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손 벌릴 수 없어 원조교제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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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손 벌릴 수 없어 원조교제 하고 있어요”
  • 이재필
  • 승인 2006.10.13 1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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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생계비 마련 위해 성매매 하는 청소년 급증
[매일일보닷컴=이재필 기자]“요즘 어느 학교든 원조교제 하는 애들은 다 있죠. 근데 걔들이 과거와는 다르게 유흥비를 목적으로만 원조교제를 하고 있지는 않아요. 요즘은 유흥비보다 어려운 집안 살림에 손 벌리기 어려워 성매매 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알고 있어요.”

경남 마산의 모 중학교에 재학 중인 박 모(15)양이 지난 10일 기자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성매매 청소년과 접촉을 시도하기 위해 인터넷 채팅 중 기자와 접촉이 우연히 닿은 박 양은 “원조교제 하면 소위 ‘노는 애들이 용돈 벌려고 한다’는 생각이 많은데 요즘은 그게 아니다”라며 “물론 아직도 (원조교제가)노는 애들의 용돈벌이로 사용되는 것은 맞지만 요즘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원조교제를 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성매매로 이어지는 가정의 경제 위기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김양수 의원이 지난 7일 국무조정실로부터 제출받은 국감자료에 의하면 생계형 청소년 성매매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원조교제를 하다 적발된 청소년 가운데 생계형 성매매의 경우가 지난 2002년 전체의 21%인 것에 비해 2005년에는 39%, 올 초부터 8월까지는 41.1%로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 김 의원은 참여정부 출범 직전인 2002년 만해도 유흥비부족으로 인한 청소년 성매매가 가장 많았으나 경기불황이 계속됨에 따라 생계를 위한 청소년 성매매가 급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 정말 김 의원의 주장대로 청소년 성매매의 목적이 유흥비에서 생계형으로 바뀌고 있는 것일까. <매일일보>은 청소년 성매매가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는 인터넷 모 채팅 사이트를 통해 한 번 알아보기로 했다.지난 10일 오후 7시. 기자는 ‘조건만남, 장난 사절. 언제든 만남 가능’이란 제목으로 채팅방을 개설해 놓고 상황을 지켜봤다. 방을 개설하고 기다리기를 4시간 남짓, 오후 11시 30분 쯤 기자는 인천의 한 여학생으로부터 10만원의 조건만남을 제의 받았다.

경제력 없는 부모, 그럼 나라도 벌어야

결국 기자는 조건 만남에 응했고, 새벽 1시쯤 인천 주안동에서 이 소녀를 만날 수 있었다. 앳된 모습을 두꺼운 화장으로 가리려 노력한 모습이 역력한 김 모양은 알고보니 올해 17살. 작년 인천의 모 중학교를 졸업하고 현재는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고 밝힌 그녀는 성매매가 익숙한 듯 보였다. “성매매하기 전, 일단 이야기부터 하자”는 기자의 부탁에 선뜻 응한 김 양. 그녀는 성매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성매매가 이번이 처음이 아님을 밝힌 김 양은 “요즘 고등학생은 물론 중학생도 원조교제를 하고 있다”며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요즘 경기가 어려워 생계형으로 성매매를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정말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김 양은 “요즘 집안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다. 나도 그렇다”며 “집안이 어려워 용돈 달라는 말을 못해 성매매를 하고 있으니 생계형이라면 생계형”이라고 밝혔다. 대화를 시작한지 10분 쯤 지났을 무렵. 김 양은 “시간 없으니 빨리 여관에 들어가자”고 재촉했다. 그때서야 기자는 신분을 밝히고 정식 인터뷰를 요청했다.

