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아라 기자] 북한이 지난 9일 강행한 제5차 핵실험과 관련 정치권에서 한반도 핵무장론이 고개를 들고있다. 그러나 한반도 핵 배치는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와 한미동맹, 국가간 역학관계 등 현실적 한계점이 지적되고 있어 ‘안보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한반도 핵 배치 논의는 여권 일부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원유철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와 홍문종 의원 등이 사견을 전제로 주한미군내 전략적 핵배치 논의에 불을 붙였다.그러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11일 용산 전쟁기념관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핵 도발에 대해 “우리가 항상 예외로 해왔던 문제에 대해 과감하게 논의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사실상 핵 무장론을 공론화 했다.이에 야권 일각에서도 이같은 흐름의 주장이 나왔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하루 빨리 수중 킬체인 전략구축이나 핵미사일 공격시 선제공격력을 보여줄 수 있는 '최소 억제력'을 갖추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러나 핵무장론은 현재 한반도 상황을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불가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일차적으로 우리나라가 가입한 NPT(핵확산금지조약)의 탈퇴에 따른 국제적 부담이 불가피하고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외교적 긴장관계도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또 한국의 핵무장이 주변국으로 퍼지는 ‘핵 도미노’ 현상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아울러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서도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깨야 하고 이에 따른 한미동맹에 부담을 줄 수 있어 미군 측이 동의할 가능성도 낮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독자적 핵무장론에 대해 “한미동맹을 깨자는 이야기”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핵무장론이나 전술핵 재배치 논의는) 동북아에 군비경쟁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부담을 늘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또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지난 12일부터 진행한 방미 일정 중 만난 미국 측 인사에게선 한반도 핵무장에 대해서는 어떤 공감대나 발언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 의회에서는 이같은 핵 무장 여론이 전무한 실정인 셈이다.청와대에서도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불가피한데도 정치권에서는 핵무장론을 주장하면서 정치권이 ‘안보 포퓰리즘’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핵실험으로 고조된 여론의 불안감을 이용한 정치적 셈법이라는 것이다.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18일 본지통화에서 “여권에서는 기존의 보수지지층을 결집하고 북핵으로 불안해진 중도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며 “야권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둔 시기에서 안보 이슈를 선점하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