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 확보…핵실험 추가 실시, 핵기술 이전, 전면전 가능성 높아
[매일일보닷컴=최봉석 기자] “‘핵 보유국’으로서의 위상과 지도력을 과시하기 위해 공개활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북한의 핵실험 강행 이후 북한 전문가들과 정치권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행보와 관련, 이런 이야기들이 공개적으로 부쩍 언급되고 있다. 북한 핵실험에 따른 ‘특수한 상황’ 즉, 만약 있을지 모르는 미국의 폭격 가능성과 같은 돌방상황 때문에 신변안전을 우려하거나 혹은 과거에 늘 해왔던대로 국제사회와의 거리를 두기 위해 현재까지는 모습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국제정세 흐름이 예측할 수 없을만큼 급변하고 있는터라 김정일 국방위원장 또한 언제든지 공개석상에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주장이다.전문가들은 김 국방위원장이 현재는 일단 주위상황을 지켜보며 ‘숨고르기’에 나서고 있지만, 주변국가들의 대북 ‘압박모드’가 지금처럼 가속화되거나 그 수위가 갈수록 높아질 경우 그에 맞는 상황별 카드를 꺼내들고 맞대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단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번 핵실험에 성공함으로써 자국에 대한 유불리를 떠나 ‘주도권’을 손에 쥔 상태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의도대로 당분간 국제정서가 좌지우지 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은 “북한의 핵실험은 실험 그 자체의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안보 질서를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을만큼의 충분한 파괴력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김 위원장의 ‘정면대응’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결의안이 통과되거나 지금처럼 대북봉쇄 등 북한을 향한 전방위 압력이 강화될 경우, 한반도의 안전을 볼모로 삼는 ‘핵 모험주의’를 감행한 북한은 ‘핵’을 가지고 협박을 하겠지만, 과거처럼 ‘물자를 얻는’ 수준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전면전’의 가능성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김정일, 전면전 가능성도
실제 UN을 통한 국제 제재가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점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긁어 부스럼’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고진환 의원은 이에 대해 “이미 북한의 NPT 탈퇴를 제재하기 위한 유엔 결의 825호,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및 미사일을 제재하기 위한 유엔결의 1540호, 1695호가 사실상 효력을 거두지 못했다”고 말했다.아울러 북한 전문가들은 북의 핵 모험주의와 미국이 수시로 제기해왔던 ‘불량국가론’이 충돌할 경우 연쇄 반응을 일으켜 북한의 ‘군사주의적 행동’이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이런 이유 때문에 오래 전부터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왔던 김 국방위원장은 핵실험 속에서 앞으로도 독방신세를 면하지 못하게 된 터라, 지난 9일 핵실험에 멈추지 않고 (핵물질을 넣지 않은) 핵실험 추가 실시나 핵기술 이전, 심지어 전면전 등의 ‘위기고조 카드’를 전가의 보도처럼 다양하게 휘두를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는 북한이 능력을 보여준 것이며, 앞으로는 개발한 핵을 써먹는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은둔이냐 공개냐
최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언론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핵실험 강행 입장을 천명한 지난 3일 뒤 북한군 대대장, 대대 정치지도원대회 참가자들을 만났으나 조선노동당 창건 61주년인 10일에는 행사장에 모습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국내 언론들은 한결같이 “은둔에 들어갔다”고 보도했지만, ‘평양 폭격설’ 등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핵실험 이튿 날 공개적으로 모습을 내비치기는 것은 다소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특히 북한이 외부세계와의 고립 구도를 지난 수십년간 지속해왔다는 점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일거일동이 북한언론에 보도가 되지 않고 있을 뿐, 거리낌없는 공개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일부의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그동안의 국내 언론보도를 토대로 하면, 김정일 위원장은 현재 ‘은둔’, ‘잠수’를 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행보가 어떨 것이라는 논란은 아직 물밑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핵실험 그 파장이 날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거취 문제는 곧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스스로 살겠다”고 주장하고, 미국은 그 고립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북한의 입장에서 막혀있는 통로를 열려면 힘을 과시해야 하는 게 김정일의 입장”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가 슬슬 움직이게 될 것이라는 견해다.<심층취재 실시간 뉴스 매일일보닷컴/www.sisaseoul.com/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