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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결성되어 한일 역사왜곡 파문을 일으킨 일본의 우익단체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망령이 한국에 상륙했다.‘교과서 포럼’이 11월 29일 한국 근현대사 대안교과서의 시안을 공개했다. 내년 3월 최종본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하는데, 언론에 보도된 시안의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교과서포럼의 근현대사 대안 교과서 시안 내용은 일본의 우익단체 ‘새역모’가 자행하고 있는 역사왜곡의 전형을 따르고 있다. 일본의 새역모는 극우의 관점에서 한반도 식민통치가 조선 근대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억지를 쓰고 있다.교과서포럼의 ‘일제 식민지 시기는 근대로의 이행 과정’이라는 교과서 시안 내용과 ‘한일협정이 경제발전과 대외신인도 상승 계기’가 되었다는 내용이 그렇다.전 국민의 분노를 일으켰던 일본 군국주의 우익세력의 역사왜곡과 무엇이 다른가. 교과서포럼은 한국의 우익인지, 일본의 우익인지 답해야 한다. 5.16 군사쿠데타와 10월 유신체제에 대한 내용은 통치세력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한 것에 불과하다. 헌정을 유린한 쿠데타를 혁명으로 미화한다고 해서, 독재 장기집권을 획책했던 유신체제를 긍정적으로 기술한다고 해서, 12.12를 통해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 정권에 대해 발전국가를 계승한 정권 운운한다고 해서 그들의 범죄행위로 점철된 역사가 결코 정당화될 수는 없을 것이다. 평화와 인권, 민주화로 전진했던 우리 역사의 존재가 결코 바뀔 수는 없다.또한 교과서포럼은 그동안 역사학계의 검증을 거쳐 현행 교과서에서 민주의식의 분출로 보고 있는 4.19혁명을 4.19학생운동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5.18 광주민주화항쟁으로 그 의미를 협애화하여 축소시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1987년 6.29선언에 대한 시각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행태는 역사 해석의 오류 차원이 아니라 역사 왜곡이라는 용서할 수 없는 범죄 차원으로 지탄받아야 할 것이다. 이번 교과서 포럼의 이른바 근현대사 대안교과서 시안내용에 대해 역사학계 등 전문가들의 의견은 ‘너무 황당해서 할말이 없다’라는 반응이다. 정당한 학술적 검증을 거친 정확한 사실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일방의 편견과 왜곡에 따른 주장의 나열이라는 평가다.쿠데타와 독재체제를 찬양, 미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것이 새로운 역사 인식이 될 수는 없다. 즉 다양한 관점에서의 역사 해석이 아니라 특정세력의 정치적 저의에서 역사의 왜곡이 자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역사의 공과 과는 엄정하게 기록되고 해석되어야 한다. 있는 그대로 인정되어야 살아있는 역사다. 잘못을 은폐하려 하거나 공으로 둔갑시키려 하는 것은 역사를 죽이는 행위이다. 뿐만 아니라 편견과 왜곡으로 우리의 역사를 뒤틀리게 하는 것은 자라나는 우리의 미래 세대들에 대한 씻을 수 없는 범죄행위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국회의원 민병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