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지난 달 27일부터 30일까지 장장 150km를 두발로 걸었다. 영주부터 대구까지다. 결국 뒤꿈치 인대가 늘어났다. 걷기가 불편할 정도다.
학교폭력으로 지난해 9월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한 아버지의 ‘도보 1인 시위’. 그는 이를 ‘도보순례’라고 말한다. 죽은 아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서다.
시위에 나선 주인공은 박재근(43)씨다. 그는 이 시위를 통해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뾰족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교육청과 학교측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아버지는 또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자신의 1인 시위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일부의 편견때문이다. 아들의 죽음을 핑계로 ‘금전적인 배상’을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박씨는 이에 대해 “나를 두 번 죽이는 처사”라며 성토했다. <매일일보>이 지난 5일 박씨를 만나봤다.
보상 운운 교육청 주장, “나를 두 번 죽이는 처사”
박재근씨의 아들 故 박준석(당시 14세)군은 지난해 9월 20일 사망했다. 이날 오전 11시25분 박군의 뒷자리에 앉은 K모군이 박군의 목덜미와 머리를 주먹으로 수차례 가격했는데 박군은 결국 뇌출혈로 병원 후송 도중 운명을 달리했다. K군이 박군을 구타한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지지 않았으나 두 사람의 ‘우발적인’ 충돌을 지켜본 목격자들은 당시 두 사람이 서로 장난을 치면서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는 힘있 자의 힘없는 자에 대한 괴롭힘일라는 입장이다.문제는 자식을 잃어버린 박씨의 입장에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박씨는 “수업 중에 학생들이 싸우는데도 교사는 ‘조용히 하라’는 훈계만 했을 뿐 적절한 제재와 지도가 없었다”면서 “특히 의식을 잃고 쓰러진 박군에 대한 응급조치가 따랐어야 했는데도 불구하고 119구급대에 연락을 취하지 않아 결국 급우의 등에 아들이 업혀서 교사의 승용차로 병원으로 후송됐고 아들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숨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우발적인 사건(?)…사과는 없었다”
사건이 일어났던 곳은 경상북도 영주시 풍기읍 풍기중학교. 그러나 경북도 교육청은 경찰과 다수의 동급생 증인을 토대로 철저한 조사가 진행됐고, 적절한 금전적 배상도 이뤄져 ‘이미 끝난 일’이라는 입장이다.“교육자와 결혼 말라”
이와 관련 경북도 교육청 한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통화에서 “해당 교사, 교장, 교육감 등이 박씨의 집에 찾아가 사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우리의 입장에서는 박씨의 강경한 태도가 보상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고, 경찰과 법원이 시비를 다 가린 상황에서 무엇을 더 바라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앞으로 학교폭력재발방지를 위해 생활지도를 강화할 것”이라며 “현재는 학교폭력방지위원회를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그러나 박씨는 결코 “해당 관계자를 만나본 적조차 없다”며 도 교육청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현직교사인 김모(31)씨는 이와 관련 “위원회가 있긴 한데 유명무실하다”면서 “다만 담임교사의 역량에 따라 폭력예방교육과 설문조사를 한 달에 한번 정도 실시하고 혹 폭력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밖으로 새나가지 않게 쉬쉬하는 분위기”라며 교육현장의 실태를 꼬집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억울한 준석이가 이 땅에 다시는 없도록 대구에서 청와대까지 걷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종국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