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승계 전유물 부자상속에서 '여성상위 시대로'
경영승계의 전유물로 생각해왔던 부자상속에 “천만의 말씀”이라고 제기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예전에는 주요 공직이나 CEO 자리에 ‘여성’이 올라설 수 있는 기회가 드물었고 기존의 위계질서상 납득할 수 없었던 고정관념도 강했다.그러나 시대는 흘러 이제 ‘여성상위’의 기조로 가고 있으며 향후에는 여성들이 더 살기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장관이나 국회의원, CEO 등에 ‘여성’이라는 두 글자가 붙는 것이 이제는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여성이 본래 가진 매력도 있지만 평온과 아늑함의 상징성이 기업경영에 긍정적 파장을 줄 것”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 경영에 솔선하는 재벌가 딸들은 이 시대에 뉴프론티어인 셈이다. 여성이 가업을 이어받는 경우는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들이 경영에 관심없어 딸이 대신 이어받는 경우와 자식이 딸 뿐이어서 어쩔 수 없이 이어받는 경우 등 여러가지다.때로는 딸이 아들 보다 낫다는 측면에서 경영수업을 받도록 유도하는 사례도 있고 아예 평사원으로 입사해 CEO자리까지 올라간 재벌가 딸들도 있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씨는 지난해 현대상선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 불과 1년 사이 대리로 승진했다가 지난해 7월 과장으로, 올해 3월에는 현대U&I 상무로 또다시 승진했다. 이씨는 현재 현 회장의 수행비서로 일하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 이명희 회장의 딸인 정유경씨는 그룹의 주력사업인 호텔부문을 총괄하며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정씨는 현재 조선호텔의 상무로 재직중이다.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의 큰딸인 은정씨는 애경 마케팅지원부문에서 상무를 맡으며 후계의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그룹 이화경 부회장도 평사원에서 출발한 대표적 케이스다. 이 부회장은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둘째딸로 75년 동양제과 구매부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입사 26년 만인 2000년에야 비로소 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2001년 오리온그룹 외식 및 엔터테인먼트 담당 대표로 올라서면서 오리온 핵심사업인 엔터테인먼트 부문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그 후 이 부회장은 케이블TV 온미디어를 업계 1위로 만드는 등 사업수완의 진면목을 발휘하기도 했다. 2002년에 설립한 영화투자배급사 쇼박스는 '태극기 휘날리며' '웰컴투 동막골' 등 히트작을 내면서 한국영화 배급점유율 3위, 관객동원 1위 배급사로 성장시켰다. 이 부회장과 유사 업종에서 그룹의 여성총수로 떠오른 사례는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이다.이미경 부회장은 이병철 고 삼성그룹 창업주 장손녀로 CJ그룹의 엔터테인먼트 진출에 초석을 놓았다는 점에서 이화경 부 회장과 비슷하다.이미경 부회장은 지난 95년 이사로 입사해 10년만에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현재 이미경 부회장이 엔터테인먼트와 CGV, CJ미디어, CJ아메리카를 총괄하고 있지만 그룹차원에서는 이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의 운영체제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업계 관계자들은 "외형면에서는 CJ가 앞서고 있지만 내실적인 면은 오리온이 CJ 위에 있다"고 평가했다.이화경 부회장의 경우는 남편을 앞세우고 자신이 뒤에서 보좌하는 형태를 취했다. 반대로 여성 자신이 앞에 나서고 남편이 지원하는 형태를 취한 사례로는 피죤의 이주연 관리부문장을 들 수 있다. 이 부문장의 경우는 아들이 경영에 관심이 없어 딸이 대신 이어받은 사례이기도 하다. 피죤의 이윤재 회장은 슬하에 1남 1녀의 자녀를 뒀다. 이 부문장의 남동생인 이정준씨는 현재 미국 메릴랜드주립대 타우슨대학에서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교수는 최근 미국에서 종신재직권을 취득함에 따라 향후 경영 참여는 일체 없을 것이라는 후문이 떠돌고 있다.지난 3월 현정씨는 부사장 자리에 오르며 후계 구도를 가시화했고 강 회장의 뒤를 이은 부인 박경자씨를 보좌해 가업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성 기자 <매일일보닷컴 제휴사=토요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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