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세우기’ 숙제 안은 헌재 새 수장 이강국 전 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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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세우기’ 숙제 안은 헌재 새 수장 이강국 전 대법관
  • 최봉석 기자
  • 승인 2006.12.2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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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세우기’ 숙제 안은 헌재 새 수장 이강국 전 대법관

사상 초유의 헌법재판소 소장 공백사태 끝에 이강국(61) 전 대법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전효숙 파문’ 넉 달 만의, 헌재소장 공백 90여일 만의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1일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이강국 전 대법관을 지명했다.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이날 “노 대통령은 헌재 재판관 및 소장 후보자로 이 전 대법관을 내정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내주초 이강국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변인은 이 전 대법관에 대해 “판사로 재직하는 동안 원칙에 충실한 깔끔한 재판진행과 깊이 있는 판결로 정평이 났고, 사법행정 및 법원 조직관리에 정통하고 헌법관련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분”이라며 “헌법의 보편적 가치와 새로운 가치들을 조화롭게 수용해 헌법을 잘 수호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1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소감을 묻자 “역사와 국민 앞에 떳떳하고, 기대에 부응할지 걱정”이라며 “전효숙 헌재소장 후보자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사태’로 크게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전효숙 전 후보자에 대한 미안하고 착잡하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달한 것이다.‘사전에 청와대와 의견을 교환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그 점은 나중에 인사청문회에서도 질문이 나올 텐데 자연스럽게 말씀드리게 될 것”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전효숙 후보자의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 때 청와대 전해철 민정수석으로부터 재판관 사퇴 문제 등과 관련한 전화를 받았다고 밝혀 정치적 중립성 시비에 휘말린 적이 있다. 그가 지명될 때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래서 이강국 전 대법관이 앞으로 6년간 헌법재판소를 진두지휘할 새 사령탑으로 낙점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물론 축하와 환영의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지만, 염려의 목소리도 덩달아 제기되고 있다.‘전효숙 파문’ 속에 국가의 기본인 헌법재판소의 독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사태를 국민이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강국 전 대법관의 경우 전효숙 후보자와 같은 홍역은 거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효숙에 대해서 무조건 반기를 들었던 한나라당이 일단 “코드인사는 아닌 것 같다”며 크게 반발하지 않고 있어서다.

열린우리, 한나라 “환영”
 
이 전 대법관은 노무현 정부와 인연이 없는 호남 출신. 또 법관 시절 중도적인 판결을 해왔다는 점에서 ‘코드 인사’라는 정치적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인사로 손꼽힌다.

한나라당은 이와 관련 “흔들리는 헌재의 위상을 바로 세울 수 있는 분이 필요하다”며 “이 후보자가 헌재 소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지 자질과 능력, 도덕성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환영’의 뜻은 아니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이다.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신임 헌재소장은 그 동안 전효숙 파동을 거치면서 매우 약해진 헌재의 위상을 되살려야 할 책임이 있다”며 “과연 이러한 부분에 있어 적합한지도 인사청문회에서 검증하겠다”고 말했다.열린우리당도 자격이 있는 무난한 인사라며 긍정적인 반응이다.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새로 지명된 헌재소장은 전문성과 경륜을 두루 갖췄고 법조계 내에서도 신망이 두터운 분으로 적임자라고 생각한다”며 “여야가 특별히 문제삼을 부분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청문회 과정에서 쟁점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그는 여야 정치권이 이처럼 크게 반발하지 않고 있음을 떠나, 지난 8월 전효숙 재판관과 막판까지 헌재 소장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일 만큼 법조계에서 ‘적임자’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이 후보자는 전북 임실 태생으로 전주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제8회 사법시험을 통해 법조계에 입문했는데 그는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서울지법 부장판사, 법원행정처 조사국장, 법원도서관장, 부산고법 및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전지법원장 등 법원내 요직을 두루 거쳤고 2000년부터 올해 7월까지 대법관을 지낸 뒤 현재는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보수적 법관에 진보적 인물 평가

