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매각, 물 건너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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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매각, 물 건너가나
  • 황지혜 기자
  • 승인 2006.09.11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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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론스타-국민銀 본계약 앞두고 산넘어산...검찰, 외환銀 압수수색 변수
<매각 본계약일을 보름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외환은행의 매각에 각종 난기류가 작용, 인수까지 멀고도 험한 길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 7일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가 외환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하고 나섰고, 인수자인 강정원 국민은행장도 지난달 참고인 자격이지만 검찰수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론스타 그레이켄 회장도 '반 협박성' 발언을 흘리며 인수 가격 올리기에 나서, 인수 성사 순간까지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을 파헤치고 있는 검찰 수사가 지난 6개월간 제자리만 맴돌다가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외환은행 매각에 차질이 생겼다.
지난 7일 검찰은 2002년 3월 외환은행의 차세대 금융시스템 구축 사업자로 LG-CNS가 선정돼 200억원 규모의 시스템 구축 사업을 맡은 과정에서 시스템 장비 비용을 부풀려 계산하는 방법으로 외환은행이 비자금을 조성 혐의를 포착, 외환은행 IT사업본부장과 LG CLS 전ㆍ현직 임직원을 소환해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본격 조사에 나섰다. 검찰은 비자금이 조성될 당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에 깊이 관여한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이 재임하고 있었으며, 이 비자금이 외환은행의 매각과 관련한 로비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번 압수수색이) 론스타 사건과 관련이 됐을 수도 있으며, 비자금 조성시기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시기와 동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비자금 조성이 론스타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만일 검찰의 시나리오대로 비자금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시 로비자금으로 사용됐다면, 지난 2003년에 채결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 계약은 물론 현재 진행되는 재매각 계약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는 지난 5월 19일 국민은행과 론스타가 주식매매 계약시 오는 9월 16일 본계약 체결 때  '검찰수사를 비롯 인수가 문제되지 않는다'는 조건이 충족돼야  매각대금을 지급키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비리 발견 관련) 아직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해줄 순 없다"면서 "우리는 그냥 지켜만 볼 뿐 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환은행 압수수색 소식이 들리고 나서 국민은행 공보실은 관련 기사를 스크랩, 정리하면서 상당히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이외에도 외환은행 인수로 가는 길 곳곳에 걸림돌이 있어 국민은행으로서는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의 원로급 인사와 교수들이 주축으로 구성된 외환은행되찾기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가 '1000명 서명운동', '외환은행 주식 10주 갖기 운동'등 조직적, 구체적인 방법으로 반(反) 매각 운동을 전개하며,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여론을 의식을 환기시키고 있어, 반발 여론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5월부터 시작한 서명운동은 이미 지난달 말 100만인 서명 돌파라는 성과를 기록했고, 공정위, 검찰, 여야 정당에 서명자료를 넘긴데 이어 지난 4일 관련 자료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외환노조 김보헌 전문위원 "100만인 서명을 개별 노조가 이룬 것은 우리가 처음이며, 힘든 일도 많았지만 전 직원이 죽기 사기로 매달린 결과"라면서 "이는 시민들도 외환은행 사태를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닌 불법 투기업체에 헐값 매각된, 국민 경제와 관련된 사회적 문제로 인식했다는 증거"라고 역설했다.한편 범국본의 '외환은행 주식 10주 갖기 운동'도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도 젊은 층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앞서 대구지역을 시작으로 진행하고 있는 전국 공청회와 싸이월드, 다음 카페 등에 올린 '외환은행 매각사태 바로 알기-만화 신(新) 심청전'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범국본 김준환 사무처장은 "전국 공청회에서 강연을 듣다가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고, 멀리 제주도에서 비행기까지 타고 대구에 오신 분도 있더라"면서 공청회 분위기를 전했다. 