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침으로 진행 중인 새마을호 여승무원 외주 위탁화에 승무원들이 반발하면서 ‘제2의 KTX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지난 13일 철도공사와 새마을호 승무원들에 따르면 내년 승무업무 외주화 계획에 맞춰 철도공사는 여승무원 113명에게 연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철도공사는 승무업무의 외주 외탁에 이어 12월 들어 서울 차량 관리단에 소속된 계약직 80명, 대전 120명, 부산 85명 등 총 285명의 철도공사가 비정규직에게 해고 통지서를 보냈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는 “비정규 법안 통과 이후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화 부담이 생기자 직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모두 해고시키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정부가 비정규직을 보호한다고 만든 법안이 왜 실효성이 없는지, 오히려 더 많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지 최대 공기업인 철도공사가 몸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철도공사는 이런 가운데 궁극적으로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에서 말한 ‘비핵심 업무’로 규정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외주 위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파업 280일을 넘기고 있는 KTX 여승무원들에 이어 새마을호 여승무원들도 (주)KTX관광레저로의 이적을 거부하면서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혀 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철도공사 내의 비정규직 향방이 주목된다.
새마을호 여승무원은 그동안 철도공사 서울ㆍ청량리ㆍ부산ㆍ대전ㆍ익산ㆍ순천 등 6개 열차사무소에서 계약직으로 직접 고용해왔다. 철도공사는 승무직을 계속 수행할 경우 자회사인 KTX관광레저 정규직으로 옮기고, 철도공사 잔류를 원하면 역무계약직을 선택토록 하는 이적 동의서 제출을 요구해왔다.
여승무원, “서명 위협받았다”
지난달 16일 공사로부터 갑작스럽게 소속 변경을 통보받은 새마을호 여승무원들은 비록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비정규직이긴 하지만 철도공사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였다.
김상미 새마을호 서울열차승무지부 부회장은 “2004년 12월 입사 당시 철도공사에서는 원하는 한 재계약을 보장해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지금은 정확한 계약조건도 제시하지 않고 일단 KTX관광레저로 가는 전적동의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KTX승무원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교수모임 등에 따르면 철도공사는 11월 16일자로 각 지역 지사장에게 공문을 보내 “현재 계약직으로 운영되고 있는 새마을호 여승무원을 계열사 정규직으로 전환하려 하니 전적 동의서를 11월 24일까지 받을 것”이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철도공사는 전적동의서 서명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여승무원들과 개별면담을 해 “전적동의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11월 20일까지 계약만료 통보서를 보내겠다”고 위협했다는 게 승무원측 주장이다.
철도공사, ‘자율적 기회 제공’ 주장
이와 관련 철도공사 관계자는 “업무 전문화와 경영효율화를 위해 KTX와 새마을호 승무원을 자회사가 통합 운영하는 것”이라며 “여승무원들이 자회사와 공사 계약직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여 승무원들은 계약직 신분을 악용한 철도공사의 일방적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철도 공사 측이 똑같은 비용을 부담하면서 위탁사업으로 떠넘기는 대신 계약직을 고용하는 부담을 털어버리려는 의도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철도공사는 올해 20여명을 신규 채용하면서 자회사 이관 계획을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근무경력 2년이 안된 여승무원들은 법적 보호 장치가 없어 직장을 포기하거나 자회사로 옮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역무계약직을 선택하더라도 발령기시가 불분명하고, 연고지 배치를 보장받을 수 없는 점 등도 부담이다.
이은진 새마을호 승무원 대표는 “승무원들은 현 소속을 유지시켜달라는 요구뿐이다”면서 ‘공사가 계속 묵살한다면 KTX승무원과 연대투쟁도 고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철도노조도 이를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간주해 투쟁 방침을 밝혔다.
KTX승무원 사태가 해결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번에는 새마을호 여승무원 문제가 불거지자 철도공사 내부에서조차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으로 성급하고 서툰 일 처리”라는 등 불만이 새나오고 있다.
한종해 기자<[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