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일단 '집안단속'... 앞으로의 행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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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銀, 일단 '집안단속'... 앞으로의 행보는?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6.11.27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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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원 행장 "해외시장 개척, 우리 힘으로 하겠다"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국민은행에 매각하는 계약을 결국 파기했다. 지난 23일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은 "외환은행 지분을 국민은행에 매각하기로 했던 계약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이어 "론스타의 외환은행 투자와 뒤이은 외환은행의 외환카드 구제 조치에 대해 계속되는 검찰 수사가 이미 수 차례 연장됐고, 아직도 언제 끝날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외환은행을 국민은행에 매각하는 작업을 더 이상 진행시킬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론스타가 예상밖의 초강수를 두자 금융권 안팎에서는 그 배경을 놓고 이런 저런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계약 파기로 결정타를 입게 된 국민은행은 애써 실망감을 다스리며 내부 추스르기에 들어갔다.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은 "내부적으로 외환은행 인수 외에도 자체적인 성장을 위한 대안을 준비해 왔고 당분간 이러한 방안을 이행하는데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외환은행 향방이 다시 안개 속에 휩싸이면서 은행권 판도에 또 다시 지각변동이 일지 않을까 주시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매각 파기를 계기로 국민은행이 고수하고 있던 리딩뱅크 자리까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론스타, "검찰수사' 거론하며 계약 파기한 속내는?

론스타가 국민은행과 맺었던 외환은행 매각 계약을 전격적으로 파기함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그 이유에 대한 분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단 론스타 측이 밝힌 대로 검찰 수사 압박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더 이상 국민은행과 계약을 진행하는 것이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기초했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론스타는 우선 '원금부터 회수'하고 보자는 전략을 택했다는 것. 즉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선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체가 불법으로 판정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원금부터 건져놓고 보자는 의도라는 얘기.뿐만 아니라 검찰 수사로 인한 매각 대금 납입 지연으로 비용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계약파기를 선택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론스타는 지난 5월 말 국민은행과 본 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출입은행과 코메르츠방크 콜 옵션을 매입하기 위해 시티은행으로부터 8억5천만달러(한화 약 7천7백15억원)을 빌렸는데, 이에 대한 이자로 매달 45억원 가량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 차입금에 대한 만기가 돌아오고 배당 요구 또한 국민은행의 반대에 직면해 있는 등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는 곧 자금 압박 수위가 상당했다는 얘기.

특히 론스타와 국민은행이 체결한 계약에는 '검찰수사 결과 외환은행 인수과정에서 불법사실이 없어야 매각대금을 지급한다'는 단서가 달려있다.

결국 론스타 입장에서는 현 상태에서 계약을 끌고 가 매각대금 지급을 기다리기보다는 여유를 갖고 배당 이익을 최대한 챙기면서 제3자의 인수대상을 찾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실제로 론스타는 내년 2월 외환은행 주총에서 배당을 통해 최대 1조3천억원 가량을 회수할 수 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64.62%를 얻기 위해 투입한 원가는 2조1천547억원이니 배당을 통해서만 투입 원금의 60%를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발등에 불 떨어진 국민, 집안 다스리기 나서

한편 외국자본의 '먹튀' 행위에 일조했다는 비난까지 감수하며 어렵게 따낸 계약을 날린 국민은행은 매각 파기 통보를 받은 직후 긴급 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하느라 분주했다.

강정원 행장과 김기홍 수석부행장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론스타 계약 파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강 행장은 "미래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외환은행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여러 가지 예기치 않은 상황이 전개돼 매수계약을 완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 행장은 또 향후 해외 진출 전략의 차질을 우려하는 질문에 "외환과 기업 분야에 강한 외환은행과 합치면 해외 진출이 빨라질 것이라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장기적으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리딩뱅크로서의 전략에도 지장이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두 발로 잘 걸어 왔다"면서 "날개를 달려고 했는데, 그 날개가 꺾인 것뿐이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국민은행은 매각 계약 파기로 인해 술렁거리는 집안 분위기를 단속하는데도 힘쓰고 있다.

