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마을 창설자 김진홍, 최근 보수대연합 구체적 시간표 제시 눈길
[매일일보닷컴=최봉석 기자] ‘뉴라이트’는 당초 조용한 존재처럼 비춰졌다. ‘아웃사이더’로 움직일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합리적 보수, 균형잡힌 보수 세력이라는 기대 속에서 희망마저 증폭됐다. 그래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는 사람이 많았다. 왜냐. 그 ‘선두’엔 바로 기독교 생활공동체인 두레마을 창설자인 김진홍(65) 목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그는 사단법인 4월회가 주최하는 ‘4.19 문화상’의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1971년 서울 한양대 뒤편 청계천 천막촌에 활빈교회를 세운 뒤 빈민운동에 들었고, 유신체제 반대 운동 때문에 투옥되는 등 과거 민주화와 인권운동에 앞장서왔던 경력을 인정받아서다.이런 의미에서 김진홍 목사와 뉴라이트와의 ‘조합’은 이른바 ‘운동’ 노선에서 ‘새로운 경향’으로 한순간에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뉴라이트는 ‘요즘 변했다’는 소리를 듣는다. 시민단체로서 정치권 외각을 슬슬 맴돌더니 이제는 그 중심부로 밀고 들어올 기세다. 한나라당과 연대를 시도하면서 ‘핵심역량’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김진홍 목사가 ‘정치인’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 스스로 이미 ‘정치인답게’ 행동하고 있다. 그는 최근 보수대연합을 위한 구체적인 시간표를 정치권에 제시했다.정치인으로 발전하는 김진홍
지난 달 26일. 그는 서울 모 호텔에서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 모임인 수요모임 초청 강연회에서 “한나라당 혼자서는 절대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없다”며 “내년 1~2월에는 시민단체의 대통합을 마무리한 뒤 3~4월쯤 한나라당, 민주, 국민중심당 등 정치권과 연대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파격적인 주장도 서슴치 않았다. “호남정서를 위해서는 한나라당은 통합 당명을 민주당으로 할 정도의 파격적인 예우를 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의 내년 대선승리를 위한 그만의 답안지를 공개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그가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 나아가 대선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으로 정가에 해석되고 있다. ‘4.19 문화상’을 수상했던 지난 4월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을 통해 한나라당을 ‘부패정당’으로 규정하며 비판의 칼날을 세웠던 태도와 비교해본다면, 국민은 180도 달라진 김진홍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는 문화상 수상 한달 전인 3월에도 “한나라당이 내일에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기에 자기는 이민 가고 싶노라 했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빌어 한나라당을 질타했다.그런 그가 왜 갑자기 한나라랑과 가깝게 지내고 있는 것처럼 비쳐질까. 일단 김진홍 목사가 한나라당과의 연대를 통해 ‘정계진출’이라는 목표와 뉴라이트의 외면을 확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현재로서는 지배적이다.이와 관련 열린우리당 노식래 부대변인은 “수구세력을 변화시키겠다느니, 발전적 보수, 공동체 자유주의를 지향하는 사상운동을 하겠다느니 거창했던 구호들은 온데 간데 없다”면서 “정치욕, 출세욕을 채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우상호 대변인은 “뉴라이트는 사실상 정치진출을 꿈꾸는 예비 정치지망생들의 집합체”라고 주장했다.이와 함께 ‘내년 대선에서 보수 우파가 이겨야 한다’는 그의 신념이 한나라당의 목표와 맞아 떨아진 것도 김진홍 목사가 한나라당에 올인한 이유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최근 들어 한국교회가 ‘보수적으로 U턴하고 있다’는 점도 김진홍 목사가 지극히 정치적인 색깔을 띄면서 친한나라당 성향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로 분석하는 의견도 존재한다.과거 군사도재정권 시절, 이 땅의 민주주의와 인권회복을 위해 앞장서왔던 한국기독교는 지난 2002년부터 ‘반미시위 규탄’과 ‘주한미군 철수 반대’를 내걸고 서울시청 앞에서 수시로 구국기도회를 개최하며 보수적인 방향으로 ‘우향우’를 하고 있다. 또 개정사립학교법 반대운동에 한나라당이 앞장섰는데, 여기에 힘을 실어준 것도 기독교였다. 기독교가 보수우익세력의 지원군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어쨌든 그는 내년 대선에서 ‘보수 우파가 이겨야 한다’는 소명의식에서 한나라당의 ‘구원투수’로 확실히 자리매김을 한 것은 분명해보인다.한나라당의 구원투수…보수로 ‘우향우’
