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형규 기자] 검찰이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각종 범죄 혐의에 상당 부분 공모 관계가 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검찰은 20일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거액을 출연하도록 압박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범) 등으로 최순실(60)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7) 전 부속비서관 등 핵심 피의자 3명을 구속기소했다.최순실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오전 11시 최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 등을 상대로 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박 대통령을 통해 안 전 수석을 움직여 작년 10월과 올해 1월 순차적으로 출범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50여개 대기업이 774억원을 강제로 출연하도록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았다.또 지난해 롯데그룹에 추가 기부를 요구해 70억원을 받았다가 돌려주는 등 일부 대기업에 접근해 두 재단 출연금과 별도의 추가 기부를 강요한 혐의도 받았다.이와 더불어 검찰은 최씨가 지배하는 회사인 더블루케이가 실제 연구용역을 수행할 능력이 없으면서도 K스포츠재단에서 각각 4억원과 3억원씩 용역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최씨에게 사기미수 혐의도 적용했다.검찰은 권력 막후에 숨은 최씨를 위해 ‘수금책’ 역할을 한 안 전 수석이 박 대통령의 구체적 혹은 암묵적 지시에 따라 이 같은 행동을 한 정황을 확인하고 향후 수사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정확한 역할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검찰이 확보한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과 체크 리스트에는 두 재단 및 최씨의 각종 이권 사업과 관련한 ‘대통령 지시 사항’이 다수 적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여기에는 박 대통령이 미르재단의 이름을 직접 불러주며 그 뜻을 설명해주는가 하면 출범 직전 미르재단 출연 목표액을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라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대기업들로부터 700억원대 기금을 출연 받고 아무런 권한이 없는 민간인 신분인 최씨 측에 공무상 비밀 내용이 다수 담긴 청와대와 정부 문건이 넘어가는데 박 대통령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이와 관련해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 “현재까지 확보된 제반 증거자료를 근거로 피고인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여러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 공모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하지만 헌법 84조 규정에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때문에 기소할 수 없다”고 밝혔다.이어 검찰은 “특수본은 위의 내용을 바탕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계속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이에 따라 정치권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의 법적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할 전망이다.법조계에서는 대통령의 명시적·노골적인 지시인지 아니면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또는 의중을 헤아려 이뤄진 것인지에 따라 대통령의 법적 책임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결국 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 차원에서 두 재단을 출범시키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인지, 최씨 측의 이권 챙기기 행보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묵인했는지가 법적 책임 여부를 가리는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