사법고시 8회 출신으로 보수적 법관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지난 7월 대법관 직에서 퇴임하기 전까지 개인의 인권과 자유라는 면에서는 ‘진보적 인물’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범죄 은폐나 법적 제재 회피 등의 의도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개명을 허가해 줘야 한다고 판결했고, 여성도 종중원으로 인정해 줘야 한다며 인권ㆍ남녀 평등을 강조하는 진보적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지난 3월 새만금사업 판결에서는 ‘간척사업이 계속 진행돼야 한다’는 다수의견에 동의하면서도 “정부가 사업의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만족하지 말고 환경 친화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보충의견으로, 소송에 진 환경단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2004년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다수의 유죄 의견에 맞서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가 충돌할 경우 양심의 자유가 좀더 존중되고 보장돼야 한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그는 “종교적 양심의 명령에 따른 피고인에게는 실정 병역법에 합치하는 적법한 행위를 할 가능성을 기대하기 매우 어렵다고 보인다”며 국가의 형벌권이 한 발 양보할 것을 제안했다.그러나 폭력시위와 불법파업에는 단호했다. 그래서 보수적에 가깝다는 평을 받았다. 퇴임 직전에 철도청 민영화를 반대하며 불법파업에 나섰던 철도노조에 대해 “절차를 무시한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노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기도 한 것이다.그는 2003년 철도청의 민영화에 반대해 철도노조가 벌인 파업에 대해 주심을 맡아 “노조의 요구가 근로조건 관련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으나 주로 정부 정책사항에 관한 것이었고, 찬반투표 없이 파업에 돌입한 만큼 정당성이 없는 불법 파업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며 24억4000여만원을 배상토록 했다.

보수와 진보로 사람을 구분하는 건 위험

그는 또 “대정부 투쟁을 목적으로 한 노조의 시위는 정당성이 없다”는 등 불법 시위에 대해선 단호하게 반대 입장 편에 섰다. 그가 진보인지 보수인지와 같은 이처럼 ‘성향’을 따지는 데는 ‘전효숙 파동’을 잠재우고 종합부동산세법과 개정 사립학교법의 위헌 여부 등 쌓인 현안을 풀어내 ‘국가 4부’로서 헌재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가 그의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수나 진보 어느 한 쪽으로 분류하기 어려울 정도로 ‘판결의 스펙트럼’이 때에 따라 세분화 돼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그는 실제로 “성향이 중도 보수 중 어느 쪽인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사람을 보수 진보로 나누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며 “어떤 부분은 보수적일 수도 있다. 저 개인의 언행이나 예의범절, 가정사에서 있어서는 보수적이지만 사회제도 개선에 있어서는 감히 진보적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그는 법관 재직시 온화하고 소탈한 성품에 탁월한 법이론과 실무능력을 겸비해 법조 선후배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운 선비형 법관이라는 평을 들었다. 특히 깔끔한 재판진행과 심혈을 기울인 판결문 작성을 통해 설득력 있는 재판결과를 도출, 재판에 대한 승복도가 높은 것으로 정평이 있다.

헌법전문가, 헌재 권위 세울 수 있을까

이 지명자는 독일 괴팅겐대학에서 헌법을 전공하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이라는 논문으로 헌법학 박사학위도 취득했다. 또 ‘위헌 법률의 효력’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헌법전문가로 명성이 높다.부친이 전주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역임한 이기찬 변호사이며, 장남 훈재씨는 고양지원 판사로 재직하고 있다. 투병 중인 부친의 대소변을 10년 이상 받아냈다는 이 지명자는 대법관에 선임되거나 퇴임한 날 가장 먼저 선친 묘소를 참배할 정도로 효심이 깊은 것으로도 알려졌다.‘헌재공화국’으로 불릴 정도로 헌법재판소는 노무현 정부 들어 정치적 색깔을 띄었고, 정치공방의 중심에 서있는 곳이다. 즉 대통령 탄핵심판, 행정수도 위헌소송, 전효숙 파문 등을 거치면서 권위와 위상에 많은 상처를 입었다. 물론 이는 역으로 헌재의 무게감이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그러나 지난 2003년 법원행정처장 재임시, 대법관 제청을 둘러싼 소장 판사들의 동요를 그가 13시간 마라톤 회의 끝에 진정시켜 행정 능력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처럼, 법조계는 상처입은 헌법재판소의 권위를 이강국 전 대법관이 회복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와 관련 법원 관계자는 “탁월한 법이론과 실무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이 후보자가 국회 임명동의뿐만 아니라 상처받은 헌재의 권위를 다시 세우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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