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주년을 맞은 하나금융지주가 투기자본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하나지주는 자회사인 하나증권의 리테일(소매영업)부문을 자사계열인 대한투자증권에 넘기고 하나증권 투자금융(IB) 부분 지분 30%가량을 리만브러더스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하나지주는 하나증권의 강점인 소매영업은 대투로 통합해 유지하면서, 리만브러더스에 지분을 매각, 그 차익까지 얻을 수 있게 됐다.
더욱이 대투증권은 인수당시 엄청난 규모의 이월결손금 효과로 사실상 5년간 법인세 감면을 확보한 상태로, 하나지주는 향후 대투에서 발생하게 될 하나증권 영업점 관련이익의 세금 또한 감면 받는 효과를 얻게 된 것.
리만브러더스 역시 하나증권을 통해 증권업 라이선스(영업권)를 획득할 수 있게 된다.
반면 하나증권은 그동안 꾸준히 흑자기조를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껍데기'만 남게 되는 상황. 즉 하나증권은 증권업 라이선스만 보유하고 있을 뿐 실질적 영업을 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나지주가 명분으로 내건 IB부문 특화 또한 실현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 분석이다.
하나증권 노조와 증권노동조합 등은 현재 공동투쟁을 통해 "하나증권 리테일 본부를 대투로 넘기는 영업양수 과정은 향후 지주회사 내 계열사 모두를 구조조정하려는 시도"라며 "하나지주의 이런 행태는 투기자본과 같다"고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지난 18일 하나지주는 하나증권의 우선주 전량(368만9천523주)을 주당 1만원에 유상감사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하나지주는 하나증권 자본금(3천600억원)의 10% 정도인 369억원을 하나증권으로부터 받게 된다.이번 유상감사의 결정을 두고 증권업계는 하나증권의 리테일 부문(소매영업)을 자사계열인 대한투자증권에 넘기기에 앞서 하나증권 자본 중 일부를 최대주주인 하나지주에 넘기는 작업이라고 보고 있다. 또 우선주 문제를 해결해 현재 리만브러더스와 협상 중인 하나증권의 지분 매각이나 합작 등을 쉽게 하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한다.실제로 유상감자가 결정된 지난 18일 하나증권 임창섭 대표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금번 실시된 우선주 유상감자는 하나증권의 지분구조를 단순화해 외국자본과의 합작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우선주를 전량 폐기하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며 "하나금융그룹의 발전을 위해서는 자금도 물 흐르듯이 흘러갈 수 있어야하므로 하나증권의 자본이 감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나증권과 대한투자증권의 리테일본부 영업양수도는 지주 출범부터의 정책이었다"고 언급했다.노조 "지주사, 하나증권 외자매각 계획 밟아온 것"
이에 대해 하나증권 노조는 유상감자를 비롯, 그동안 하나지주가 추진한 일련의 작업들이 모두 하나증권의 매각을 위한 계획 하에 치밀하게 추진돼 왔다고 주장했다. 즉 "하나증권 자회사 편입→주식맞교환→100% 지배체제 구축→하나증권 상장 폐지→하나증권 영업양수도 결의 등이 연속선상에 있는 것으로 하나·대투간 구조조정을 염두에 뒀다는 얘기.실제로 하나지주는, 금융지주회사법에 의거 손자회사인 하나증권을 지주사 설립 후 2년 이내인 2007년 11월30일까지 자회사로 편입해야 하는 의무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하나지주는 편입 완료 시기를 훨씬 앞당겨 지난 10월 주식맞교환을 통해 하나증권을 완전자회사로 편입시켰다. 때문에 증권가 일각에서는 이것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유가증권매매로, 증권거래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다시 말해 하나지주가 상대적으로 저평가 된 하나증권 주식을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주식 교환했고, 이를 위해 우선주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을 접촉해 집중적으로 우선주를 매입했다는 의혹이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증권노조는 "당시 이미 영업양수도, 지분 매각 등의 계획이 있었음에도 이를 전혀 밝히지 않고, 서둘러 소액주주들을 싼값에 스퀴즈아웃(소액주주 내몰기)시켰다"면서 "이로 인해 얻은 차액은 하나지주가 독차지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또 "이렇게 해서 일단 하나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 지배권을 구축한 후 대투로의 영업양수를 통해 하나증권을 슬림화시켜 외국자본으로의 매각을 용이하게 만들고자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하나지주 "하나증권 IB특화 장기 플랜 있었다"
한편 하나증권 노조의 이런 주장에 대해 하나지주 측은 막대한 매각차익만 챙긴 채 외국으로 달아나는 '먹튀'자본과 하나지주를 비교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하나지주 한 관계자는 "외국 투기자본은 알짜만 빼서 국외로 유출시키는 것이지만, 하나지주는 오히려 그 반대인데도 노조에서 지나친 추측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하나지주가 추진하는 일련의 작업들은 각 계열사를 사업부문별로 특화, 육성시켜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 이 관계자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당초부터 IB부분을 특화시키고, 대투는 리테일부분을 육성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주사 출범 초기부터의 장기적인 계획이었지만, 그렇다고 꼭 영업양수도 방법이 확정된 것은 아니고 여러 의견들을 검토한 결과 영업양수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또 "하나증권의 IB부분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대해서도 지주사 내에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아직 세부적 단계까지 이른 것이 아니므로 공개할 시기는 아니다"고 못박았다. 그런가하면 하나증권 역시 당초부터 IB부분을 육성하려는 큰 밑그림이 있었다고 주장했다.하나증권 한 관계자는 "하나의 지주사 안에 두 개의 증권계열사를 가지는 것보다, 각 부문을 특화시키려는 그룹의 장기 플랜이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노조측은 이것이 하나증권 매각을 위한 회사 측의 전략이라며, 사업 추진 과정 상 공개할 수 없는 내용까지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노조 "하나지주, 투기자본의 끝을 명심해야"
그러나 하나지주가 외국 투기자본과 다를 바 없다는 비난의 목소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5월 하나지주는 대투증권을 인수할 당시부터 이미 헐값 매각 논란에 시달렸다. 또한 대투 인수 당시 하나지주는 싱가포르 국영투자은행인 '테마섹'과 컨소시엄을 구성했지만 테마섹이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 보장을 요구하며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이는 결국 정부의 수익률 보장 불허조치로 인해 무산됐다. 사실 하나지주의 최대 주주(9.89%)이기도 한 테마섹은 단기 수익을 노리는 투기적 자본이라는 비난을 종종 들어왔다.
더욱이 하나지주가 대투증권과 대투운용을 매입한 대금이 각각 4천750억원, 200억원 정도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UBS에 대투운용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투자 금액의 상당부분을 회수하는 셈이다.
주목할 점은 UBS는 지난 2004년 스위스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 경고 조치를 받은 바 있고,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의도적으로 미국 국채의 공급 부족 상황을 초래해 시세를 조작한 혐의로 조사를 받기까지 했다는 것.
물론 이에 대해서도 하나지주 관계자는 "아직까지 UBS와의 지분 매각 작업도 확실히 결정된 것은 없다"며 "당초 지주사 입장에서는 외국 선진금융과의 제휴를 통해 배울 점을 찾고자 한 것이다. 지분 매각 자체도 운용부분 육성을 위해 '제휴'를 논의하던 과정에서 오간 내용이지, 경영권 이양 등의 얘기는 근거 없는 추측일 뿐이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