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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취임 연설을 통해 공정성과 신뢰 회복을 강조하고 외압을 전면 배격할 것이라고 천명함에 따라 앞으로 유엔이 강대국 논리보다 유엔 회원국들 공동이익 추구 등 위상 제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가고 있다. 반 총장은 14일 오전(한국시간 15일 새벽) 미 뉴욕 유엔본부 총회 회의장에서 취임식을 가졌으며 다음달 1일 공식 임기를 시작한다. 반 총장은 취임식에서 ‘신뢰 회복’을 사무총장인 자신과 유엔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도덕성은 유엔의 가장 큰 자산이자 가장 취약해지기 쉬운 부분”이라며 “유엔 내 윤리의식과 책임, 정직성을 고취시키겠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전임자인 코피 아난 사무총장이 부정 의혹에 휩싸이는 등으로 유엔 안팎에서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기 때문에 조직 개혁을 핵심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또 “갈수록 세계화되는 국제사회는 유엔 조직원에게 기동성과 정직성,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같은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조직의 신뢰성을 회복하겠다”며 “이를 통해 사무국과 회원국 사이에 쌓여 있는 뿌리 깊은 불신을 불식시키겠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사무국과 회원국 사이 불신의 한 원인으로 사무국이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회원국은 수동적이고 위험을 회피하는 사무국이 아니라 역동적이고 적극적인 사무국을 필요로 한다”며 유엔 사무국이 강대국 입김에 의해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해서는 안된다는 소신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특히 반 총장은 도덕성 회복과 공정성 확보를 하나로 묶어 강조함으로써 강대국 논리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중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연설 막바지에 “192개 회원국 모두가 특별한 존재이며 이들 모두의 의견을 존중해 편파적이지 않은 조직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유엔과 그 수장이 일부의 비위를 맞추느라 곤경에 빠진 다른 이들의 절망을 모른 척 한다면 아무도 그런 조직을 존중하거나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 서울대 문화관 중강당에서 가진 특별강연에서 “분단, 북한 인권 문제 등에 대해 한국은 그동안 소신있게 이야기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면서 “유엔 사무총장도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낀 희생양, 세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일을 하는 자리로 묘사되곤 한다”고 지적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이어 “192개 유엔 회원국들이 잘 사는 나라와 가난한 나라로 나뉘어 반목하며 서로에 대해 키워온 불신이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깊은 것이 사실”이라며 사무총장으로서 강대국과 약소국 간 신뢰를 회복시키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또 북핵문제와 관련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거나, 유엔 사무총장 신분으로 직접 방문해 북과 협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서울대 강연에서 언급, 한반도 문제 역시 적극적인 해결책을 찾을 것임을 시사했다. 반 총장은 취임 연설을 마무리하면서 중재자, 갈등조정자 역할을 자처했다. 따라서 북핵을 비롯, 이란 핵, 수단 다르푸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등 국제 분쟁 해결에 발벗고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