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형 “나 뜨는 거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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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형 “나 뜨는 거 맞아?”
  • 최봉석 기자
  • 승인 2006.09.1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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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주역에서 민주당 구원자로…긍정과 부정적 평가 공존하는 노쇠한 정치인

민주당 조순형 의원이 뜨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요즘 유행하는 말로 표현하자면, ‘검색 1순위 정치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헌법재판소재판관 선출안 심사 과정에서 조순형 의원이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절차를 문제 삼으며 ‘청문회 스타’로 등장한 것이다.
조순형 의원은 “헌재 소장은 헌재 재판관 중에서 임명하도록 헌법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재판관을 이미 사퇴한 전 후보자는 헌재 재판관 임명 절차를 우선 밝아야 한다”고 발언, 청와대측의 잘못에 대한 인정과 수정동의안 제출을 이끌어 냈다.덕분에, 시쳇말로 ‘조순형 유행어’까지 생겼다. “젊은 국회의원들이 공부를 안한다”가 바로 그 것. 조 의원이 ‘헌법재판소의 장은 재판관 중에서 임명한다’는 헌법 조항을 발견하고 후배 의원들에게 던진 한마디라고 한다. 언론들은 ‘조 의원의 진가가 드러났다’며 대서특필 해줬다. 일부 언론들은 급기야 ‘변호사 정당’인 한나라당을 나무라기까지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곧바로 불쾌하다는 반응을 피력했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조순형 의원은 ‘이미’ 떠버렸다. ‘확실하게’.

확실히 뜬 탄핵주역 조순형 의원

조 의원이 여의도 정치가에서 뜬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두 번째다. 그는 지난 7.26 재보선 때 서울 성북을에서 당선되며 떴다. 한나라당이 여유있게 민주당을 앞서고 있었지만 조순형 후보가 역전승을 이뤄내면서 박근혜 체제 등장 이후 패배를 모르던 한나라당의 재보선 연승 행진에 ‘스톱’ 버튼을 누른 것이다.그는 ‘민주당의 17대 국회 첫 수도권 입성’이라는 화려한 수식어와 함께 이렇게 정치권에 복귀했다.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주역’으로 씁쓸하게 물러났지만, 2년 만에 “나 여기 있어요”라고 말하며 화려하게 부활한 셈이다.일각에서는 조순형 의원의 당선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과 한나라당이 무조건 싫기 때문으로 분석하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지만, 수도권 민심이 지역정당인 민주당을 선택했다는 점은 민주당이 다시 부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즉 조순형 의원이라는 인물이 부각되면서, 함께 뜨고 있는 것은 탄핵사태로 시나브로 몰락해가던 ‘민주당’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나라당 의원들은 최근 들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향해 공개적으로 ‘프로포즈’를 시도하고 있다. 물론 민주당의 ‘몸값 올리기’ 선봉에는 조 의원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최근 한화갑 민주당 대표가 한나라당 모임에 참석, ‘한민공조’를 언급한 뒤로 잘나가던 민주당이 다시 침몰 위기에 내몰리자, 조순형 의원이 “한나라당과의 연대는 어렵다”고 쐐기를 박으며 민주당호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리기도 했다.민주당은 ‘두 번 뜨면서’ 일약 스타로 발돋움한 조순형 의원을 중심으로 ‘민주당 살리기’ 채비를 갖추고 있다. 최근 조순형 의원의 문제 제기로 시작된 신임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자의 자격에 대한 문제가 국정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민주당을 살려라

일단 전효숙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자 인준안이 야(野)3당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여야간 접점을 찾지 못해 지난 14일 본회의 처리가 무산됨에 따라, 다음 본회의가 예정된 19일에 처리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중재안을 내놓은 야3당(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이 한나라당을 압박할 경우 오는 19일 본회의에서 표결공조를 통해 인준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열린우리당은 ‘19일 반드시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전효숙 후보자의 직접 사퇴와 대통령이 임명을 철회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맞서는 등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분위기다.이 때문에 조순형 의원은 한나라당의 이 같은 태도에 또다시 비판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조 의원은 지난 12일 CBS 뉴스레이다에 출연해 “한나라당이 대통령의 지명철회나 전효숙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헌재소장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참여하고 진행해서 여기까지 온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한나라당의 태도에 ‘쓴소리’를 던졌다.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조순형 의원의 일거일동에 대해 무조건 환영의 박수를 쳐주는 분위기는 아니다. ‘미스터 쓴소리’ 조 의원이 상대방에게 ‘쓴소리’를 던지는 만큼, 그를 향한 ‘쓴소리’도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이를테면 지난 2000년 윤영철 헌재소장 임명시 임명절차상 하자가 있었지만,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없었다는 점도 요즘 들어 한 근거로 제기되는데, 전효숙 후보자의 경우를 포함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 조 의원은 여당인 새천년민주당 소속이었는데 야당 시절에만 문제점을 지적하고 여당 시절에는 ‘나몰라라’ 하는 점에서 ‘정치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정계와 법조계 인사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정치적 의도’ ‘기회주의자’ 목소리도

