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전단지 구인광고는 다단계?
“일하러 갔더니 핸드폰을 사라고 하더라고요. 참 어이없죠.” 지하철에 뿌려진 구인광고 전단지를 보고 업체를 찾아간 정모(34.무직)씨의 하소연이다.지하철을 타고 주위를 둘러보면 ‘직원 구함 월 200만원 보장’, ‘투잡 가능 하루 1~2시간 투자에 월 100만원 이상 가능’과 같은 내용의 전단지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경기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청년실업은 나날이 증가하는 요즘. 고수익을 보장하며 사람들을 기다리는 지하철의 구인자들. 이들은 정말 자신들이 밝힌 만큼의 이익을 구직자들에게 돌려줄 수 있을까. <매일일보>이 한번 ‘잠입취재’ 해 봤다. ‘평생직장. 지금은 2JOB 시대 1일 2~3시간 투자. 한달 70~100만원 수입 가능. 안정된 소득 보장, 노후생활안정.’ 정씨의 제보로 기자는 전단지 속의 한 업체와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전화를 통해 기자가 “직업을 구하고 싶다”고 의사를 표현하자 상대 업체에서 나온 반응은 “일단 만나서 이야기 하자”였다. “일하러 갔더니 핸드폰 사라고?”
지난 14일 오전 11시, 서울시 신설동역에서 기자는 C모 업체의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사람은 기자를 자신의 사무실로 안내하겠다며 앞장섰다. 그렇게 걷기를 5분쯤. 이 사람은 신설동역 근처의 모 교회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간판은 교회였지만 안은 달랐다. 여러 개의 탁자에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 여성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지난 4월 기자가 취재차 ‘제이유 네트워크(다단계회사)’에 방문했을 때와 사뭇 비슷한 분위기였다. 기자가 사무실에 들어가자 L모씨가 반갑다며 인사를 건냈다. L씨는 이곳에서 핸드폰 관련 사업을 하는 사람이었다. “투잡으로 돈 좀 벌려고 왔다”는 기자의 말에 L씨는 “잘 왔다”며 자리를 권했다. L씨는 기자가 자리에 앉자마자 이곳의 사업 얘기를 꺼냈다.L씨의 설명에 의하면 이곳은 개인이 핸드폰 대리점을 대신하는 곳. 쉽게 얘기하면 고객이 대리점에서 핸드폰을 개통하면 갖게 되는 수익금을 이곳 사업자에게서 개통하면 수익금이 그 사업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로 되어 있다.또 다른 피해자들
허위과장 광고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구인업체들. 하지만 지하철을 통해 구인광고를 하는 사람들이 모두 이들과 같이 허위과장 광고를 일삼지는 않는다. 구인광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지하철을 택한 사람들, 혹은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는 점을 노려 구인을 하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기자가 지난 13일부터 지난 17일까지 지하철 1~5호선에 배포되어 있는 구직광고전단지 6개 업체를 찾아가 확인한 결과, 위에서 언급한 2곳을 포함한 3곳은 허위과장광고였지만 나머지 3곳은 급여에서부터 작업의 내용까지 광고에 기재되어 있는 내용과 일치했다. 구로디지털단지에 위치한 S업체의 경우 전단지에 나와 있는 ▲생산업 핸드폰 부품 생산업▲주 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4시까지▲급여 80만원▲점심 보장을 직원들에게 그대로 적용하고 있었다. 이 업체의 관계자 김모(47)씨는 “요즘 사람구하기가 힘들다. 구인광고 비용을 많이 책정할 수 있을 만큼 회사 사정이 좋지 않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지하철 전단지 광고였다”라며 “하지만 다단계회사와 같은 일부 업체가 지하철을 이용해 사람들을 현혹하는 광고를 내다보니 사람들이 애초에 구인광고를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가 언급했던 것 처럼 사람들은 지하철에 깔려 있는 구인광고를 보면 ‘이거 정말 사실일까’하는 생각에 외면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이는 ‘허위과장광고로 일관하고 있는 일부업체의 행태 때문이며 이로 인해 다른 진실된 업체들까지 구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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