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이명박과는 지지율 격차 두 자릿수…아젠다도 없고, 공약도 없고
박근혜가 이명박으로부터 시달림을 당하고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시쳇말로 ‘라이벌’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를 두 자릿수로 벌려놨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겐 어쩌면 유리한 ‘룰’이다. 이명박 전 시장의 ‘꿈’은 ‘실현’에 가까워지고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지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물론 “지지율은 오를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다”며 애써 당당한 모습을 보인다. 이 전 시장과의 지지율 격차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연출한다.
그러나 이는 그의 진짜 모습이 아닌 것 같다. 얼마 전부터 작심한 듯,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연일 공격하고 있다. 그래서 그 배경에 정치권과 언론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좀 과장해서 표현하면, 예전과 달리 박근혜 전 대표를 ‘지금은’ 아무도 쳐다보지 않고 있다. ‘왕따’정도는 아닌 것 같지만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다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도 한나라당의 속사정을 잘 아는 내부 인사들로부터 쏟아져나오고 있다.그래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여태껏 수용 의사를 피력했던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서도 박근혜 전 대표측이 이를 수용하게 될 것이라는 다소 ‘신빙성이 없는’ 관측을 정치권 일각에서 쏟아내기도 한다.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박 전 대표가 이 전 시장에 대해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전 시장은 현재 지지율 측면에서 보면 ‘고공비행’ 중이다. 그래서 박근혜측은 이를 꼭 저지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 전 시장의 상승 분위기를 지금 잡지 못할 경우, 어쩌면 박근혜는 대권도전의 문턱에 오르지도 못하는 좌초하는 경우를 경험할 수도 있다.박 전 대표는 지난 7일 인터넷 매체와의 간담회에서 이명박 전 시장을 ‘구두상으로’ ‘세게’ 때렸다. 이는 ‘수첩공주’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다소 차분하고 조용하게 발언해왔던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그는 이날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내륙운하 계획과 관련, “분명 국토개발계획안이지 경제정책도, 국가운영 방안도 아니”라며 “정책이라면 국방, 외교, 안보, 교육, 경제 등 각 분야에 걸친 내용이 모두 필요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박 전 대표는 “이명박 전 시장과의 지지율 격차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서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 전 시장을 더 많이 지지하고, 나는 지지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이명박 때리면서 대중적으로 탈바꿈
박 전 대표의 이런 발언은 최근 측근들이 “공식적인 장소에서 이 전 시장 등 현안과 관련해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 것에 따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좀 더 대중적’으로 그가 바뀌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박근혜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은 ‘박정희의 딸’, ‘육영수 여사의 딸’ 등과 같은 이미지 정치로는 내년 대권 게임에서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만 하다. 또한 이명박을 때리더라도 ‘마이 웨이(my way)’를 걷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되고 있는데, 이대로 가다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라는 위기감을 본인이 직접 깨달은 셈이다.물론 일부에서는 “대권후보간 상호 공격이 과열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으며 박 전 대표의 이 전 시장에 대한 공격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박 전 대표의 입장에서는 이런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처지는 더 이상 아니다. 박 전 대표는 더 이상 야당 대표가 아니라 대중의 표를 받아야 하는 대권주자가 분명하기 때문이다.박 전 대표는 지금 이대로는 ‘위기’인 것이 맞다. 한나라당 내 다른 2명의 대권주자들에 비해 아젠다 선점에서 뒤졌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고 있고, 추석 이후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의 여론조사 지지율 격차는 10%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그래서 발걸음을 빨리하고 있다.과거활동 인식시켜 상황 역전?
그러나 잠정적 유권자들에게 ‘과거 활동’만 인식시킨다고 해서 현 상황을 역전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박 전 대표 진영은 “이제 시작”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어떻게 반전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고민이 역력한 모습이다.최근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박 전 대표의 위기상황을 반영하듯 ‘친박근혜’(친박)로 분류되던 영남권 의원들이 박 전 대표 쪽과 거리를 두거나 발을 빼기 시작했다는 얘기들이 당내에선 심심찮게 나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 진영은 의원들의 이탈을 막고 세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김무성, 유승민 의원이 그의 대선 캠프 내 핵심일꾼으로 꼽히지만, 이 전 시장 진영의 이재오 최고위원이나 이상득 의원이 앞장서고 있는 모습과는 크게 비교된다. ‘확대 비서실’ 수준의 여의도 사무실 외에는 드러난 조직도 없다. 현재까지 박근혜만이 내세울 수 있는 이슈메이커가 없다는 점 또한 비관적이다. 이명박 시장의 경우 ‘경부운하’,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경우 ‘민심 대장정’이라는 카드가 당장 떠오르는데 박근혜는 그런 것조차 없다.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박근혜는 지난 북한의 핵실험 이후, 외교?안보측면에서 비교적 우위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불리한 처지에 놓였다. 강한 리서십과 경제 안정을 원하는 유권자들은 박근혜를 외면하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지지하기 시작했다.뭔가 큰 틀의 변화를 도모하지 않고서는 활로 모색이 사실상 어려운 절박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박근혜측은 탈출구가 있다는 입장이다. 박 전 대표 쪽은 “본격적인 경선 국면에 들어가면 야전 성향이 강한 박근혜의 진가가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나라당 한 의원은 “최근 박 전 대표를 만났는데 너무 자신만만하고 당당해서 놀랐다”고 말했다.탈출구는 있다…경선만 기다려라
지난 해 10·26 재선거 압승 이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줄곧 ‘자신감’ 속에서 살아왔다. 그리고 한나라당이 지금까지 박근혜 전 대표의 손으로 굴러왔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탄핵정국’의 위기에서 당을 건져냈고, 이후 치러진 재보선과 재선거도 거의 혼자 뛰다시피해 압승을 낚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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