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당대회에서 당의 진로 결정될 듯…
“당의 존속이냐, 해체냐.”
내년 2월로 예정된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의 의미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이번 전당대회는 당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로 운영되고 있는 까닭에, 일단 대회를 통해 지도부부터 선출하는 등 ‘일반적인 수순’으로 진행되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현재의 열린우리당의 분위기로 봐서는 자칫 당의 진로를 결정하기 위한 한 편의 그림이 그려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최고의결기관’인 전당대회에서 당의 진로를 놓고 ‘격렬한 논쟁’이 발생할 경우, 전당대회 모양 자체가 우스워질 수 있다는 탄식의 목소리가 높지만 그만큼 열린우리당은 절박한 처지다.
전당대회 통해 진정한 챔피원 찾자?
정답은 이렇게 정해져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 문제를 두고 당은 또 다른 고민거리에 빠져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전당대회를 먼저 열자는 쪽’과 ‘전당대회를 나중에 개최하자는 쪽’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친노 직계’로 분류되는 ‘재창당파’는 현 체제를 유지한 채 ‘전당대회’를 먼저 열자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의원 수에서는 밀리지만, 노사모 등 당원들의 응집력이 강해 전당대회를 열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지도부가 우리당의 정계개편 문제 등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열린우리당 외곽의 친노그룹인 참여정치실천연대, 참정연은 지난 2일 연석회의를 열어 “당헌 당규대로 전당대회를 치러야 하며 이를 위해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친노.반노세력간 갈등 심화 조짐
비대위가 빠른 시일 내에 전당대회를 위한 절차와 일정을 확정하는 등, 대회를 앞두고 ‘거북이 걸음’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신당 논란’ 어느새 종착역 도착하나
어쨌든, 지난해 4월 이후 실시된 국회의원 및 지방선거 등 4차례 재보선의 40개 선거구에서 단 한곳도 승리하지 못하면서 국민 지지를 상실해 코너에 몰린 뒤로 1년 넘게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는 ‘신당 논란’이 종착역에 다다르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이 바라본 열린우리당의 현 주소다.
당 내부적으로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진로를 묻는 방안이 정정당당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노무현 대통령마저도 “전당대회에서 논의하자”며 사실상 신당논란의 마지노선을 정해놓은 만큼 전당대회가 무사히 치러질 경우, 어느 쪽으로든 결판이 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열린우리당은 내년 2월에 전당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만약’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되면, 민주당을 포함한 고건 전 총리의 신당이나 밖에 있는 정치세력과의 연대 및 협력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신당창당 불가능시, 대선 못치른다?
물론 넘어야 할 봉우리는 존재한다. 당내 친노계파들은 신당창당이라는 것에 대해 강한 반기를 들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이유 때문에 현재의 정계개편 논의에 대해 ‘무질서하다’고 보고, 이 같은 논의에 대한 ‘자제’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북핵문제와 민생문제 등 당면한 국정현안 해결과 정기국회 활동에 전념함으로써 집권여당의 본분에 충실할 것을 결의하는 등 자칫 전대 자체를 무산시킬 확률도 있다.만약, 내부적인 갈등과 마찰로 인해 전당대회가 열리지 못할 경우, 신당 논란은 극단적인 방법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또한 내년 초까지 신당 출범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을 경우, 열린우리당은 대선을 치르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자초할 가능성 역시 낮지 않다.
최봉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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