지난 달 20일 그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100일간 진행되던 ‘민심 대장정’에 격려 방문했다. “한나라당을 떠나 개인 손학규에 대한지지”, “다른 대권후보들이 뜻있는 일을 한다면 기꺼이 격려방문”이라고 정치적인 의미부여에 대해 선을 그었지만 그가 ‘정치운동’을 하지 않고 이미 ‘정치화’돼 한나라당과 어깨동무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보인다. 한나라당도 뉴라이트의 한나라당화(?)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굳이 부인하지 않고 있다.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뉴라이트는 수구좌파에게 나라를 맡겨서 안된다는 구국의 일념에서 탄생된 자발적인 시민운동단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구국전선에서 한나라당과 함께 싸우는 정치적 동맹세력이자 한나라당의 십자군”이라고 평할 정도다.이러는 사이 보수진영에서 그의 대중성과 상품성은 높아졌다. 언론은 이미 그가 한나라당과 연대 및 공조를 할 것이라는 추측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김진홍 띄워주기’에 앞장서고 있을 정도다. 이런 기류를 편승해 정치인으로 진화해버린 김진홍 목사의 ‘확실한’ 정치참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쏟아지고 있다. 김진홍 목사의 힘은 국내 대표적인 보수 시민단체인 뉴라이트전국연합이라는 거대한 조직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뉴라이트 신노동연합’도 출범했다. 바야흐로 ‘뉴라이트 전성시대’인 셈이다.그래서 김 목사에 대한 한나라당의 기대감은 분명히 하늘을 찌른다.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달 22일 ‘뉴라이트 대구연합’ 창립대회에 참석했고 강재섭 대표도 다음 날인 23일, ‘뉴라이트 노동연합’ 출범식에 참석했다. 심지어 강재섭 대표는 당 쇄신 프로그램인 ‘참정치운동본부’ 공동위원장으로 같은 달 25일 뉴라이트전국연합 유석춘 공동대표 임명하기도 했다. 뉴라이트 계열 인사가 처음으로 한나라당 당직을 맡은 셈인데,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리라는 보장이 확실치 않은 만큼 보수세력을 한꺼번에 결집시킬 수 있는 뉴라이트와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판단 속에서 김 목사의 주가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그러나 김진홍 목사의 한계점 또한 크다. 일단 그는 ‘검증’을 받은 적이 없다. 한나라당과 무척 가깝게 보이긴 하지만, 겨우 5개월 정도만 가깝게 지내고 있을 뿐이다. 즉, 5개월 전에는 한나라당의 개혁을 추동하겠다고 했는데, 애초의 포부는 사라지고 뜬금없이 한나라당과의 연대를 강조하고 다니는 그가 과연 한나라당의 일꾼으로서 적합하냐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한 관계자는 “과연 그가 한나라당과 공생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진정성’을 찾을 수 없다는 뜻이다.뉴-한 연대설로 부작용 나타나
한나라당과의 연대에 대해 뉴라이트 내부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 또한 상당수라는 점도 장애요인다. 뉴라이트 진영의 또 다른 축인 자유주의연대는 최근 웹진을 통해 “한나라당과의 연대는 아직 섣부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뉴-한 연대설이 광범위하게 유포되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으로 성과를 많이 거뒀지만 아직까지 내실강화 등 갈 길이 멀다”고 주장했다. 신지호 서강대 겸임 교수는 “지금은 뉴라이트운동 고유의 정체성을 강화할 때”라고 지적했다.뉴라이트는 출범 초기 ‘희망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견도 있었지만, 반대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나 비전, 대안도 내놓지 않은 채 시작했다’는 쓴소리 역시 들으며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다. 김진홍 목사는 계속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리고 행동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의 미래는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다. 현실정치로 올인할지도 미지수다. 혹 정치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한다고 해도 성공할지는 확실치 않다. 오히려 이용만 당하다가 ‘팽’당할 가능성도 있다.때문에 그의 발걸음을 두고 ‘정치 이벤트’로 보는 시각이 사실 많다. 그래서 뉴라이트가 최근 정치스케줄을 잡고 정계개편 시나리오를 짜는 모습에 대해 ‘황당하다’는 목소리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그에 대한 오해는 커지고 있다. 사실, 그의 끝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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