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살 때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자동차에 기름을 넣고, 휴대폰으로 통화하며 출장이나 여행 시 비행기를 이용하는 등의 행위는 현대인에게 이미 일상화 된지 오래다.
이러한 행위에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은 바로 마일리지 서비스.
사용처와 사용액에 따라 일정비율을 현금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적립해 회원에게 제공하는 마일리지 서비스는 기업 입장에서 고객의 재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다. 적립금, 포인트, 캐쉬백, 사이버머니 등도 마일리지와 같은 개념이다.
국내에서는 1984년에 대한항공이 처음으로 마일리지 서비스를 도입했고 금융권에서의 마일리지 서비스는 1995년 외환카드사가 제공한 YES포인트가 시초였다.
항공산업에서 시작된 마일리지 서비스는 이제 금융, 유통, 통신, 정유 등 산업 곳곳에 자리잡고 있으며 4조5000억을 넘는 거대시장으로 성장했다.
일상생활 곳곳에 침투한 마일리지 서비스는 원래 기업이 고객의 재구매를 유도해 고정고객을 확보하려는 마케팅 수단으로 도입된 제도다.
최근에는 점차 그 영역을 넓혀 마케팅 수단이라는 원래 목적에서 새로운 지급결제수단으로 인식될 정도로 현금과 거의 유사하게 사용되고 있다.
마일리지 서비스는 각 업체가 고객을 유치할 때 경쟁적으로 활용된다. 고정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순이익 증가로 연결되는 만큼 고객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 바로 마일리지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마일리지 규모는 일종의 영업비밀로 간주돼 일반적으로 기업에서는 공개를 꺼리는 것이 원칙이지만 업계에서는 대략 매출의 5% 내외를 적립금이나 포인트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누적 마일리지 규모가 가장 큰 업종은 항공사와 신용카드 회사이며 항공사 마일리지를 돈으로 환산하면 3조원에 달한다.
2004년 기준으로 한 해 동안 카드사들이 항공사에 지급한 제휴 마일리지 공여대가는 2000억원을 넘는다.
카드업계에서는 연간 3500억에서 7000억원 이상의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동통신사의 경우 SK텔레콤의 마일리지 누적점수는 대략 1000억원, KTF는 약 900억원, LG텔레콤은 약 300억원 규모다.
정유사의 마일리지도 현금으로 환산해 3500억원 정도 적립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쇼핑몰 등 유통업계 마일리지 규모도 상당하다. SK의 OK캐쉬백은 연간 대략 2000억원대로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TV홈쇼핑은 대략 60억~130억원 정도의 마일리지를 유지하고 있는데 우리홈쇼핑과 현대홈쇼핑이 대략 60억~80억원 수준이고 LG홈쇼핑과 CJ홈쇼핑은 110억~13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주요인터넷 쇼핑몰도 50억원 전후의 누적적립금을 가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마일리지를 운영하고 있는 18개 증권사가 보유중인 미사용마일리지 규모는 400여억원(총자산 대비 0.1%)으로 2004년 기준, 국내 마일리지 시장 규모는 대략 4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한편 신용카드 고객들이 사용하지 않아 소멸된 카드 포인트가 올해 1분기(1~3월) 121억원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지난 4일 “삼성, 현대, LG, 롯데, 비씨, 신한 등 6개 카드사에서 회원 탈퇴와 포인트 사용기간 만료 등으로 소멸된 카드 포인트는 총 121억 3561만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보통 카드사가 제공하는 포인트 1점이 현금 1원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121억원에 육박하는 고객의 돈이 자취도 없이 사라진 셈이다.
소멸된 카드 포인트는 2004년 1분기에 대략 52억원 규모였지만 2005년 1분기 약 82억원, 2분기 약 99억원, 3분기 약 107억원, 4분기 약 12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카드 사용자 4명 중 1명은 평생 동안 카드 포인트를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리서치 전문업체 엠브레인에 따르면 포인트 적립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쓰지 않는다는 응답자들 중 과반수가 넘는 비율이 포인트가 너무 적은 액수라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통상적으로 카드사들은 5년을 카드 포인트 소멸 시효로 잡아놓고 있으며 포인트 사용 가능한 최소 적립 단위를 적용해 일정 기준 이상 카드를 통한 구매행위가 있어야 포인트를 현금처럼 쓸 수 있도록 정해놓고 있다.
LG카드나 신한카드는 5000포인트 이상 적립해야 적립한 포인트를 이용한 구매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포인트 적립율을 업계 통상적인 0.1%로 잡는다면 500만원 이상 카드를 통한 지출기록이 있어야 포인트 사용이 가능한 셈이다.
이런 최소 적립 단위를 충족시키지 못한 잔여 포인트는 해당 카드사에서 명시한 소멸 시효가 지나면 자동적으로 사라지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일리지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
금감원 여전감독실 송현 팀장은 “현행법상으로는 카드사가 제공하는 포인트를 고객에게 진 채무로 보진 않는다”면서 “포인트는 회원에게 마케팅 차원에서 부가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각 기업이 자율적으로 소비자에게 지급 여부와 방법을 결정할 수 있으나 앞으로 적립된 포인트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채무관계를 맺은 것으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자리잡는다면 보다 건전한 마일리지 서비스 기반을 구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등이 제공하는 마일리지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잠재적인 ‘부채’의 개념이다. 향후에 마일리지 지불로 빠져나갈 비용을 미리 감안하고 그 부분을 부채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래의 잠재적인 부채로 예상했던 마일리지 누적액이 많을수록 기업은 부담을 느끼게 마련이다.
언젠가는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마일리지가 계속 누적되고 고객들이 이를 한꺼번에 사용할 경우, 기업은 엄청난 압박에 시달리게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각 기업마다 마일리지 소멸시효나 마일리지를 현금화해 사용할 수 있는 최소 기준을 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마일리지가 각 기업이 내 건 소멸사유에 따라 사라진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탕감해야 할 부채가 줄어드는 셈이고 이렇게 소멸되는 마일리지가 많을수록 기업 입장에서는 한숨 돌릴 여지가 생긴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이성만 차장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많은 카드사들이 카드 포인트 소멸에 대한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하는데 소홀했다”면서 “이로 인해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현금화할 수 있는 포인트를 허공에 날린 셈”이라고 말했다.
또 “포인트 적립 및 사용제한 내용은 카드 사용자에게 매우 중요한 정보이므로 카드사는 정확한 공시를 통해 소비자에게 이 같은 내용을 상세히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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