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버리고 통합신당 만든다고?…당사수파, 정치권 “잡탕정치” 맹비난
정해년(丁亥年) 새해를 전후로 열린우리당의 양대 주주인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이 정계개편을 주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두 사람이 신당 추진을 위해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신당은 통합신당을 말하는데, 두 사람의 표현을 빌리자면 ‘원칙있는 국민의 신당’이다. 두 사람이 연합체를 구축함에 따라 ‘국민의 신당’ 추진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언론은 두 사람이 손을 맞잡은 것에 대해 ‘밀애’라는 표현을 주저없이 쓰고 있다. 두 사람이 그동안 앙숙처럼 지내와서다.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은 지난 2.18 전대 때 당 의장 자리를 놓고 혈전을 벌여 갈등이 최고조에 치달은 적이 있으며, 두 사람은 이후 자신이 여당의 대선주자라고 외치고 다님과 동시에, 수차례의 전당대회를 통해 각 계파별로 치열한 세싸움을 벌여왔다.
여러 가지 해석과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두 사람이 주저없이 정치적 밀애를 시작한 데는‘동병상련’격의 정치적 위기의식이 발동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아무리 힘없는 ‘식물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한 국가의 최고 통치권자로서 대통령이 통합신당을 두고 ‘포장이 어떻든 지역당’이라며 반대 의사를 확실히 해온 점을 고려하면, 신당 추진을 흐지부지하게 방치할 경우, 지지율이 최하위를 달리고 있는 자신들의 입지구축이 어려워진다는 판단을 갖게 된 것이다.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은 현재 지지율 5% 미만의 바닥을 치고 있는데, 이에 반해 충청권 인사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박원순 변호사 등 범여권의 제3후보들은 지지율이 두 사람을 쉽게 뛰어넘어 여권의 ‘히든카드’로 급부상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즉 내년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대로는 무너진다’는 위기의식이 당내에 팽배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나, 당의 ‘결속력 강화’를 위해서나, ‘재집권’을 위해서나 통합신당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인데, 이런 점들을 두 사람이 끝까지 외면할 수 없었다는 정치적 고민마저 같았다는 것이다.이런 까닭에 두 사람은 공동 합의문에 “우리당에 무한책임을 갖는 우리”라는 표현을 썼는데, 언론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이 지금의 위기국면에서 나서지 않는다면 ‘비겁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는 생각을 양측이 공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우리, 여기 있어요~”
밀애, 그리 오래가지 못할 듯
정동영 전 의장은 신당에 노무현 대통령을 참여시키는 것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았지만, 대통령과 차별화는 신당에 이롭지도 않고, 정서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정 전 의장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회동의 성격을 대통령과의 결별 선언으로 해석하고 갈등 구조를 심화 왜곡하고 확산하려는 센세이셔널리즘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대통령과의 결별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반면, 끊임없는 대립각을 형성하면서 대통령과의 한판승부를 위한 준비태세에 돌입한 김근태 의장은 이번 기회에 노 대통령과 확실히 인연을 끊고 간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정치권은 어쨌든 그동안 김근태의 ‘주도적’ 혹은 ‘일방적’ 행보에 대해 당내 최대 계파인 정동영계가 탐탁지 않아 하는 반응을 보여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발등에 불이 떨어졌던 정동영계가 ‘아웃사이더’의 역할을 끝내기 위한 첫 발걸음이 아니냐는 시선도 보내고 있어, 두 사람의 만남이 ‘필연’인지 ‘우연’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