 재원씨도 각각 7만2천730주, 5만9천500주를 매입했다.
반면 '형제의 난'으로 그룹에서 퇴출당한 박용오 전 회장의 2세인 경원,중원 형제는 이번 주식 매입에서 제외됐다.
두산 측 관계자는 이번 매매에 대해 "대주주 일가의 소수 지분이 얽혀 그룹을 지배하는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고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 이라며 "벌써부터 이를 경영권 승계 등과 연관시키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다. 당장의 일도 아니고 앞으로 몇 년 뒤가 될 수도 있는 사안에 관해서 누가 알 수 있겠느냐" 고 설명했다.
두산 "'형제의 난' 최대 피해자 오너일가?... 4세라도"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번 지분 매각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지배적이다. 즉 두산의 주요 계열사 핵심 부서에 포진한 '오너 4세'들에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이에 따른 책임 경영을 시키겠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번 주식 매입으로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부회장과 박용성 전 회장의 장남인 박진원 상무의 두산 지분은 각각 34만8천128주, 24만6천578주로 '3세 경영진'에 이어 가장 높은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더욱이 두산은 유독 가족 경영을 고수해온 그룹으로 알려져 있는데, 3세 경영진들이 회계부정과 비자금 사건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아 쉽사리 경영 일선으로 복귀하기 힘들게 되면서 하루라도 빨리 4세 경영체제로 옮아가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재계의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지난해 '형제의 난' 으로 한차례 진통을 겪었던 두산은 올 초 지배구조개선 로드맵을 제시하며 투명경영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현재 두산그룹의 지배구조는 ㈜두산이 두산중공업 주식 41.4%를, 두산중공업이 두산산업개발 주식 30.08%를, 두산산업개발이 ㈜두산 주식 9.81%를 보유하고 있는 순환 출자구조다. 그런데 이후 두산 측이 벌인(?)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의심케 하는 부분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
지난 3월 두산은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박용만 부회장의 (주) 두산 이사후보 선임과 박용현 연강재단 이사장의 두산산업개발 이사 선임 건 등으로 한차례 도마에 올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박씨 일가가 오너 경영체제를 놓치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까지 나오기도 했다.
또 '형제의 난' 과 관련해 유죄를 선고받거나, 2선으로 퇴진하는 임원들에게 '위로성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집중 배분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당시 두산 측 한 관계자는 "박 전 원장의 이사 선임은 대주주로서 최소한의 권리행사를 하겠다는 것" 이라며 "이런 권리조차 막으려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나 다름없다" 고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금 두산은 힘들게 지배구조를 개선해 나가는 과정인데 시간이 필요한 일을 두고 주위에서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다" 며 "무슨 일만 해도 '과거 회귀'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내정간섭" 이라고 반박했다. 더욱이 "사실 '형제의 난' 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것은 오너 일가이다"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5개월 여 만에 4세들의 (주) 두산 지분 매입이 대거 이루어지면서 재계 일각에서는 두산이 겉으로는 지배구조 개선을 들먹이면서 사실상 4세들의 경영권 승계를 통해 박씨 일가의 오너 경영 체제를 이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대 학생, 수십 억 달하는 매입 자금 마련 어떻게?
한편 일각에서는 4세들의 지분 매입과 관련해 340억원(주당 3만3천950원)에 달하는 거액의 매각 대금 출처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에 주식을 매입한 4세들을 보면 가장 많은 주식을 사들인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의 경우 올해 나이가 42살이다. 박 부회장은 이번 주식 매수에 62억원 가량을 사들였다.
또 박용성 전 회장의 자녀들 역시 각각 38세와 35세로 이들의 주식 매수에 들어간 돈 역시 83억원 정도에 이른다.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의 나이를 감안할 때 과연 이들이 '증여'를 통하지 않고 자신들의 돈으로 주식을 살 능력이 있는가하는 의문이 제기된 것.
특히 박용만 부회장의 아들인 서원, 재원 형제의 자금 마련과 관련해서는 더욱 의혹이 일고 있다.
각각 1979년생과 1985년 생으로 만 27세, 21세가 되는 이들은 아직 학생의 신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이번 주식매입에서 7만2천730주(서원), 5만9천500주(재원)를 사들여 주식매입에 들어간 돈은 20억원대를 넘나든다.
이에 대해 두산 한 관계자는 "오너 4세들의 주식 매입 자금은 '대출'을 통해 마련된 것으로 알고 있다" 면서 "엄밀히 말해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 일을 자세히 알 수도 없고, 말 할 입장도 아니다" 고 일축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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