상황을 알고는 서둘러 자리를 뜨려던 김 양은 기자의 부탁에 5분 정도 망설이다 끝내 인터뷰에 응했다.
“솔직히 어린 나이에 사고 싶은 것도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많다”는 김 양. 그러나 그녀는 “부모가 능력이 안돼 내가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없으니 내가 벌어서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김 양의 설명에 따르면, 그녀의 아버지는 일용직 노동자다. 그마저도 일이 없을 경우가 많아 벌이가 시원찮다. 부족한 집안 살림에 보태려 어머니도 식당일을 하고 있지만 중학교에 다니는 동생을 포함한 4식구가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김 양은 “집에 돈이 없어 학교 다니는 것 보다 취직을 하는 것이 빠르다고 생각해 고등학교 진학도 포기했다. 그런데 지금 내 상황에서는 시급 2000원 알바가 고작”이라며 “살려면 어쩔 수 없이 성매매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담담히 말했다.  김 양은 “청소년 성매매를 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돈이 필요해 원조교제를 한다. 즉 부모가 능력이 안되거나 가출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과거에도 생계형 성매매의 경우는 있었지만 요즘은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 10명 중 2명이 생계형이었다면 지금은 10명 중 5명은 생계형”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특히 “요즘 성매매를 하는 친구들 중 경기가 안 좋아 부모들이 회사에서 쫓겨나거나 벌이가 확 줄어든 경우가 많다”며 “가정의 생활고가 청소년 성매매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부분 있다고 본다”고 나름대로 분석하기도 했다.

생활고, 부모의 다툼, 가출 그리고 성매매

다음날인 11일 새벽 2시. 서울 여의도의 한 공원에서는 김 양을 만난 것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채팅을 통해 또 다른 성매매 청소년 박 모(15)양을 만날 수 있었다. 박 양 역시도 성매매를 하는 이유로 벌이가 시원찮은 집안 사정을 꼽았다. 그녀는 “솔직히 성매매를 하고 싶어서 하는 청소년이 몇이나 있겠는가”라며 “어린 나이에 돈은 필요한데 돈 구할 곳은 없으니… 원조교제 밖에 더 있나”라고 목청을 높였다. 박 양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경기도 시흥의 모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그녀는 지난 2004년 모 중소기업에 다니던 아버지가 사고로 다리를 다쳐 실직한 후 부모들의 다툼이 잦아지자 견디지 못하고 지난 9월 초 가출, 자기와 같은 이유로 집을 나온 학교 친구들과 서울로 올라와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원조교제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어려운 집안 살림이 가정의 불화를 가져왔고 그로 인해 가출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박 양은 “성매매가 나쁜 것이라는 것을 안다. 친구들한테도 ‘쟤가 원조교제 한다’는 소문이 퍼지면 왕따를 당한다”며 “이런 것을 알면서도 조건만남을 갖는 것은 집에 돈이 없고 나름대로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집에 들어가면 그래도 먹고 살기 위해 원조교제를 하지 않아도 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 양은 “돈 없어 다툼만 일삼는 부모들이 있는 집으로는 들어가고 싶지 않다”며 “성매매를 하더라도 밖에서 생활하는 것이 맘 편하다”고 강조했다. 생활난으로 인해 청소년 성매매가 높아져 가고 있는 지금.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성윤리가 돈으로 인해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성매매피해상담소 해솔’의 상담원 정은경 씨는 “가정의 생활고로 청소년들이 가출하는 사례가 늘었고 그로 인해 성매매를 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심한 경우는 모 고등학교 한 반의 1/3이 성매매를 한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정 씨는 이어 생계형 성매매 증가의 원인으로 “아이들의 성윤리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부모가 경제력이 없다는 이유로 쉽게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아이들이 성매매에 나서고 있다”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이들의 성윤리 부재뿐만 아니라 이를 이용하는 어른들 역시 성매매 문제의 원인”이라며 “정부가 나서 청소년 관련 수사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빛나는 여성’의 최연희 간사 역시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는 부모들의 경제력을 이유로 성매매에 뛰어드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며 “이는 당연히 잘못된 현상이고 바로 잡아야 할 이 사회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최 간사는 이어 “부모와 자식 간에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고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단속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김양수 의원도 “참여정부 들어 경기불황이 지속되자, 생계가 어려운 청소년들의 성매매가 급증하고 있다”며 “청소년 성매매에 대한 단속강화와 더불어 청소년 성가치관 교육 강화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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