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남북정상회담 서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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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 “남북정상회담 서둘러라”
  • 최봉석 기자
  • 승인 2006.09.18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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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창간호 인터뷰에서
[매일일보닷컴=최봉석기자] 지난 6월 특사 방북이 무산된 적이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3개월 만에 말문을 열었다.김대중 전 대통령은 14일 통일문제와 관련해 “남북관계에 있어서 흡수통일은 안된다”며 “평화공존 속에 점진적으로 통일해야 한다. 전쟁은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은 전쟁을 막기 위해서”라고 강조하며, “통일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하되 주변 4대국과 긴밀한 협력 속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김 전 대통령은 이날 국제문제 전문 월간지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창간호 특별회견에서 “무엇보다도 남북정상회담을 서둘러야 한다. 정상이 만나야 문제가 풀린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참여정부의 통일.외교정책에 대해서는 참여정부 지자들의 말을 인용, “참여정부의 통일외교정책이 소극적이고 균형감이 떨어졌다며 우려하고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과 흡수통일 반대

그는 이와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중에 제가 한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는 그런 계제를 만들어 놓아야 다음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남북관계를 바꾸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김 전 대통령은 특히 현 정부의 대미정책, 미국의 대남정책과 관련해서는 “현 정부가 미국과 근본적으로 어긋나는 길을 가려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미국은 한국에 대해서도 독일과 프랑스를 대하듯이 그렇게 존중하고,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발언권을 존중하는 태도를 취해주는 게 옳다”고 말했다.그는 특히 월남파병, 이라크 파병, 용산기지 이전, FTA 등의 예를 들며 “이렇게 미국에 협력하는 나라가 세계에 몇이나 있느냐”고 따지며, “한국은 미국에 대해 줄 것 다 주면서 좋은 소리를 못듣고 있다”고 미국측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어 한반도 정세,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누구는 남북관계가 진척이 안되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데, 실은 그게 아니라 북미관계가 근본문제”라고 지적하며, “북한은 대화를 간절히 바라는데, 미국의 네오콘은 마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장벽을 치듯 북한을 몰아붙이고 있다”고 미국측을 또다시 비판했다.김 전 대통령은 “북한이 핵도 포기하겠다. 미사일도 안 하겠다. 그러니 우리 생존권을 보장해달라고 대화하자고 하는데 (미국은) 왜 대화를 하지 않느냐”면서 “미국의 네오콘, 강경파 입장에서는 (대화는) 필요가 없다. 북한을 자꾸 잘못된 길로, 강경한 길로 몰아붙이면서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오콘의 대북 정책 비판

김 전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미국은 중국을 미래의 가상의 적으로 생각하고 지금 MD 같은 군비확장을 하려고 하는데 북한이 구실이며, 또 일본을 재무장시키고 일본의 군사력을 강화시켜야 하는데 그것도 북한을 빌미로 시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그러나 향후 한미관계에 대해서 그는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앞으로도 동맹관계가 유지될 것”이라며 “서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믿고, 서로 상대방과 이해관계가 일치할 때 되는 것”이라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김대중 전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전제한 뒤, “남북관계는 바른 길을 가고 있고, 북한은 6자 회담에 나서 전 세계를 상대로 자신의 대화 의지를 보여줘야 하고, 북한 문제는 한국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가”고 전 세계와 미국 정부에 호소했다.  김 전 대통령이 이날 인터뷰를 통해 미국에 전례없이 강도 높은 비판을 퍼부은 것은 미국 네오콘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북한을 봉쇄시키고 한반도의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판단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한편 김 전 대통령은 이튿날인 15일 부산대에서 열린 ‘21세기와 우리 민족의 미래’를 주제로 특별강연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2009년, 우리는 2012까지 미국이 있어줘야 한다고 하는데, 저는 미국이 우리말을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몽드’의 자매지다.
최봉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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