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직자 ‘여성비하’ 위험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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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공직자 ‘여성비하’ 위험수위
  • 최봉석 기자
  • 승인 2006.12.09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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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 발언, 성희롱, 성폭력 사건 “워낙 다종다양” 주장…성희롱 예방교육 하나?

한나라당 내 일부 공직자들의 性인식이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는 지적이 또다시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김용서 수원시장을 비롯한 경기도 수원시 일부 공무원들이 2006 아시아 경기대회가 열리고 있는 카타르 도하에서 ‘술과 여자를 찾는’ 등의 추태를 부렸다는 의혹이 정치권에 메가톤급 파장을 일으키면서 한나라당 내 공직자들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은 단적인 예다.

김용서 수원시장은 한나라당 소속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무엇보다 김용서 수원시장의 사건 연루 의혹을 차단하는 데 주력 중이다. 수원시도 곧바로 해명자료를 통해 진화에 나섰지만 김 시장과 수원시청, 그리고 한나라당에 대한 누리꾼들의 비난은 끊이질 않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6일 논평을 통해 “도하 아시안게임 경기장 주변에서 추태를 부린 김용서 수원시장과 시청 공무원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관계기관의 감사를 요구한다”고 말했다.한나라당은 그러나 이날 “언론의 보도 내용을 아무리 훑어봐도 한나라당 소속 수원시장이 도하에서 추태를 부렸다는 내용은 없다”면서 “자치단체장이 한나라당 당원이라고 소속 공무원들의 비위까지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도를 지나친 주장이며 정치공세”라고 맞받아쳤다.하지만 정치권 및 시민사회단체는 이 사건을 계기로 한나라당 공직자의 성희롱, 성폭력 계보가 일부 의원들로부터 도의원 지방자치단체장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당내 모든 당직자와 공직자에 대한 실효성있는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앞서 한나라당 이재웅 의원은 지난 1일 “여성 재소자들이 창살 밖으로 가슴을 내미는 시늉을 자신의 양손으로 하며 창틀에 기대서 남성이 지나가면 ‘한번 줄까, 한번 줄까’ 하더라”고 한 발언이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당 윤리위원회는 진상조사에 나선 상태다.

◇실태=한나라당 내 공직자의 성희롱, 성폭력과 관련한 통계나 자료는 물론 없다. 실태 파악조차 하지 않을 만큼 문제의식이 미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 박계동 의원의 술집종업원 성추행 의혹, 안상수 한나라당 인천시장의 최연희 의원 성추행 옹호발언, 이경재 의원의 김희선 의원에 대한 성희롱 발언 의혹 등은 한나라당 공직자들의 성차별, 성희롱 수준이 위험수위에 올라왔음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또 정진섭 의원의 나눔의 집에서 성희롱 추태 의혹, 주성영 의원의 술집 여주인 성적 비하 발언, 임인배 의원의 국회 의장실 여직원에 행한 욕설부터 시작해 최근 이재웅 의원이 부적절한 성 관련 발언 등도 당내 성희롱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한나라당은 이처럼 성추문 의혹이 그동안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왔으며 이런 까닭에 당 지도부는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최근 논란이 됐던 부분은 지난 1일 당 원내부대표를 맡고 있는 이재웅 의원이 김형오 원내대표가 주재한 오찬에 참석한 자리에서 삼계탕을 먹다가 여성비하 발언을 한 것이다.그는 이 자리에서 청송감호소 방문 일정 이야기를 꺼내다 “여성 재소자들이 창틀에 기대 서 남자가 지나가면 유혹하는 듯한 야한 농담을 한다”면서 “17대 국회의원들은 골프도 맘대로 못치고 농성도 자주 해야 하고 성매매 금지법으로 거기도 못가지 않냐, 예전에 비하면 성자다. 죽으면 몸에서 사리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이 발언은 17대 이전인 16대 국회의원들은 골프를 마음껏 쳤고, 성매매 업소에도 자주 갔으며 나아가 성매매 금지법만 아니었다면 17대 국회의원들은 집장촌에 자주 갔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돼 여성계와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큰 비난을 받았다.

◇대책 있나, 없나= 지난 3월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홍미영 열린우리당 여성리더십센터 소장은 당시 “성희롱 예방교육은 연 1회 이상 실시해야 하나 한나라당은 한번도 교육을 하지 않아 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같은 달 30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의원수련회를 열어 성희롱예방교육을 실시했으며, 이후 5.31 지방선거 출마 예비후보자를 상대로 ‘성희롱’에 대한 비상경계령을 내리는 등 각별한 ‘몸조심’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실효성 있는’ 성희롱 예방교육은 여전히 실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한나라당 공직자의 성추행 문제가 불거졌고, 그러나 한나라당은 사과보다는 김용서 수원시장에 대한 적극 엄호에 나서고 있다. 성추문 문제는 누가 뭐래도 한나라당에게 ‘아킬레스건’과 다름없기 때문이다.한나라당은 그렇지만 재발 방지를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보완대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비하’는 한나라당의 단골메뉴”라는 혹평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성희롱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한나라당이 감염되어 있다”고 비꼬았고, 민주노동당은 “한나라당 공직자의 성희롱, 성폭력 계보가 최연희, 박계동, 주성영, 안상수, 이경재, 정진섭, 이재웅 의원에 이어 도의원 지방자치단체장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민주노동당 여성의원회 관계자는 “한나라당 의원의 성차별 발언,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워낙 다종다양해, 과연 한나라당에 성인식을 떠나 정상적인 상식을 가졌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11일부터 국회에서 국회의원 및 보좌관 성평등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편, 지난 4월 한 언론이 17대 국회 여성의원 41명 전원을 대상으로 국회 내 성희롱 실태를 조사한 결과, 설문에 응한 의원 24명(열린우리당 12, 한나라당 9, 민주당 1, 민주노동당 2) 중 11명이 “동료 남성의원 등에게서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해, 일부 국회의원들이 ‘고정된 反여성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정치권에 충격을 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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