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유사석유파동' 나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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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 '유사석유파동' 나 몰라라~
  • 권민경
  • 승인 2006.09.22 2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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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관리 허점에도 '제품에 문제없다' 변명만 '급급'

<석유품질관리원 "등유식별제 포함은 곧 등유가 섞인 것">
<피해 주유소 "현대오일뱅크 아무런 조치 취해주지 않아">

[매일일보닷컴= 권민경 기자] 전국적으로 2천2백여개가 넘는 주유소를 확보, 국내 경질유 시장 점유율이 20%에 달하는 현대오일뱅크에서 등유를 섞은 경유를 공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1일 한국석유품질관리원은 지난 6월 현대오일뱅크가 경유를 공급하는 주유소 5곳의 경유제품에서 등유식별제가 검출된데 이어 8월에도 한 주유소 경유에서 등유식별제 성분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식별제란 휘발유, 등유 등 석유제품의 종류를 구분하기 위해 첨가하는 화공약품으로 일종의 꼬리표다. 석유품질관리원에서는 등유식별제가 포함된 이상 등유가 포함된 것이라 보고 법에 따라 유사석유 판정을 내린 것. 이로 인해 해당 주유소들은 유사석유 판매로 행정조치를 받게 됐다. 한편 문제의 경유를 산 소비자와 주유소들의 피해에도 불구하고 현대오일뱅크는 어떤 제재도 받지 않아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현대오일뱅크 측에서는 오히려 석유품질관리원에서 명확하지 않은 사실을 주장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석유품질관리원 행정소송 검토 중"이번 '등유 섞은 경유' 의혹과 관련해 현대오일뱅크측은 가장 먼저 "경유에 등유식별제가 섞여 있었다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 고 반문하며 "제품상에는 전혀 하자가 없고 이것이 자동차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 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현대오일뱅크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굳이 문제를 지적하자면 출하소에서 관리 직원의 실수로 경유 제품에 등유 식별제를 잘못 첨가했다는 부분" 이라며 이번 일로 비난의 도마에 오르내리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이 관계자는 "석유품질관리원에서 등유 식별제가 발견됐기 때문에 무조건 등유를 넣은 것이라 보고 유사석유라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며 "석유품질관리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현대오일뱅크 주유소에서 등유식별제가 발견된 경유에 대해 석유품질관리원의 태도 또한 단호하다.
관리원 검사팀의 한 관계자는 "식별제라는 것은 등유와 부생원료에 들어가게 돼 있다" 면서 "그렇기 때문에 실험실에서 검사를 할 때 식별제가 나왔다면 당연히 등유나 부생원료가 들어간 것이라고 본다" 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대오일뱅크는 제품 하자 문제를 따지기 이전에 품질관리 상의 허점을 보안하고, 사후 처리에 노력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 고 꼬집었다. 일각 "현대, 직원 실수는 뒷전, 제품 하자 변명만 급급"

실제로 석유품질관리원으로부터 유사석유 판매를 지적 당한 해당 주유소 업주들은 이번 일을 처리하는 현대오일뱅크 측의 태도에 상당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주유소 업자는 "처음에 현대 측에서 이 일을 알았을 때는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했는데, 문제의 경유를 회수하고 나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해주지 않았다" 고 불만을 터뜨렸다.

결국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6월 처음 등유식별제가 경유에 섞인 것을 알고, 지난달 석유품질관리원이 해당 주유소에 유사석유 판매를 통보, 이 일이 최근 언론에 알려지기까지 4개월 여 동안 문제의 주유소에서 경유 잔여량을 회수한 것 외에는 별다른 대책을 강구한 것이 없는 셈이다.

올해 2월 유사 휘발유 세녹스의 사용이 불법이라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온 뒤 정유업계는 자사 주유소 체인의 품질 관리에 바짝 긴장하고 나섰다.

현대오일뱅크 서영태 사장 또한 "믿을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말을 자주 언급하며 지난 3월 품질관리팀원을 14명에서 19명으로 늘리고, 검사시스템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공장 출하 단계에서 석유제품에 넣는 알킬계 식별재 함유량을 재는 '식별재 테스트' 를 통해 타사 기름인 유사 휘발유 등이 섞여 들어갔는지를 철저히 조사하기도 했다.

만약 유사석유를 쓴 주유소가 적발되면 곧바로 현대오일뱅크 간판을 내려야 했고, 실제로 일각에 따르면 지난해엔 주유소 3곳이 브랜드를 회수 당하기도.

그러나 이번 '유사경유' 파동은 현대오일뱅크의 품질관리시스템 강화가 무색할 만큼 허점을 보여준 경우였다.

더욱이 제품에 하자가 없다는 얘기만을 강조하며 '직원의 실수'를 뒷전으로 치부해 버리는 현대오일뱅크 측의 대응에 업계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유사석유에 관해 해당 주유소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던 현대오일뱅크.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문제의 경유를 산 소비자나, 아무것도 모르고 식별제가 섞인 경유를 판매한 주유소가 행정조치를 받은 것과 달리 현대오일뱅크 측은 어떤 제재도 받지 않았다.전문가들 "유사경유 급증, 근절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편 정부의 에너지 세제 개편안에 따라 경유 가격이 휘발유의 75%까지 급등하고 세율 역시 점차적으로 높아지자 저렴한 등유를 경유에 섞어 파는 행위가 해마다 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등유를 섞은 경유가 문제가 되는 것일까. 일각에서는 경유와 등유가 규격이나 성분이 거의 같기 때문에 섞어 사용해도 큰 문제는 없다는 식의 설명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유사 경유를 원료로 사용할 경우 연비가 감소하는 것 뿐만 아니라 차량 엔진 계통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뿐만 아니라 유사경유 판매는 곧 탈세와 연관돼 있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즉 경유는 자동차연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교통세가 부과돼 가격뿐이 아니라 세금 또한 등유에 비해 월등히 높다. 때문에 여러모로(?) 저렴한 등유를 경유에 혼합해 '진짜 경유' 인 것처럼 판매,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교유가 시대를 맞아 경유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라며 정부의 철저한 단속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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