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닷컴=이재필 기자]중학교에서 유도를 담당하는 교사가 여제자를 성추행하는 사건이 경찰에 의해 적발됐다. 인면수심의 이 교사는 3년 동안 나이어린 제자를 유린한 것으로 밝혀져 사회적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강서경찰서는 자신이 지도하는 여학생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A 중학교(서울시 양천구 소재) 유도부 코치 J(35)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결혼도 했고 자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 J씨가 어린 제자에게 성추행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 부터였다. 같은 해 8월, 전라도 모 지역에 위치한 B 중학교에서 유도를 시작한 P양(16). 유도부 코치를 역임하던 J씨는 당시 중학교 1학년이던 P양에게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했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계속된 성추행

경찰은 J씨가 P양의 완강한 거부의사에도 불구하고 가슴을 만지고, 일방적으로 바지를 벗기는 등 교사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전했다. 특히 조 씨는 지난 해 B 중학교에서 서울 양천구의 A 중학교로 자리를 옮기면서 “유도선수로 키우겠다”고 P양도 데리고가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해온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했다. 그럼 왜 P양은 교사의 계속되는 성추행에도 불구하고 그를 따라 서울에 까지 오게 됐을까. 경찰 조사에서 성추행을 당할 당시 "창피하고 수치심이 들었다"고 진술한 P양. 그녀가 3년 동안 성추행을 당하면서도 조 씨를 떠나지 못한 이유는 어린 나이에 ‘성적 수치심’이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강서경찰서 성기병 강력 6 팀장은 “P양이 지방 중학교에서부터 계속된 성추행에도 불구하고 조 씨와 같이 서울로 올라온 것은 당시 너무 어려 성추행 당하는 것 자체를 몰랐기 때문”이라며 “유도 자체가 몸을 밀착하는 운동인 만큼 P양이 성추행이라는 것을 느끼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중학교 1학년이라는 어린나이에 당한 성추행이라 수치심을 느끼지 못했고, 유도라는 운동의 특성상 J교사의 파렴치한 행동이 성추행임을 몰랐다는 것이다. 특히 J 씨는 P양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20만원씩 지원하면서 성추행을 자행해 ‘원조교제가 아니냐’는 의혹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후 P양이 나이가 들면서 ‘성적 수치심’이 생기자, J씨의 ‘일탈’ 행동은 그녀를 불안하고 수치스럽게 만들었다. J씨의 범행은 P양의 최근 행동을 이상히 여긴 친척이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부모가 없어 현재 서울에서 친척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P양은 언제부터인가 학교가기를 거부하는 등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였고, 상담과정에서 유도부 코치에게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가족들은 지난 16일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한 경찰은 수사를 위해 당일 조 씨에게 경찰서로 나와 줄 것을 요청했고, 이에 응한 조 씨는 일부 혐의를 시인했다. 상습적인 성추행 혐의는 부인하고 있지만 ‘운동을 게을리 한다’는 이유로 바지를 벗게 하는 등 일부 성추행 혐의는 인정한 조 씨. 그는 경찰 조사에서 “성추행 사실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같이 코치나 선생이 학생을 성추행 하는 경우가 가끔 일어난다고 밝힌 성 팀장은 “형사이기 이전에 한사람의 아버지이자 사회 구성원으로서 이런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씁쓸해 했다.

권력 확인을 위한 성추행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권력’에 의한 성추행이 우리사회에 비일비재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성폭력 상담소의 활동가 자주 씨는 “성추행의 경우 권력이 상당 부분 작용한다. 상하관계의 사회에서 성을 권력 확인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도 코치가 자신의 제자에게 자신의 위치를 확인시키는 과정에서 성추행을 저지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사회에서 성추행의 대부분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딸 같아서’, ‘동생같아서’라는 이유로 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자 역시도 수치심을 느끼기는 하지만 ‘이뻐서 그러는 건데’라고 생각하며 어찌하지 못하고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국 문화 전반에 뿌리 박혀 있는 성의식을 바꿔야 하는데 사실상 너무 광범위 하다”며 “우선적으로 어린 시절 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하고 사회적으로도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