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고시원, 엘리베이터…장소불문, 여성 대상 범죄 기승
혼자 사는 여성들을 계획적으로 노리는 강력범죄가 위험수위에 다다랐다.
택시, 주차장, 골목길 등에서 주로 이뤄지던 여성 대상 범죄는 이제 아파트나 주택가의 계단ㆍ승강기 등 주거 공간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다.범인들은 상대적으로 힘이 약해 저항에 한계가 있는 여성들을 타깃으로 삼아, 장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수법으로 악랄한 범행을 저지르며 ‘나홀로 여성’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대부분 자기 집에서 성폭행ㆍ살해당해
지난 12일 전주시내 모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모씨(여,38)가 자신의 집 안방에서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이씨의 딸은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안방에 들어가 보니 엄마가 피를 흘린 채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숨진 이씨는 흉기에 수차례이상 찔려있었다.
이 사건에 앞서 지난 7일 오전 4시50분경 대전시 서구 월평동에서는 모 원룸에 혼자 살고 있는 A씨(여,21)가 귀가 중 괴한의 습격으로 현금과 카드 등이 든 가방을 빼앗기는 사건이 일어났다.
또한 지난달 30일 대전시 서구 복수동 모 고시원에서는 D씨(20)가 혼자 살고 있는 방에서 강도를 만나 성폭행을 당했으며, 같은 달 29일 대전시 서구 월평동 모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는 B씨(여,35)가 흉기를 든 강도에게 손가방을 빼앗기는 사고도 있었다.
집안에 홀로 있는 여성을 노린 범행은 어른ㆍ아이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벌어졌다.
지난8월 청주 상당구의 모 빌라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김모양(18)은 한 달 동안 동일범에게 두 차례나 성폭행을 당하는 일을 겪었으며, 같은 달 부산 동구에서도 집에 혼자 있던 9세의 여자어린이가 몰래 침입해 들어온 김모씨(61)에 의해 성폭행을 당하는 사고가 있었다.
여성운전자에 고의 접근, 빚 갚으려 납치도
여성운전자들을 노린 범죄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범인들은 여성 혼자 운전하는 차량만을 골라 고의로 접촉사고를 낸 뒤 돈을 뜯어내거나, 강도ㆍ절도ㆍ성폭행까지 일삼으며 악랄한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
지난 8월 주택가 골목길에서 접촉사고를 낸 이모씨(여,28)는 상대편 운전자에 의해 ‘수리견적서’ 작성을 빌미로 강제로 끌려 나가 성폭행을 당했다. 이씨는 야산으로 끌려 가 성폭행 당한 뒤 또다시 모텔로 끌려가다 기적적으로 탈출해 상대운전자를 경찰에 신고했다.
같은 달 잠시 드라이브를 나갔던 손모씨(여,37) 역시 운전 중에 봉변을 당했다. 500m전부터 오토바이를 타고 손씨의 차를 뒤쫓아 온 젊은 남자 두 명이 손씨의 차 유리창을 깨고 가방을 빼앗아 달아난 것이다. 이 충격으로 손씨는 병원에 입원해 정신적인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이로부터 한 달 뒤인 지난 9월에는 미용실에 간다고 약국을 나선 뒤 사라졌던 익산의 여약사 황모씨(41)가 실종 59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고, 경기도 광주에서 곗돈을 찾아 은행에 다녀오던 주부 신모씨도 도로변 승용차 안에서 피살된 채 발견됐다.한편 지난달 경기도 수원에서는 사업으로 거액의 빚을 진 육모씨(39)가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부녀자들을 상대로 납치ㆍ강도행각을 벌여오다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전기충격기까지 동원해 여자들을 공격했던 육씨는 “지하 주차장이 바깥보다 사람이 적어 범행 장소로 택했다”고 고백했다.
집에 들어가기 전 주위를 살펴볼 것
이처럼 여성을 상대로 한 연쇄 납치살인사건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혼자 사는 여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직장인 박모씨(여,24)는 “요즘 여자를 상대로 한 범죄소식이 뉴스에 너무 자주 등장한다. 밤에 회사를 마치고 집까지 혼자 운전해 와야 하는데 너무 무섭다”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윤모씨(여,30)도 “연말 저녁 약속이 많았는데 잇따라 발생한 살인사건 소식을 듣고 될 수 있으면 모임시간을 빨리 마무리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이와 관련해 경찰 측 관계자는 “여성을 노리는 범죄자들은 대부분 범행대상을 미행하다가 대상이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는 순간 강제로 침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며 “집에 도착했다고 바로 문을 열지 말고 주위를 한번 살펴본 후 들어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여성대상 범죄자를 연구하는 한 정신과 전문의는 “반복적으로 성폭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져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고 같은 범죄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하며 “강력한 처벌과 정신과적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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