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 논의를 둘러싼 ‘여당 내 힘겨루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일단 정기국회 이후 정계개편에 대한 당 차원의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은 겉으론 ‘공식적으로 논의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그러나 열린우리당의 정계개편 논의는 현재까지 각 계파별로 물밑에서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이 바라본 당의 진짜 모습이다.이는 일차적으로는 열린우리당이 현재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당의 수습과 재건’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고민에 빠져있는 열린우리당으로서는 비대위 중심으로는 그 어떤 결과물도 도출해낼 수 없다는 판단이 내부적으로 팽배해있는 것이다.그러나 이보다는 정계개편을 앞두고 혹 있을지 모르는 ‘치열한 충돌’과, 변화무쌍하게 반전을 거듭해온 열린우리당의 그동안 정치색깔을 감안한다면, 각 계파들이 앞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더 설득력이 높은 실정이다.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물론 당권을 쥐고 있는 김근태계다. 다른 계파와의 연대를 위한 접촉이 활발하다는 평가다. 구체적으로 언급하면, 김근태계의 핵심조직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측이 최근 신당 논의 주도권을 노리고 각 계파와의 활발한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민평련은 친노그룹과 중도파 등 다양한 계파들과의 연쇄 회동에 무척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평련 소속 최규성 의원은 지난 6일 대표적인 친노직계인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연) 김형주 대표를 만나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문제는 이 같은 김근태계의 ‘주도적’ 혹은 ‘일방적’ 행보에 대해 당내 최대 계파인 정동영계가 탐탁지 않아 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대목이다. 민평련 사무총장인 문학직 의원은 지난 6일 정동영계의 바른정치모임 회장인 이강래 의원과 회동을 시도했으나, 정동영계의 거부로 결국 무산됐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정계개편이라는 중요한 시기에 양측 계파의 접촉이 불발로 돌아간 것은 당 내에서도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당초 양대 계파인 김근태계와 정동영계의 만남은 갈등없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으나 예상을 뒤집고 불발로 돌아가면서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양 계파간의 갈등설도 제기되고 있다.한마디로 김근태계가 중심이 돼 정계개편 논의를 하는 것에 대해 정동영계측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게 갈등설의 핵심이다.물론 이런 갈등설이 불거지는 이유는 열린우리당의 정계개편 논의가 ‘중심은 없이 무성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정동영계는 일단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정계개편 논의과정을 지켜본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전에는 계파끼리 모임을 갖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그러나 김근태계와 정동영계의 모임이 무산된 이후, 여당 내 계파별 세몰이가 가열화되고 있고 핵심역량 가운데 하나인 김근태계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이런 까닭에 정동영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만약 정동영계가 지금처럼 ‘아웃사이더’로 일관할 경우, 향후 입지가 약화되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