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각종 구조조정에 중견그룹으로 내려앉아 법정관리 및 자율협약으로 기업 덩치 줄이기 급급
[매일일보 이한듬·최수진 기자] 급변하는 세계 경제에 사즉생의 각오를 다져야하는 기업들이 우후죽순 늘어가고 있다.28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계, 해운업계, 철강업계 등 글로벌 위기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며 필사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가까스로 살아났지만…치명타에 내실다지기국적선사이자 국내 해운업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했던 현대상선은 계속된 해운업계의 침체로 인해 만성적자를 기록하면서 심각한 재무위기에 직면했다.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와 각종 자산 매각,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사재출연 등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섰지만, 현대상선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의 감자로 현대그룹에서 분리됐다.용선료 인하, 채무조정, 해운동맹 가입 등 채권단 자율협약을 성실히 마치면서 법정관리 위기였던 현대상선은 새 출발에 성공하게 됐다.반면,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의 계열분리로 중견그룹으로 내려앉게 돼 재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한 때는 재계 1위라는 빛나는 길을 걷기도 했지만, 그룹 매출의 70% 가량을 책임져온 현대상선이 분리되자 자산 2조원 규모의 중견기업이 된 것.자구안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현대로지스틱스, 현대증권, 현대상선 등 주력 계열사를 전부 떼어내고 현대그룹에는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아산, 현대유엔아이 정도만 남게 됐다.특히 현재 대북관계 악화로 남북경협사업이 중단되며 현대아산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현대그룹은 꾸준히 흑자를 갱신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내실을 다져 재도약에 나서겠다는 의지다.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계를 이끌고 있는 기업들도 글로벌 조선시장의 침체와 해양플랜트 쇼크 영향으로 인력·조직 구조조정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이들 3사는 1000여명이 넘는 희망퇴직을 실시하거나 시도하고 있다. 고정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극심한 수주 부진에 유휴인력을 줄이기 위한 행보이기도 하다.실제로 조선3사는 무급휴직이라는 수단까지 꺼내며 인건비 절약에 나서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내년부터 무급휴직에 들어가고, 현대중공업은 그룹 조선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이 무급휴직을 결정하면서 시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조직도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비슷한 조직의 통합을 하고 조선업 이외의 조직에 대해서는 분리를 추진하며 경쟁력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철강업계도 M&A를 통한 덩치 키우기 보다는 철강 사업에 대한 경쟁력 제고를 위해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하며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결국 법정관리까지…한국 경제에 파장 일으켜한진그룹의 해상물류를 담당하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재계는 충격에 빠졌다. 국내 최대 해운사인 한진해운은 채권단 자율협약을 거치며 재도약을 노렸지만, 끝내 채권단이 한진해운의 자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법정관리로 이어졌다.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인해 재계에서 한진그룹의 시총 순위도 크게 떨어졌다.이달 초 기준으로 한진그룹의 시가총액은 4조3876억원으로 올해 들어 2742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한진그룹의 대기업집단 내 시총 순위는 23위였으나 최근에는 5계단 떨어진 28위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변동폭은 상위 30개 대기업 집단 중 가장 큰 하락 폭이다.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은 1000%가 넘어 청산의 가능성도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진해운 사태는 한진그룹을 재계 10위권 밖으로 밀어낼 수 있다는 전망도 속속 나오고 있다.한진그룹뿐만 아니라 물류대란으로 우리나라 경제에도 지속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는 한진해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물류대란이 벌어지면서 상당수의 많은 수출입 기업들이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거나 비싼 운임료를 지불해 피해를 입기도 했다.일각에서는 “한진해운 사태는 언제든지 또 일어날 수 있다”며 “세계 경기가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만큼 미리 위기에 대비하는 경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