보궐 선거에 따른 그의 국회 입성에 대해서는 진보진영측에서 아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이들에게 조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위해 한나라당과 함께 국회에서 탄핵결의를 주동한 인물’로 인식되고 있는데 간단히 표현하면 ‘기회주의자’라는 것이다.조 의원이 실질적으로 주도한 꼴이 되어버린 이번 헌법재판관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애초부터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거세지고 있다. 헌법상 ‘국회의 임명동의’를 필요로 하는 주요 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당연하지만, 임명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재판관의 청문회는 헌법이 부요한 권한 밖의 행위를 부여한 것으로 위헌법률이라는 이야기다.법조계 한 관계자는 “대법관의 임명과 헌법재판관의 임명은 그 성격부터가 다르다”고 말했다. 정치적으로 중립을 띠는 사법부의 구성원인 대법원관을 제청하는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정치적 재판기관인 헌법재판소는 3권분립의 정신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게 이 관계자의 견해다.처음부터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인사청문회의 선봉에는 이처럼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통근(?)’정치인 조순형 의원이 똬리를 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악연을 갖고 있는 조 의원이 의도적으로 현 정부의 인사방침에 딴지를 걸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이 때문에 정가는 조 의원의 이런 발걸음에 대해 본인의 정치적 미래와 연결지어 해석하려는 경향이 짙다. 단순한 ‘의원’이 아니라 ‘대권후보’로 비쳐진다는 목소리도 자연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본인은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청렴한 지도자’를 대선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며 조순형 의원은 대선후보의 전형적인 모델로 각인시키려는 모습을 애써 내비치고 한다. 지방언론 한 논설위원은 “요즘 같으면 그(조 의원)이 혼자 정치의 중심을 잡는다 해도 지나칠 게 없다”고 묘사할 정도다.

의원 선호도 인기 3위까지 치솟아

국회의원 선호도로 따지면, 그의 인기는 예상외로 높다. 지난 11일 조사된 모 언론사의 국회의원 선호도 결과에 따르면 조순형 의원은 1위 정몽준(30%), 2위 유시민(18%)에 이어 3위(14%)를 차지했다. 지난 7월31일 조사에서 그는 4위였다. 탄핵사태 이후 뇌리에서 잊혀졌던 그가 재보궐 선거 이후 단숨에 3위까지 박차고 올라온 기염을 토한 것이다.대통령 탄핵의 선두에 섰던 조순형 의원은 이번 헌법재판소 소장 임명과 관련해서도 선두에 섰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조순형 의원이 민주당 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민주당의 입지가 높아지고 주도권을 행사하자, 한나라당도 민주당의 정책에 반기를 거의 들지 않는 모습이다. ‘한민공조’라는 이야기도 반복적으로 나왔다.어쨌든 조 의원은 현행 한화갑 대표로 움직이고 있는 민주당 내에서 당 복귀가 얼마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당내 입지를 강화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이런 가운데 한화갑 대표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의원직 상실에 해당되는 판결을 받은 뒤 현재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한 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할 경우 당 지도체제는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이와 함께 한화갑 대표가 기를 쓰며 영입하려는 고건을 대권후보로 영입하든지, 그게 실패로 돌아갈 경우 직접 대권후보로 나서는 모양새도 그림으로 그려볼 수 있다. 그의 복귀가 구 민주당 세력이 재집결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는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형국이다.민주당의 속사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의 표현대로 한 대표의 최근 행보에 대해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당내에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면, 현재 분위기로 짐작컨데 당 내에서 조 의원에 대해 불평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비참하게 몰락하고, 조 의원은 ‘능력없는’ ‘힘없는’ ‘무능한’ 정치력을 발휘하는 불명예스런 지도자로 각인됐던 것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차이다. 그는 지옥과 천국을 모두 경험한 셈이다.

지옥과 천국을 모두 경험한 조순형

이미 민주당은 ‘한화갑 대표’에서 ‘조순형 대표 체제’로 옮겨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미스터 쓴소리’라는 다소 긍정적인(?) 별명을 갖고 있는 조순형 의원은 한나라당과는 확실히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당분간 호남지역 민심으로부터 멀어질 가능성도 없다.반면, ‘독불장군’이라는 부정적인 별명을 갖고 있는 그는 노무현 대통령과는 철저하게 대립각을 형성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 창출의 1등 공신이지만, 2003년 민주당 분당 사태 이후부터 노무현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2004년 민주당 대표시절에는 당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와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라는 자충수도 뒀다. 그런 그가 최근 들어서는 노 대통령을 상대로 툭하면 ‘사과’를 요구해, ‘노무현 저격수’로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한 몸에 받고 있다.대선승리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가, 탄핵을 통해 집중적으로 두드려 맞고, 또다시 ‘떠버린’ 조순형 의원. 다음 행보가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봉석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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