또 1000명 서명운동에 대해서도 "벤쿠버, 동경, 뉴욕 등 해외에 있는 교민들에게서 성명서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외국사에게 문을 걸어 잠근 것이 아니고, 대문은 열어놨다"면서 "그러나 기둥을 뽑으려하는 것은 안 되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실제로 외국인 지분율이 85%에 달하는 국민은행에 외환은행이 재매각 되면, 사실상 국내 4대 은행이 모두 외국 시장 주도 하에 놓여지게 된다. 현재 하나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은 81%, 신한금융지주 63.26%, 우리은행의 경우에도 50%를 훌쩍 넘어선 상태다. 이어 그는 "국민은행을 비방하러 나선 것이 아니고, 다만 국민의 뜻을 반영해 외환은행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라면서 "외환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동의를 얻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국민은행이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하는 '국민'은행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따라서 공개매각을 통한 국민주 방식을 통해, 외환은행이 원상복귀 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10주 갖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범국본은 지난 5월 감사원 감사를 통해 시민단체와 학계, 노동조합 등이 주장하는 외환은행 헐값 문제가 모두 사실로 드러났고, 따라서 2003년 론스타 매각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강행원 국민은행장의 검찰 수사 사실과 더불어 그의 도덕성을 꼬집고 있다.구속중인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의 변호인인 노영보 변호사는 현대차비자금 수사와 관련, 검찰이 2002년 4월 25일 변 대표가 김동훈 안건회계법인 대표를 만나 돈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바를 반박하기 위해 강 행장으로부터 당일 변 대표와 만났다는 확인서를 지난 7월 25일 받았다. 이에 최근 검찰이 강 행장을 소환해 이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강 행장이 돌연 자신이 써 준 확인서를 정면 부인했던 것. 노영보 변호사는 "지난달 9일 강 행장이 검찰 수사를 받은 것으로 안다"면서 "강 행장이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지 못해, 실제 만남의 진위 여부를 말할 순 없다"면서 "그러나 그 해 여러차례 (두 사람이) 만났다"고 전했다. 노 변호사는 강 행장의 진술 번복사실에 대해 "확인서를 쓸 당시에도 강 행장이 변 대표와 만난 날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던 만큼, 특정 날짜에 만난 적이 없다는 부분을 번복한 것 같다"면서 "검찰조사를 받으면서 심경이 불편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확인서 받을 때 강 행장이 어떤 압박을 받은 것 아닌지에 대해 노 변호사는 "외부 압력은 전혀 없었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정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감옥에 있는 사람의 힘이 얼마나 대단하면 강 행장이 있지도 않은 사실을 확인서로 써줬겠냐"면서 "양자간의 비밀 거래가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결국 강 행장이 헐값매각을 주도한 의혹을 받고 있는 변 대표와의 연관성이 불거질 경우, 론스타의 반발이 일어날 것이 훤하고, 설령 만남을 갖지 않았고 비밀 거래가 없었다 하더라도 허위 진술서를 써준 데에 대한 도덕적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외환은행 노조는 "은행업이라는 것이 정직성과 도덕성이 중요한 업종인데 허위 진술서를 작성하고, 번복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이와 관련, 한국경제 TV의 최진욱 기자가 관련 기사를 썼다가 온라인에서 기사가 삭제되는 웃지 못할 헤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당시 국민은행측은 "이의제기를 했더니 해당 언론사에서 알아서 삭제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의제기시 언론사에서 보통 기사의 내용을 수정하는 관례를 깨고, 기사를 아예 삭제시켰다는 데에 기사삭제 압력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실제로 기사가 나간 후 아침부터 국민은행 관계자로부터 기자에게 전화가 와 '기사를 내릴 수 없냐'고 묻고, 회유를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범국본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여론을 용납지 않고,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언론에 압력을 가한 것이 아니냐"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또 외환은행 매각 성사시, 강 행장 개인이 얻게 될 엄청난 차익을 두고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 지난 2004년 11월강 행장이 취임 시 받은 70만주 스톡옵션을 외환은행 인수 성사후 행사하게 되면 적어도 강 행장 개인이 최대 400억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  강 행장 취임 당시 기준 행사가격은 3만8,000원 안팎이었으나 9월 1일 기준 행사 가격 5만2,000원선으로 계산했을 때, 차익은 최대 420억원, 최저 266억원이며, 14개 증권사의 평균 목표가격인 9만9,000원을 적용해도 329억원이라는 차익이 가능하다.