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이 유통업계 'TOP3' 진입을 위한 출사표를 내던졌다.
롯데와 신세계, 현대가 3강 구도를 확립하고 있는 현 시장을 재편하겠다는 의지다.
최근 삼성물산의 유통사업 부문인 분당 삼성플라자를 인수한 애경백화점은 2010년까지 백화점과 면세점 등의 매장을 7개 이상 늘리며 유통전문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당장 눈앞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한 지붕 아래 놓이게 될 삼성플라자 직원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유통 부문 직원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삼성플라자 매각 불가 뜻을 거듭 확인하며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겠다는 상황이다.
더욱이 업계에서도 '삼성'이라는 고급 브랜드 파워에 비해 '애경'이 가진 브랜드 이미지가 밀리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높아 이 역시 해결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
이런 문제들을 의식해서였을까. 애경 측은 앞으로 당분간은 '삼성플라자'라는 간판을 떼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6일 애경은 삼성플라자 분당점의 백화점부문과 오피스부문, 쇼핑몰 등을 5천억 내외 수준에서 인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애경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외적 확대와 더불어 시장 점유율에서도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채 사장은 또 "지난해 말 6000억 원인 유통 부문 매출을 2010년까지 3조 원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롯데 신세계 현대로 구성된 3강 체제 중심의 유통업계 판도를 바꿔 장기적으로 3강에 올라설 것"이라고 밝혔다.
간판 안 떼는 속내.. 삼성직원 반발 의식?
그런데 눈길을 끄는 대목이 한 가지 있다.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채 사장은 "삼성플라자 인수 뒤에도 시장에 안착할 때까지 기존 상호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신중히 고려 중"이라며 "장기적 차원에서는 미래 비전 실현을 위한 적합한 이름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결정은 월마트를 인수한 신세계나 까르푸를 인수한 이랜드 등이 신속하게 간판과 CI등을 교체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경우다.
업계는 애경이 이처럼 당분간 '삼성' 간판을 유지하는 배경에 대해 이런 저런 추측을 내놓고 있다. 우선, 삼성이라는 이름을 떼고 애경 간판으로 교체할 경우 삼성플라자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자부심' 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실제로 채 사장 또한 "삼성플라자 직원들은 '삼성' 에 대한 애착이 강한데, 애경이라는 작은 회사가 인수하다보니 좋지 않은 소리도 들린다"며 "조금 문제가 있더라도 따뜻한 마음으로 감쌀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가하면 분당지역 주민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도 '삼성'브랜드가 가진 파워를 믿고 이곳을 이용해왔기 때문에 쉽사리 이름을 바꾸게 되면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애경의 이런 결정에 한편으로 우려 섞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플라자의 간판을 유지하는 것이 당장의 수익성 측면에서는 좋을 수 있다"면서 "더욱이 내년에 신세계 죽전점이 오픈하면 분당지역 상권을 놓고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돼 '삼성'이 가진 고급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장기적으로 '애경'이라는 통합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고 충고했다.
이에 대해 애경 측은 "오너의 입장이 최대한 '삼성'이름을 유지하겠다는 것이지만 꼭 단정지을 수는 없다"면서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삼성플라자 이름에 관한 것이나, 브랜드 통합 등에 관한 문제는 내부에서 여전히 논의 중이다"고 밝혔다.
<애경 유통 부문 이끄는 채동석 사장은 누구>
최근 삼성플라자 인수를 계기로 유통업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인물이 있다.바로 채동석 애경그룹 유통 부문 총괄사장이 그 주인공. 그동안 언론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채 사장은 애경이 향후 성장동력을 '유통' 부문으로 삼으면서 대외활동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91년 애경유지공업에 입사한 이후 그룹 경영에 참여해 왔으며 현재는 애경백화점, AK면세점, 수원애경역사, 평택역사 등 애경의 유통부문을 맡고 있다.
이번 삼성플라자 인수 건 역시 그룹의 중, 장기적 발전을 위해 형인 채형석 부회장을 적극 설득할 정도로 자신이 계획하는 업무에 확신을 갖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