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황 인권위원장 사퇴. 그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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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황 인권위원장 사퇴. 그 배경은?
  • 이재필
  • 승인 2006.09.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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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내부 갈등이 원인

▲ <조영황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지난 달 28일 청와대는 최근 사의를 표명한 조영황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위원장의 사표를 수리할 방침을 밝혔다. 조 위원장이 사직서를 공식 제출한 후(같은 달 26일) 이틀이 지나 내려진 결정이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사표수리 시기는 후임 인선과 조 위원장의 연가 기간을 감안해 이번 주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취임해 임기가 아직 1년 7개월이나 남아있는 조 위원장의 공식적인 사퇴 이유는 ‘건강문제’다
이명재 인권위 홍보협력팀장은 “오랫동안 지병이 있어서 ‘위원회의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기 힘들다”며 “그만 두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 공식적으로 사퇴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진짜 사퇴 이유는 따로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인권위의 공식 입장과는 달리 국내 언론들은 하나같이 조 위원장 사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인권위 내부 갈등을 지목하고 있다.

조 위원장의 사퇴 원인은 내부갈등?

지난 9월 22일 인권위 워크숍에서는 조 위원장과 인권위원들과의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상임위원 3명이 모두 참석하고 비상임위원 7명 가운데 4명이 참석해 비공개로 열린 워크숍에서 조 위원장은 일부 위원과 심각하게 말싸움을 벌인 끝에 간담회 도중 퇴장해 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워크숍 도중 인권위원 중 일부가 인사문제를 비롯한 조 위원장의 인권위 운영방식에 대해 ‘쓴소리’를 계속했다”며 “운영방식에 대해 비판이 나오자 조 위원장이 ‘나를 성토하는 자리라면 여기 있고 싶지 않다’며 자리를 떴다”고 말했다.

인권위원들은 당시 조 위원장에게 ‘인권위 위상에 걸맞는 결단력이 부족하다’, ‘인사권을 독단적으로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질책성 의견을 잇따라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조 위원장이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던 출범초기 때와 달리, 최근엔 참여정부 측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정도의 권고안만을 잇따라 내놓는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진보적 결단이 부족하다’, ‘콘텐츠가 없다’등의 비판의견이 거세지자 이에 대해 심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권위 관계자는 “인권위원들이 ‘위원장과 사무총장이 예산 · 인사 등 주요 업무에서 의견도 묻지 않고 우리를 무시하려 한다’고 불만을 토로해 왔다”며 “반면 조 위원장은 ‘위원들의 간섭’으로 인권위 통솔에 어려움을 느껴 왔다”고 귀띔했다.

지난 달 27일 한 언론사는 조 위원장이 아내 현 모씨에게 “젊은 사람이 위원장을 맡아야지”하는 말을 자주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보면 인권위 내부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했던 노선 갈등이 조 위원장의 사퇴 원인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인권위는 그간 이라크파병 반대, 국가보안법 폐지, 종교적 병역 거부, 비정규직 철폐 등에서 급진적인 주장을 펴,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인권위 내부에서 조차 ‘월권’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조 위원장과 일부 위원들 간에 대립이 형성돼 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인권위 측은 ‘내부갈등은 없으며 조 위원장 사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22일 워크숍에도 대립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달 28일 인권위는 조 위원장 사퇴와 관련해 성명을 발표했다. 인권위는 이날 성명에서 “워크숍은 활발한 내부 논의 과정에서 마련된 자리였을 뿐”이라며 “보수 · 진보의 대립이나 내분으로 보는 것은 오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워크숍 사건과 조 위원장의 사퇴가 위원회 운영에 대한 갈등으로 비춰줬을 수도 있다”며 이는 “향후 인권위가 풀어가야 할 숙제”라고 덧붙였다. 

언론사들의 잇따른 인권위 비판

조 위원장의 사퇴가 인권위 내부 갈등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각 언론사들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인권위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연일 쏟아 내고 있다.

조선일보는 27일 사설을 통해 ‘인권위 폐지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이날 ‘인권위. 이젠 문 닫을 때 됐다’라는 사설을 통해 조 위원장의 사퇴 사태를 다루면서 그 배경에 ‘노선 갈등’, ‘운영 방식 비판’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인권위가 2001년 발족한 이후 지금까지 주장한 바를 나열하며 ‘이런 기관에 국민세금을 끌어다 써왔다는 사실 자체가 한심스럽다’며 비난했다.

‘이라크 파병 반대, 종교적 병역거부 허용, 보안법 · 집회와 시위 제한폐지 등 쓸데없는 일에 큰소리치는 인권위에 한해 예산 200억 원씩을 들이면서 존속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 조선일보의 주장이다.   

해럴드 경제도 27일 ‘자중지란 인권위, 있어야 하나’라는 사설을 통해 인권위 폐지를 주장했다.

조 위원장의 사퇴를 두고 ‘사회 통념과 동떨어진 권고안이 자주 나와 빈축을 사던 인권위 내부 결정과정에 대한 불만의 표출로 보면 무난할 것’이라고 이 사설은 설명했다.

해럴드 경제는 또한 ‘인권위는 국가보안법 폐지, 종교적 병역거부 인정, 이라크 파병 반대 등 갈등과 반발을 무릅쓰고 비상식적인 권고안을 거침없이 쏟아 냈다’며 ‘군사독재 시절 핍박받던 인권과 지금의 인권은 많이 달라졌고, 인권위 업무를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법무부 인권국 등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사설 역시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마지막에는 ‘연간 200억 원의 예산을 써가며 구태여 독립기구로 남겨둘 이유가 있는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갑작스런 조 위원장의 사퇴로 청와대는 물론 인권위도 당황하고 있다. 조 위원장이 납득할만한 사퇴의 원인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권위 내부노선 갈등이 사퇴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인권위와 청와대를 향한 비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청와대와 인권위가 또 한 번 당황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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