강 행장은 행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방송을 통해 "국민은행은 한국금융을 선도하고 미래의 장기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다양한 성장동력을 모색해 왔으며 그 일환으로 외환은행 지분인수를 추진했지만 매도자(론스타)와 관련된 예상치 않은 상황에 따라 주식매수계약이 완결되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 행장은 또 "외환은행의 지분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은행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은행의 방침에 한 마음으로 협조하고 빈틈없이 업무를 추진해 준 전직원들의 단결력과 헌신적 노력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인수계약이 파기됐지만 내부적으로 자체 성장을 위한 여러 가지 대안을 준비해 왔으므로 이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히며 "전 직원은 경영진을 믿고 의연한 자세로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금융권 일각 '국민, 리딩뱅크 자리 흔들리나"

그러나 애써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국민은행과 달리 금융권의 시각은 그리 밝지가 않다. 론스타가 계약 파기를 선언한 직후 국민은행의 목표주가는 줄하향을 그렸다.

지난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국민은행 목표주가를 4∼20% 가량 연이어 내려 잡았다. 물론 국민은행의 대처방향에 따라 이번 악재의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입장도 많았다.

그러나 외환은행 인수를 전제로 향후 압도적으로 리딩뱅크 자리를 굳히고 세계시장으로 발돋움 할 것이라는 계획이 훼손됐다고 보는 시각도 상당 수 있었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민은행이 규모나 수익성 면에서 리딩뱅크 자리를 굳히기 어려워졌다며 목표주가를 10만원에서 9만원으로 내려 잡았다.

NH투자증권은 "당초 외환은행 인수시 증가하는 시장지배력에 대한 프리미엄을 인정했지만 계약 파기로 과거와 같은 시장지배력을 되찾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목표주가를 9만6천원에서 8만원으로 내려 잡았다.

또 자산 규모 면에서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의 맹추격이 예상돼 외환은행 인수를 감안한 시장지배력에 대한 프리미엄이 훼손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맥쿼리 증권은 목표가를 종전 보다 4% 낮은 7만6천200원으로 내려잡고 "국민은행의 주가는 이번 론스타 계약파기와 함께 3분기 실적 악화 및 내년 실적 둔화전망이 맞물려 단기적으로 7만원을 밑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번 론스타의 매각 파기가 단기 악재 수준에 그쳐 국민은행의 기업가치를 훼손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민은행은 올 예상 순이익이 약 3조원에 육박하며 내년 예상 순이익도 3조원을 넘을 전망이어서 여전히 펀더멘털은 좋다는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외환은행 인수가 물거품이 되면서 국민은행의 리딩뱅크 자리 또한 안심할 수만은 없게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외환은행 인수가 성사됐을 경우 국민은행은 외환은행의 자산규모 78조원이 더해지면서 300조에 달하는 자산규모로 명실상부한 국내 1위 은행의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국민은행의 자산은 216조원(9월말 기준)으로 신한은행 184조, 우리은행 178조와 근소한 차이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외환은행 새 주인 누가 될까... DBS, HSBC, 국민은행 거론

한편 금융권에서는 벌써부터 외환은행의 새 주인이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말들도 나오고 있다.

론스타가 일단 검찰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 나설 것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 이미 몇몇 곳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

물론 국민은행 인수 재기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는 있다.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 또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론스타와의 재계약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론스타 측에 달려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김기홍 수석부행장은 "원론적 차원의 발언이라며 가정을 전제로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외환은행 인수전에서 밀린 하나은행 또한 재입찰 시 참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하나은행의 공식 입장은 "관심이 없다"이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는 '외국자본(론스타)의 먹튀'를 돕는다는 여론의 비난이다. 이 때문에 국내 은행들은 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부담을 않을 수밖에 없다.

이런 만큼 비난 여론에서 훨씬 자유로울 수 있는 외국계 은행에 외환은행을 매각할 가능성에도 무게가 쏠리고 있다.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곳은 외환은행 재매각 입찰에 참여했던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이나 바클레이즈, 도이체방크, HSBC 등이다.

한편 외환은행 노조는 이번 론스타의 매각 파기가 국민염원이 반영된 결과라는 입장을 보였다. 노조는 지난 23일 론스타와 국민은행간 외환은행 재매각 협상 파기와 관련해 "외환은행 매각 계약 종료는 전 국민적 염원이 반영된 결과다" 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외환은행 재매각은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이번 계약파기를 계기로 론스타 지분 문제에 대해 국민경제적 관점에서 가장 바람직한 대안으로 귀결될 수 있도록 하는 책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주주의 이익 극대화만을 위해 경쟁력 있는 우량은행의 문을 닫게 만들고 금융산업의 안정과 발전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은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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