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세론, 한나라 안에서는 공공연한 비밀(?)…‘반사효과’라는 지적도
한나라당 대권후보 지지율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있다. 정당 지지율 50%.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최고의 지지율 속에서 ‘고공행진’을 계속 만끽하고 있고, 이에 따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발빠르게 ‘추격전’을 벌이고 있으며,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두 사람의 승승장구에 비쳐볼 때 ‘추락(?)’으로 정리되고 있다.
물론 5%대를 넘나드는 손학규 전 지사는 이런 지지율에 아랑곳하지 않고 당내 대선후보 가운데 본선 경쟁력이 가장 높은 사람이 자신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상대 후보가 결정된 뒤 본선 경쟁력이 본격화되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른바 한나라당 ‘빅3’를 향한 국민의 이 같은 지지는 ‘정권탈환’이라는 한나라당의 꿈이 서서히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지지율의 높고 낮음에 따라 세 사람의 희비야 엇갈리겠지만 일단 한나라당의 현재 스코어만 보자면, 대선이라는 ‘본게임’은 정말로 절차에 가까울 수 있다. 이대로라면 지금 당장 대선을 치르더라도 한나라당 후보가 누구이던 간에 무조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대선이 아직 1년이나 남았는데…”라며 이 같은 지지율에 대해 누군가 ‘거품’이라고 혹 반박하더라도, 지지율은 과학적 수치고 이 같은 수치 앞에서는 그 어떤 후보도 무력할 뿐이다.이런 상황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인물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전 서울시장은 지난 10월 9일 북한 핵무기 실험 직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추월한 이래 각종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달 2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은 34.4%의 지지를 얻어 각각 24.9%와 14.5%에 그친 박 전 대표와 고건 전 총리를 크게 따돌렸다. 리얼미터 주간조사에서 이 전 시장은 내리 7주째 35%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이 전 시장은 리서치앤리서치가 같은 달 22일 실시한 지지도 조사에서도 33.0%를 얻어 23.5%에 머문 박 전 대표를 10%포인트 가까이 앞섰다. 지금으로서는 누가 뭐래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대세’가 되는 셈이다.이명박 ‘대세’…격차를 더 벌려라
이 전 시장측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경남 부산지역에서도 분위기가 반전돼 지지율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고 자체적으로 분석하면서,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격차를 아예 더 벌려 일찌감치 대세를 굳히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 간 지지율 격차가 ‘18.3%포인트’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조사한 이래 ‘최대치’를 기록하긴 했지만, 이 전 시장측은 평소 10~13%포인트대인 박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를 연말까지 15%포인트 차로 확실히 벌리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 전 시장측이 박근혜 전 대표를 이처럼 견제하는 이유는 지금의 분위기와 달리 내년 초 여권에서 ‘야당을 뒤흔들어놓을만한’ 대권후보가 등장할 경우, 이 전 서울시장의 표를 잠식해 지지율이 급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이에 따라 늦어도 이달 말, 빠르면 이달 중순부터 현재의 ‘대세론’을 대대적으로 확산해가는 등, 이변이 없는 한 당내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총동원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여러 가지 방법’에 대해서는 이 전 시장 나름대로의 복안이 있겠지만,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것은 ‘한반도 대운하’ 홍보로 보인다. 2차, 3차, 정책을 잇따라 발표해 정책과 경제 대통령의 이미지를 굳히는 것이다. 또한 정치 현안과 관련된 언론 노출을 최대한 줄이면서 정책과 경제에 다걸기(올인)한다는 전략도 심심찮게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라
호남을 바라보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눈길도 요즘 들어 따뜻하다. 이 전 시장은 지난 1일, 전라북도 익산과 광주를 잇따라 방문했다. 지난 달 전북 나주와 익산, 군산, 전주 등을 방문한 바 있는데 한달 동안 벌써 4번째 ‘호남공략’에 나선 셈이다. 그의 이같은 행보는 ‘호남 공들이기’에 본격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진짜 평가’ 아니고 ‘반사효과’
이명박이 ‘정말 잘해서’가 아니라 - 국민은 대안을 찾고 있었는데 -이 와중에 자연스럽게 반노무현 현상의 일환으로, ‘혹은’ 보수적인 색깔에 가까운 박근혜보다는 실용주의에 가까운 이명박이 뜨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결국 이명박 대세론은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는 게 정치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전망이다. 박근혜가 현재 이명박보다는 뒤지고 있지만, 또 고건 전 총리가 최근 하락세에 직면하고 있지만 두 사람 모두 언제든지 이명박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이런 ‘정치적’인 해석 이외에도 이명박 전 시장이 불안한 이유는 두 후보의 경쟁이 가열화되고 있는 현실적인 측면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두 후보의 경쟁이 가열화될 수록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나친 경쟁은 당의 분열로 이어진다는 게 이 관계자가 바라보는 한나라당의 미래상이다. 실제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발표한 대운하 프로젝트를 놓고 이미 양측 지지자들간에는 상호비방이 가열되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각 후보 진영도 치열한 기싸움 중이다.이밖에 ‘인간은 경험적 동물’이라는 아주 단순한 명제도 이명박을 은근히 괴롭히고 있다. 혹 그가 한나라당 대선주자라는 영광의 타이틀을 달았다고 하더라도 ‘한나라당의 잇따른 대선패배’라는 과거 ‘학습효과’가 그를 불안하게 하는 근거인 셈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불안에 하는 근거는 다른 게 아니”라면서 “이명박 뿐만 아니라 두 번의 대선 패배를 통해서 한나라당 모든 후보들은 뼈저리게 느낀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내년 경선 패배 가능성까지 예측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이 같은 유불리를 떠나, 더욱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 전 시장측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를 대중적 지지도에서 압도함에도 불구하고 내년 경선에서 패배할 가능성까지 예측하며. 경선 이후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대목이다.
본선 티켓은 확실히 잡았는데…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국가경영은 건설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콘텐츠를 다양하게 고민해야 하는데, 이명박이가 내놓은 것은 모두 건설쪽에 가깝다. 대운하도 마찬가지다. 무슨 만리장성 쌓는 것도 아니고, 본 게임에서 청계천이 터지면 대운하보다 이명박이는 정계를 은퇴해야 할 상황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거리를 둘 것도 당부하고 있다. 이회창 전 총재와 가까이 하면 할수록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지지율이 이회창에게 간다는 것이다. 여당 한 관계자는 “이회창과 이명박이 함께 갈 경우, 경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이명박의 지지율의 상당수가 이회창의 지지자들인 점을 감안할 경우 이후 본 게임에서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어쨌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경선에서 확실히 본선 티켓을 잡을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본선에서 이길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치판이라는 게, 아니 본선이라는 게 워낙 이변이 많은 게임 아닌가.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