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런 설정은 필수.. 순진한 표정은 보너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특이한 상황을 연출해서 찍는 일명 '설정' 사진. 국내 기업 총수 가운데 이에 가장 충실한 사람은 바로 SK그룹의 최태원 회장. 최 회장의 홍보용 설정 사진은 주제(?) 또한 다양한데 자원 봉사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주를 이룬다.연말에 임직원들과 함께 달동네를 찾아 앞치마를 두르고 연탄배달에 땀 흘리는 모습이라던가, 장애우를 위해 요리사 복장을 갖춰 입고 손수 과자를 만든다던가 하는 모습이다.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사진 속에 비친 최 회장의 모습이 순진한 면을 상당히 강조한다는 점. 살짝 상기된 볼과 미소가 섞인 표정 등은 기업 총수의 고정화된 이미지를 벗어나 친근함을 느끼게 한다.
예를 들어 지난 2004년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 이후 추락했던 그룹 신뢰도와 2003년 분식회계 등으로 구속됐던 최 회장의 이미지는 이런 적극적인 홍보 사진 덕분에 상당 부분 쇄신됐다.
더욱이 백 회장의 사진은 전직 대통령의 사진을 찍었던 유명 작가의 작품이라는 후문에 맞게 자연스러우면서도 힘이 넘쳐 보인다.
한편 신세계 그룹의 황태자 정용진 부사장 또한 홍보 사진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고 있다.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부쩍 많아지고, 경영 참여 또한 본격화되면서 얼마 전 신세계는 정 부사장의 홍보용 사진을 새로 배포했다.이전 사진과 달라진 점은 정 부사장의 안경테가 바뀌었다는 사소한(?) 부분과 홍보 사진이라는 목적에 맞게 각종 설정에 충실했다는 것.
이와 더불어 서재에서 책을 고르는 듯(?)한 모습, 이병철 삼성그룹 명예회장의 초상화를 응시하는 모습 등의 다양한 설정 포즈를 통해 학구열에 불타는 엘리트 느낌을 강조하고, 더불어 범 삼성가의 일원이자 신세계 후계자임을 드러내는 효과를 동시에 꾀했다.
여성 기업인들 부드럽게, 때로는 화려하게
그런가하면 재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여성 기업인들 역시 홍보용 사진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또는 추구하는 이미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여성 특유의 부드러운 면모와 모성애를 강조하기도 하고 화려하고 열정적인 모습을 부각시키는 경우도 있다.
먼저 부드러운 이미지를 내세우는 대표적 인물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현 회장은 특히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하고 임직원들의 경조사까지 챙기며 '감성 경영'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런 모습에 맞게 현 회장의 사진들을 보면 하나같이 포근하고 편안함을 강조하고 있다.
얼굴이나 표정 뿐 아니라 사진 속 의상 또한 이미지에 맞게 상, 하의를 파스텔 톤의 비슷한 색상으로 통일해 전체적으로 안정감 있고 부드러운 면을 표현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반면 오리온그룹 이화경 사장의 경우는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대로 좀 더 화려하고 개성 있는 사진을 연출한다.
강한 추진력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업계 최고로 키워놓은 이 사장의 이력에 걸맞게 자신감 있는 표정과 역동적인(?) 자세, 화려한 의상 등을 선택해 자신의 스타일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이 사장은 시원시원한 여장부 스타일로 생각을 행동에 옮기는 데 있어 주저함이 없는 현장형 CEO라고 한다.
재계 어른들, 여전한 '증명사진'.. 보수적 성향 강해
아들 신동빈 부회장을 중심으로 롯데의 신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지만 여전히 롯데왕국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신 회장의 위상과는 다르게 사진을 통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펴지는 않는 모습이다.
심지어 이 회장의 현재 모습과는 동떨어진 너무 젊은 시절 모습을 찍은 증명사진까지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권민경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