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2007년 11월 2일부터라 아직 행사시기를 남겨두고 있지만 이는 은행업계 사상 스톡옵션 보상중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강 행장 외에도 외환은행 인수를 주도한 김기홍 수석부행장이 가지고 있는 21만5,000주, 정동수 이사회 의장 5만주도 각각 111억여원, 26억여원정도의 혜택이 예상돼, 외환은행 인수 성사를 국민은행 수뇌부들이 '개인 영리' 취득의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따가운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다. 국민은행이 용케 반발 여론을 잠재우고, 검찰의 수사라는 악재를 피해간다 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남아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합병(M&A)에 대한 기업결합 심사가 예상보다 길어져 오는 10월이나 11월쯤 완료될 것으로 보이고, 금융감독위원회의 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 작업이 별다른 진척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점유율 분석을 위한 각종 기초자료 수집 및 분석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 공정위는 지난 6월 말 국민은행 측에 '90일간 심사 연장' 조치를 통보한 상태다. 또 시민단체는 국민은행의 '인수 자격'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올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거래와 부당지원을 이유로 과징금 63억원을 국민은행측에 부과한 사실과 국민카드를 합병할 당시 국민은행이 법인세를 내지 않기 위해 1조6,0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했다는 혐의를 들어, 금감위에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불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은행법 시행령 5조에 따르면 '5년 내 금융관련 법령을 위반하거나 불공정거래금지 규정을 위반하여 처벌받은 경우 다른 은행을 인수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에 론스타 측의 돌박적인 태도 또한 마지막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달 론스타의 그레이켄 회장이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를 통해 "본계약일인 16일까지 검찰조사의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예정된 계약이행을 마무리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론스타가  '경고 발언'으로 노리는 것은 매각 무산이 아닌 본계약을 앞두고 가격 올리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본계약 협상 테이블에서 론스타 측이 내놓을 협상 '변수 카드'가 인수로 가는 마지막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그레이켄 회장이 매각을 앞두고 계약 가격을 인상하기 위해 장난을 치고 있다"고 전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그레이켄 회장의 인터뷰 전문을 보니 문장 첫 머리에 'maybe'라고 언급했는데 영문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뉘앙스의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인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이에 대해 경계하고 있는 눈치를 보였다.국민은행도 아직까지 실무접촉만 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거져 나온 그레이켄 회장의 발언에 대한 배경을 주시하고 있다. 한편 그레이켄 회장의 말을 전해들은 검찰은 론스타와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매각·매입 협상과 무관하게 수사를 계속 진행하기로 했으며, 16일 안으로 수사를 마무리짓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채 기획관은 "누구라도 수사 중인 상황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외환은행 재매각 협상과 수사는 별개 문제"라면서 "16일까지 론스타 헐값 매각 의혹사건 수사를 마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이같은 변수로 인해 오는 9월 본계약에서 국민은행과 론스타 간 인수 성사 가능성은 희박하게 됐다. 특히 론스타 측은 콜옵션 행사 권리가 만료되는 오는 10월말까지 매각 계약을 서둘러 마쳐야 하나 국민은행은 대금 지급을 감사원 및 검찰의 수사 종결 이후로 미루고 있는 입장이라 성사 가능성이 더욱더 불투명해지고 있다.그럼에도 업계에서는 국민은행을 대체할 매수자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본계약 유효기간이 연장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또 적어도 검찰 수사가 연말 전에는 끝나지 않겠냐는 낙관적 전망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국민은행 관계자도 "인수 과정에서 난기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언론에서 매각에 별 무리가 없다고 보는 시선 많은 만큼 그렇게 흘러가지 않겠냐"면서 "대금지급 시일이 다가오면서 만에 하나라도 연기될 상황에 대비해 맞춰 경영진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그는 이어 "지금 상황에서 언급할 수 있는 말이 많지 않다"면서 "16일에 결국 뚜껑을 열어봐야 알지 않겠냐"며 말을 잘랐다.  과연 국민은행이 이런 난기류를 뚫고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할 수 있을 지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매일일보닷컴제휴사=토요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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