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닷컴=최봉석 기자] 열린우리당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정강정책을 갖고 있다. 민주평화개혁세력과 양심적 산업화세력 그리고 지식정보화세력과의 연대를 꿈꾸는 정당이다. 그래서 진보적 가치나 개혁적 신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열린우리당을 지지하고 나섰다.
지난 2004년 탄핵정국에서는 ‘동정심리’가 일부 작용했지만, 열린우리당은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지역이었던 호남에서도 60% 이상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등 국민의 지지를 디딤돌 삼아 제17대 총선에서 과반의석으로 원내 1당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결국 당시 지역구과 비례대표를 합쳐 152석으로 전체 의석 299석의 절반 이상을 차지, 기존의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을 여대야소(與大野小)로 바꾸는데 성공했고 열린우리당은 국정 주도권을 손에 쥐었다. 사람들은 2007년 대선에 대해선 열린우리당 승리 가능성을 점치기 시작했다. “열린우리당이 20년 장기 집권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얘기도 시중에 떠돌기 시작했다. 2007년 열린우리당 집권 전략은 물론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대선 승리라는 목표를 1년 여 앞둔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에 위기가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다.
내부구성원도, 당원도 ‘외면’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고, 최근 북한의 핵실험도 열린우리당의 위기에 한 몫을 더하고 있다. 핵실험 이후 국가가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이에 따라 여권의 대북정책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그 수위가 높아지며 여권이 방향타를 상실한 채 큰 혼란을 겪고 있는데 ‘질타의 중심’에는 여당 의원들도 포함돼 있다.열린우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지난 12일, 북한 핵실험 이후 대북정책을 둘러싼 여권의 혼란상과 관련해 “노 대통령에게 원인이 있다”고 비판하며 “당. 갈등을 빚는 사안을 들여다보면 늘 원인 제공자는 노 대통령”이라고 비난했다.탄핵역풍의 덕으로 의원이 됐다고 해서 ‘탄돌이’로 불리는 열린우리당 초선 의원들도 최근 “당 지도부만 믿고 있다가 큰 코 다친다”는 얘기를 수시로 꺼내며 여당 지도부를 성토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불안정한 현주소를 보여준 단면이다.열린우리당의 이런 고민은,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그대로 묻어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와 CBS가 공동으로 지난 16~17일 양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9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당지지도는 한나라당(45.8%), 열린우리당(19.3%), 민노당(8.1%), 민주당(6.9%) 순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주 보다 1.6%포인트 하락한 18.2%를 기록했다. 이는 리얼미터 조사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리얼미터 측은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책수립에 있어서 당-정-청이 분열된 모습을 보여 노 대통령이 여당 지지율과 함께 동반 하락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런 일련의 분위기는 열린우리당이 쪼개지는 등 극단적인 흐름으로 진행될 수도 있는 가능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루빨리 열린우리당을 해체하라는 주문섞인 목소리는 당 내부 뿐만이 아니라 당 외부에서도 쏟아지고 있는데 그 시점은 지난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후폭풍에 당이 휩싸이면서 그 책임과 수습 방안을 두고 내홍을 겪으면서부터다.열린우리당 해체하라
“우리당 존재 의의 부정말라”
당 안팎으로 해체해야 한다는 주문을 들어가며 열린우리당이 갈팡질팡 하는 모습이지만, 우리당을 해체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함께 존재한다. 열린우리당 김원웅 의원은 “우리당을 해체해야 한다든가 탄핵당했다는 등의 자조적인 표현을 하거나 우리당의 존재 의의를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우리당의 역사적 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고 해체 논란을 일축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열린우리당 내 ‘친노(親盧)’그룹들도 최근 당내에서 불거지고 있는 ‘실패론’ ‘해체론’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발끈하는 표정이다. 대표적인 친노 그룹인 참여정치실천연대 대표 김형주 의원은 지난 18일 참정연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정동영 전 의장의) ‘우리당이 실패했다’는 언론보도가 나간 뒤 전국 당원들의 사기는 일거에 땅에 떨어졌다”면서 “정치를 그만두라”고 맹비난했다. 이렇게 내홍을 겪고 있는 현실 때문에 열린우리당이 제 자리를 찾는 데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정치권이 내놓는 분석이다.이처럼 정당에 대한 당안팎, 그리고 국민의 불신이 높아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의 전망도 대단히 비관적이지만 그렇다고 패배주의적인 시각에서 구성원들이 움직이는 것만은 아니다. 이들은 열린우리당이 ‘창당 이후 최대위기에 빠졌다’는 점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고 이에 따라 위기를 탈출하는 해법을 다양하게 모색 중이다.이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열린우리당은 가장 먼저 직능과 부문으로의 조직외연과 지지기반을 확대하는 등 선거승리의 핵심요소라고 볼 수 있는 ‘계층적 지지기반’을 확보 ▲국민적 동의와 절차에 입각한 민주당과의 연대와 통합의 목색을 통한 지역적 지지기반 확보 ▲당의 창당정신과 집권여당으로서의 성격이 조화된 개혁정체성 견지와 이념적 지지기반 확보가 현재로서는 ‘필수사항’이다.개혁의 꽃 재가동해야 살아남아
당 한 관계자는 “당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지만, 노동자, 농민, 빈민 등 민중부문과 2, 30대의 지지의 상당부문을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에 잠식당한 상태”라며 “특히 대기업과 상류층 및 일부 중산층에게는 심각한 불안과 불신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열린우리당은 정치개혁, 경제도약, 한반도 평화라는 창당정신이 분명히 있고 여당으로서의 막중한 책무가 있다”면서 “통합과 단결을 생명수로 하는 개혁의 꽃을 피워내는 것이 열린우리당이 나아갈 길”이라고 주장했다.개혁을 꿈꾸는 ‘진보정당’으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중도정당’ ‘잡탕정당’이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지지율이 떨어진 만큼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바람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선 승리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부족한 게 현실이고 열린우리당의 갈 길은 그래서 너무 바쁘다. 한나라당과는 달리 ‘확실한’ 대선후보가 없어 최근 외부 인재 영입 노력에 박차를 가하며 대선을 준비하고 있는 게 열린우리당의 첫 번째 고민이고, 두 번째 고민은 밑바닥에서 정체돼 있는 낮은 지지율이다. 이는 정책의 혼선과 개혁의 후퇴가 가장 큰 이유라는 데 이견이 없다.열린우리당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그러나 ‘하기에 따라’ 당이 추락하는 것을 막고, 한때 50%에 육박했던 예전으로 충분히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이유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고 거대 여당이 된 이후 자연스럽게 생긴 오만함 때문이라는데도 이견은 없다.김대중 전 대통령은 올해 초 “열린우리당은 유권자들이 이탈이 심한데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시기”라며 “잃어버린 식구를 찾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변한 건 거의 없고 있는 식구들도 떠나는 형국이다. 앞으로 열린우리당의 ‘혼란’이 극복될지 의문이 드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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