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찾고 싶으면 20억을 준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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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찾고 싶으면 20억을 준비해라”
  • 이재필
  • 승인 2006.11.1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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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를 상대로 납치극 벌이려한 무모한 30대

▲ <지난 7일 춘천지검이 공개한 최씨의 범행 도구>
‘코리아 특급’ 박찬호(33.샌디에이고 파드리스)선수가 최근 식은땀과 함께 가슴을 쓸어내렸다. 박 선수의 아버지를 납치해 거금을 요구하려한 30대 가장이 검찰에 붙잡혔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춘천지검 형사 2부(부장검사 박철완)는 박 선수의 아버지 박제근(62)씨를 납치해 20억원을 요구하려한 혐의(인질강도예비)로 강원도 춘천시에 살고 있는 최모(31)씨를 구속했다. 
검찰 조사 결과 최씨는 박씨를 납치해 인질로 삼은 후 박 선수에게 20억원을 요구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을 대표하는 메이저리거 박 선수를 겨냥한 최씨. 그가 사전에 준비한 범행 계획은 거물급 스포츠 스타를 상대하는 만큼 막강 블록버스터급(?)이었다. 

영화를 방불케 하는 사전계획

‘치밀한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최씨의 사전 범행 계획은 9월 20일께부터 석달간 준비된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가 가장 먼저 준비한 것은 박씨의 신변을 파악하는 일이었다. 최씨는 박 선수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각종 후원사업이 펼쳐지고 있다는 점을 이용, 박 선수 측근에게 ‘후원 사업의 수혜자인데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접근해 박씨의 휴대전화와 집 전화번호를 파악한 것으로 검찰은 밝혔다. 이후 최씨는 납치 및 현금수송에 대한 실행분담 등이 포함된 범행계획서를 작성한 뒤 인터넷을 통해 범행수법 등의 자료를 수집했다. 최씨는 또한 범행을 위해서는 공범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 모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범죄 동업자를 모집합니다’라는 카페를 개설해 공범을 모집하려 했다.
특히 최씨는 납치와 현금수송 등 위험부담이 따르는 일은 공범에게 맡기고 자신은 신분을 드러내지 않은 채 배후에서 조정, 감시 역할을 맡으려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최씨의 완벽(?)한 범죄준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박 선수로부터 현금을 건네받았을 때를 대비해 위치추적장치 부착여부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금속탐지기를 준비한 것은 물론이고, 도주 시 보트를 이용해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려하는 등 영화를 방불케 하는 사전계획을 수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용의주도하게 범행을 준비 중이던 최씨. 하지만 그는 결국 범행모의를 사전에 인지한 검찰에 의해 체포됐다. 검찰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공범을 모집하던 최씨를 추적했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이메일 등을 통해 지난 5일 최씨가 공범자를 만나기로 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검찰은 이날 6시 30분쯤 춘천시 서면의 한 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최씨를 긴급체포했다. 체포 당시 최씨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복면을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검찰은 밝혔다.

왜 범행 준비했나

검찰에 따르면 채권추심회사에 근무하며 평범한 회사원으로 생활하던 최씨는 올해 PC방을 개업, 사업을 벌이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사기 등의 피해를 입어 1억여원의 빚을 진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여기에 최씨의 아버지도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설상가상으로 최씨 가정은 경제적인 어려움에 빠졌다.
부모와 함께 처자식을 부양하며 살아오던 최씨. 검찰은 그런 그가 집안 경제 사정이 극도로 나빠지자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범행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결과 전과도 없는 평범한 가장이었던 것으로 나타난 최씨는 진술과정에서 “박 선수가 거액의 몸값을 현금으로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평소 효성이 지극한 것으로 알려진 박 선수가 아버지의 신변이 걱정돼 신고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박 씨를 범행대상으로 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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